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음악예술인들 대대적 훈장 수여…"경제난 속 선전 수단 강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일 중요 예술단체 창작가, 예술인들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명예 칭호와 훈장이 수여했다고,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다.

북한이 성악가와 지휘자들을 대거 표창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직접 축하하는 등 음악예술인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경제 위기 심화에 따른 내부 동요를 막고 사상 무장을 시키기 위한 선전선동 수단으로 음악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국무위원회 연주단을 비롯한 중요 예술단체 창작가, 예술인들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명예 칭호와 훈장이 수여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일 국가표창을 수여 받은 이들을 만나 축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문학예술 부문이 동면기, 침체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때에 당 중앙의 의도를 구현한 명작, 명공연들로 인민의 적극적인 호응과 감흥을 불러일으킨 국무위원회연주단의 예술창조 활동은 반가운 일”이라며 만족을 표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국가표창을 받은 창작가, 예술인, 국무위원회연주단 전원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김옥주 국무위원회연주단 성악배우가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고 국무위원회연주단 단장이자 지휘자인 리명일과 방철진이 ‘국기훈장’ 제1급을 받았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인민배우 칭호를 수여한 것은 2015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입니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 교수는 북한이 지난 2016년 이후 새 예술영화가 나오지 않고 신곡 창작도 크게 줄어들 만큼 한동안 예술 분야에 대한 대우가 경제나 과학 분야에 밀려 다소 소홀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교수는 북한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경제난 심화 등 안팎의 정책 실패로 위기 상황을 맞아 정면돌파 노선을 내세우면서 주민들의 사상 무장과 당에 대한 충성심 고취를 위해 음악을 적극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 교수는 최근 국무위원회연주단 공연이 선군시대를 방불케 하는 레퍼토리로 진행됐다며 천리마 운동을 소환하고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자는 최근 구호들의 연장선상에서 음악도 선전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전영선 교수] “군가 연곡도 나오고 그 다음에 작년에 있었던 조선노동당 75주년 기념 열병식 음악곡도 다시 한 번 쫙 연주가 되는 장면도 나왔었고요. 완전히 선군시대를 거의 염두에 둔, 그러니까 목숨으로 지켜야 한다는, 그러니까 북한의 현재 체제는 발전과 미래비전, 문명국 이런 것은 포기하고 여기서 더 이상 물러나선 안 된다는, 전투를 각오해야 한다는 이런 걸로 돌아섰다고 봐요.”

인민 칭호를 받은 김옥주는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과 고위 간부들이 관람한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에서 총 28곡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곡을 부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은하수관현악단 시절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활동했고, 지난 2018년 4월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당시엔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으로 나서 한국 가수 이선희와 함께 노래를 불러 한국 국민들에게도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이 대대적으로 띄우고 있는 새 선전가요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를 모두 불렀고 뮤직비디오 형식의 음악편집물에도 출연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김옥주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를 모방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북한이 공세적으로 취하는 게 단순히 외부 정보를 단속하고 통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서 굉장히 공격적으로 자기들 나름대로의 콘텐츠를 만들려는 방향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자본주의 쇼와 같은 방식의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는데 그 중에 중요한 역할을 김옥주가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국무위원회연주단을 만든 것은 김 위원장이 이를 주도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선동 효과가 큰 음악공연 분야가 선전선동 수단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국무위원회연주단은 지난해부터 `노동신문' 등 매체에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 당국이 고난의 행군을 겪지 않은 젊은 간부들의 사상혁명을 강조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로의 한류 유입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흔들리고 있는 청년세대 그리고 문화공연에 대한 욕구 갈증 이런 것들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하나 있을 수 있고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너무 침체돼 있거든요, 분위기가. 지금 배고프고 국가 비상이고 등등 이렇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좀 띄우려고 하는 그런 두 가지 목적이 있지 않은가 싶어요.”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 김정은 위원장은 사회주의 문명국 실현을 약속했고 당시 모란봉악단의 파격적이고 개방적인 무대는 북한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 집권 10년차를 맞아 당초 구상이 좌절되면서 선전선동도 과거의 내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영선 교수입니다.

[녹취: 전영선 교수] “결국은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돌파할 방법을 인민들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정책 실패로 돌릴 순 없는 없는 상황이죠. 외부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고 그런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서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것들을 바로잡아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일종의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 내부 결속을 다지는 그런 차원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창작가와 예술인에 대한 표창 수여식에 리일환 당 비서가 참가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리일환의 경력과 최근 북한 매체 보도 동향 등을 근거로 “리일환이 선전선동부 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창작가나 예술인을 독려하는 역할은 선전선동부 담당 업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리일환이 지난 2019년 당시 당의 선전선동 담당 부위원장이었던 경력을 고려할 때도 이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