[뉴스 동서남북]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계속되는 북한의 침묵

지난 15일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기념한 대규모 군민집회가 열렸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배경과 전망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침묵이 장기화 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소식은 물론 지난해 11월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서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자체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평양이 의구심을 갖고 사태를 관망하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Hostile and suspicious and wait and see Biden administration…”

전문가들은 북한의 침묵을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라는 커다란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돼 현직인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국제정세가 180도 바뀐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 무대에 데뷔를 못했죠. 일개 독재자에 불과한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었고, 그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낙선이 상당히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격적인 대통령이었습니다.

과거 미국의 대통령은 국교가 없는 국가의 독재자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국가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3차례나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와 관계 개선을 논의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과 28차례나 친서를 주고 받으며 개인적 친분을 쌓았습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 출신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배경과 성향에서 정반대 되는 인물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 전까지는 공직을 맡아 본 적이 없는 ‘아웃사이더’ 정치인인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36년간 상원의원에 이어 8년간 부통령을 지낸 전형적인 ‘인사이더’ 정치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정치 관례와 절차보다는 유권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쇼맨십’에 능한 정치인이었습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관례와 절차, 그리고 의회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재선 실패로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쌓아놓은 친분이 물거품이 됐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이 새로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가 모종의 신호를 보내거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ir view is stay quiet and pay attention to US sending signal…”

북한 당국의 이런 의도는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대회에서 “미국의 본성은 바뀌지 않았다”며 “새로운 조-미 관계의 열쇠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폐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새로운 조-미 관계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없애느냐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처리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해 새롭거나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언급한 ‘적대시 정책’은 북한이 1993년부터 30년 가깝게 주장해온 내용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에서 30년 넘게 북한 정보를 분석했던 로버트 칼린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외교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칼린 연구원] “Suggested very strongly that the Singapore declaration remains a basis for moving toward a new relationship with the U.S. That’s very important.”

물론 북한이 가만히 있으면서 미국을 관망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4년간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온 북한은 지난달 14일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이 재개될 경우 핵 군축 협상으로 끌고 가겠다는 얘기라고, 조한범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기본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을 보유하면서 핵 군축, 핵 능력을 축소하자는 것이지요.”

북한이 중국에 밀착해 경제 지원을 받으며 버티기를 하면서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경제난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고강도 제재에 코로나 사태, 그리고 수해 피해로 3중고를 겪었습니다.

업친데 덥칙격으로 지난 연말부터는 외화난과 물자난까지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12개월간 계속된 국경 봉쇄로 북한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며, 국경이 다시 열려도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is year the last 12 months there's been very little in the way of North Korean imports, they are really devastating…”

3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이 훈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모종의 도발을 할 것이라는 겁니다.

북한이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미사일 발사같은 도발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올해도 코로나로 인해 연합훈련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They know that provoke or test is set back re-engagement with US…”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최근 전화통화를 유심히 지켜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트럼프 대통령 때에도 북-미 정상회담을 만들어 낸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거든요. 지금 채널이 없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장기 교착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미-북 관계에 새로운 대화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