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대미담화 공개..."백악관 잘못된 기대"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남 발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전원회의에서의 대미 메시지에 미국 백악관이 내놓은 반응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미국 측의 조건없는 대화 제안에 선을 그으면서 협상 재개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 백악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미 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한 것과 관련해 “잘못된 기대”라고 일축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22일 오후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 없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며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제기된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지 시간으로 20일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흥미로운 신호”라면서 대화에 나설지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방한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1일 김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한다며 “조건 없이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이 같은 미국 측의 대화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위원장의 당 전원회의 발언에는 ‘국가의 안전, 평화적 환경을 위한 대화와 대결’이라는 표현이 들어있다며 이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 박사는 북한은 미국 측이 이런 자신들의 핵심적인 관심사를 논의할 수 있다는 보다 분명한 답을 듣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대북적대시 정책이라는 말을 직접 사용 안 했지만 사실상 그 내용에 준하는 것을 대화할 수 있다는 미국의 화답이 있어야 한다고 북한은 보고 있는 겁니다. 김여정의 답은 어떻든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맞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서 대화할 용의가 있는 지를 미국이 밝혀달라 그런 의도로 보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부부장의 담화가 김 위원장 대미 메시지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이 나온 뒤 신속하게 발표됐다며, 협상 재개를 놓고 미국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데 대해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담화가 급하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이것을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대화에 방점을 찍어서 그렇게 몰아가려는 미국과 한국의 입장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죠. 왜냐하면 대화하자고 하는데 대화를 안한다 또는 침묵한다고 하면 책임은 북한에게 가게 되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화와 대결 두 가지 국면에 대해서 제대로 읽어라 하면서 공을 미국한테 보낸 입장이라고 생각하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담화 발표 시점으로 미뤄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 이외에도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제재 행정명령 효력을 1년 더 연장한 데 대한 불만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그러나 담화가 간결하고 미국에 대한 거친 비난이 없다는 점에서 곧바로 미국과의 대결에 나서기 보다는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정말로 대화 문 닫고 도발로 가겠다고 하면 미국에 대한 대대적 비난 그런 게 포함됐을 것이고 뭔가 군사적 행동을 의미하는 경고문구도 들어갔을 거에요. 그런데 그런 점이 없다는 것은 북한이 당장 도발을 하기 보다는 대화로 가는데 현재와 같은 미국의 모습에 실망하고 미국이 보다 더 양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냈다, 그렇게 평가합니다.”

한편 방한 중인 성 김 대표는 22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방식이 적절하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남북 간 의미있는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이에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면담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금이 미국과 한국 모두에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우리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답변해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장관은 “지금은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세의 분수령”이라며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보다 능동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이 장관과의 면담 뒤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 대북정책 고위급 양자협의를 갖고 북한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주의 협력 등 지난달 미-한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조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