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년만에 여는 노동당 8차 대회 개최 시기를 내년 1월 초순으로 공표했습니다. 새로운 경제발전 계획과 향후 대외정책 노선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과거와는 다른 형식으로 치러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2차 정치국 회의가 2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정치국은 당 제8차 회의를 2021년 1월 초순 열기로 하는 결정을 채택했다”고 30일 보도했습니다.
정치국 회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김재룡 당 부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됐습니다.
이번 발표는 지난 2016년 7차 당 대회 때와는 달리 구체적인 개회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당 대회는 통상 며칠에 걸쳐 열리곤 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의 생일이 1월 8일인 점을 고려해 북한이 당 대회 일정을 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각급 조직 대표회에서 선거된 대표자에 대한 자격 심사를 진행하고 결정했고 8차 당 대회 집행부와 주석단·서기부 구성안, 당 대회 의정에 따르는 일정을 토의·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당 대회를 위한 사전 행사인 각 지역과 부문별 당 대표회가 이미 열렸고 당 대회에 참석할 대표자들도 모두 뽑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당 대회 개최 전 일찌감치 장소와 날짜를 공개하고 사전 준비 과정을 보도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 이런 것들이 생략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7차 당 대회 당시에는 약 한 달 전부터 매체에서 시·군·구 당 대표회 소식을 알렸고, 개최 열흘 전에 정확한 개회일을 공표했습니다.
홍 실장은 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처럼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행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초특급 방역을 하고 있는 북한이 대규모 인원이 같은 공간에서 밀집해 치렀던 그동안의 당 대회 방식을 이번엔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4.25 문화회관에서 2천700명~3천명이 같이 그 공간에 있어야 되거든요. 이걸 정상적으로 코로나 초특급 방역단계에서 할 수 있느냐, 그리고 이것이 당 대회에서 내놓을, 방역을 최대 성과로 말할 때 과연 거기에 맞는 형식이냐, 근데 이런 보도 과정을 안하고 있다는 것은 일단 선출은 했지만 뭔가 형식적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
‘조선중앙통신’은 또 정치국 회의에서 “당 제8차 대회에 상정하게 될 일련의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 토의하고 해당한 결정을 채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8차 당 대회를 통해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 기구 개편과 당 간부 물갈이 인사도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대외정책 노선을 공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당 대회 성격상 대외정책이 주된 의제는 아니지만 대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조 바이든 미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불분명하고 당 대회 개최 시점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이기 때문에 북한이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메시지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자신들은 핵 보유 국가인데 이게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핵을 개발했던 환경, 원인이 없어지면
비핵화한다는 것이니까 그게 사실상 군축으로 가는 거 아니에요? 최근에 이제 바이든 정부 들어서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군축으로 간다는 그런 얘기도 나오니까 아마도 그 입장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아요.”
홍민 실장도 표현의 강도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놓되 미측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홍 실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나올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 등 여건이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서 기존 정면돌파전 이외의 대안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다만 민간영역의 시장화를 보다 제도화하는 조치를 취할 지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집권 이후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이라고 해서 김정은식 경제관리 방법을 제도적으로 조금씩 만지작거리면서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 조금 더 과감한 방식으로 입법화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서
조금 더 분권화하고 세금 징수체계를 더 강화하고 또 민간 영역의 시장화 부분을 통제하지 않지만 제도적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좀 더 완성하지 않을까 예상이 되고.”
한편 북한이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진행했던 주민노력동원 속도전인 ‘80일 전투’가 30일 막을 내렸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정치국 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80일 전투’가 기간 각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와 전진을 이룩해 8차 당 대회 소집을 위한 훌륭한 조건을 마련했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80일 전투’의 당초 목표였던 신종 코로나 방역과 수해 복구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농업과 산업 생산량 증대도 구체적인 성과로 제시된 게 없어 원론적인 구호에 그쳤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