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해 3번째 전원회의 개최 예고…대외 메시지 발신 주목

지난 2월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올들어 벌써 3번째인 노동당 전원회의를 곧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지,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어떤 내용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주재한

제8기 제1차 정치국 회의에서 이달 상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북한이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불과 넉 달 만입니다.

과거엔 통상 1년에 한두차례 개최하던 전원회의를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3차례나 개최하는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이달 상순’이라는 언급을 볼 때 금명간 개최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다뤄질 안건과 결과 등이 주목됩니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 회의에서 “지금 시점에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하고 상반년도 국가사업 전반 실태를 정확히 총화하여 편향적인 문제들을 제때에 바로잡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3차 전원회의의 핵심 안건이 극심한 경제난 타개를 위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1년차 상반기 진행 상황에 대한 집중 점검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관측입니다.

특히 당면 현안 해결을 위한 추가 대책 수립을 예고한 것으로 미뤄 경제 각 부문에 대한 신랄한 질타와 비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전원회의가 경제부장을 임명 한 달 만에 교체하고 간부들에게 삿대질하는 등 격노한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던 지난 2월 2차 전원회의와 비슷한 흐름으로 치러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노동당 8차 대회가 1월에 있었고 그 당시에 8기 1차 전원회의가 있었고요, 2월에 예정에 없던 전원회의를 열어서 질책을 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각종 초급 당 비서나 시군 책임비서 대회까지, 당 중앙군사위까지 모든 당 대회를 몰아서 상반기에 한 상황에서 다시 6월에 전원회의를 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고요. 그 정도로 급박한, 어려운 상황으로 봐야 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올들어 최장기 공백을 이어가다 정치국 회의 주재로 29일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한 김 위원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대미 대남 메시지를 발신할지 여부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 이후 29일만인 4일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공개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마무리되고 미-한 정상회담도 치러졌지만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직접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그러나 나오더라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보다는 대북 적대시 정책 우선 철회와 강대강 선대선의 대응 원칙과 같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8월에 한-미 연합훈련이 또 있잖아요. 연초에 얘기했던 대로 자기들 두 가지 전제조건 얘기를 했잖아요. 연합훈련 중단, 첨단무기 도입 중단 두 가지 조건을 얘기를 했었죠. 그런 것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꿈도 꾸지 말라, 그런 식의 메시지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죠.”

문 센터장은 또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 핵 무력 고도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이를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경제난 해법 차원에서 새롭게 내놓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이번 전원회의에선 대외정책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텐데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지난 2019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자력갱생과 반사회주의 투쟁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유연한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대결적인 메시지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최근 미-한 미사일 지침 종료를 비난한 ‘조선중앙통신’의 개인논평에서도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둔 듯한 표현들이 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조절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지금으로선 미국이 대화와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제안과 달리 강성 입장에서 대립의 방향으로 가기엔 현재는 어려운 상황이고, 그런 판단 하에서 이번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서 미국과 기본적으로 자주 평화 친선의 관계를 유지하겠다, 그런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어요.”

조한범 박사는 지금은 북한으로선 이미 강대강 선대선 대응원칙을 천명하면서 미국에 공을 넘긴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이 돌이키기 어려운 전원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구체적인 대미정책 방향을 드러내긴 힘든 국면이라고 말했습니다.

먼저 메시지를 내기 보다는 협상에 앞서 자신들이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시기라는 게 조 박사의 분석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의 노선이 선대선 강대강이라고 한 얘기는 협상이 오면 응하겠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노선은 협상노선으로 정했다고 봐야 되는 거고요. 불만이나 이런 것을 얘기할 순 있겠지만 전원회의에서 명시적 대외 메시지를 내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고요. 대외 메시지보다는 실제 협상에 돌입해서 본인들이 확보할 수 있는 게 뭔지를 더 중시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신설된 것으로 최근 확인된 ‘제1비서’직 인선이 공개되거나 이뤄질지도 관심 대상입니다.

북한은 지난 1월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제1비서가 총비서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제1비서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집중된 업무를 일부 떠맡는 한편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전원회의에서 인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에 그런 직위가 전혀 없었잖아요. 그럼에도 만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고심을 했고 의미가 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전원회의 같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것을 통해서 공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죠. ”

북한이 지난 1월 개정한 당 규약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비서들을 선거한다’고 돼 있지만 이후 열린 두 번의 전원회의에서 제1비서가 선출됐다는 보도는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