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력 매체인 `르몽드' 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한때 외교관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한국과 미국에 대해 독설을 퍼붓는 김정은의 대변인이 됐고, 그의 권력은 ‘백두혈통’이라는 신분에서 나온다고 소개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신문 ‘르몽드’가 3일 한 면을 모두 할애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권력 내 위상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르몽드'는 ‘김여정,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독설 퍼붓는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여정이 북한 정권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며, 권력의 목소리로 여겨진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수석대변인”... “미국, 한국 향해 독설”
김여정이 독설로 가득 찬 성명을 발표하며 점점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르몽드'는 지난 3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에 맞춰 김여정이 신임 바이든 정부에 대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담화를 낸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당시 김여정이 미국에 대해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다’며,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한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이 오랜 기간 그늘에 머물러 있다가 천천히 부상했고, 이제는 북한 정권의 수석대변인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가늠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그의 발언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그의 언론활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선전선동 분야에서 혁신적인 일로 여기고 있다고 `르몽드'는 전했습니다.
신문은 “한때 외교관이었던 김여정이 철의 여인이 됐다”며, 그의 주된 공격 대상은 남북대화에 정치적 노력을 쏟아온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여정을 정상회담 자리에서 여러 번 봤다는 한 외교 소식통은 이 신문에 김여정이 “자신의 외교적 역할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고, 김정은을 긍정적으로 보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여정이 남북대화 전면에 나섰지만 북한 입장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따라서 김여정이 신랄한 발언을 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밝혔습니다.
“권력의 원천은 백두혈통 신분”
`르몽드' 는 김여정의 권력이 그가 노동당에서 맡고 있는 역할보다는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아버지인 김정일로부터 이어진 ‘백두혈통’이라는 신분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에서 권력을 잡으려면 백두혈통이어야 하고, 정치적 수완과 지도자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이 있어야 하는데 김여정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르몽드'는 또 1990년대 말 김여정이 김정은과 스위스에서 유학했다고 전했습니다.
1996년 스위스 베른에 도착한 김여정은 ‘박미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박운’이라는 가명을 쓴 김정은과 함께 리베펠트-슈타인휠츨리 학교에 다녔다고 `르몽드'는 보도했습니다.
또 김여정은 ‘가문에서 가장 신비로운 사람’ 중 하나로, 스위스 유학 시절 댄스 수업을 들었다는 것 외에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보다는 김정은을 둘러싼 당시 이야기가 세상에 더 많이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김 씨 가문의 수문장”... “막후 권력”
미국 전문가들도 김여정의 권력이 ‘백두혈통’ 신분에서 나온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여정은 김 씨 가문의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Her role within the regime is more within the Kim family and as a gatekeeper to the Kim family more so than an executor of the Supreme Leader’s will although she does carry out that function making periodic statements to the press, especially regarding S Korean affairs.”
고스 국장은 북한 정권에서 김여정의 역할은 주로 김 씨 가문 내부와 관련이 있으며, 김 씨 가문으로 통하는 문을 단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여정은 또 언론에 주기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고스 국장은 평가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사라 보글러 연구원은 VOA에 김여정이 “김 씨 가문 지분의 보호자이며, 김정은과의 연결고리를 기반으로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보글러 연구원] “Kim Yojong’s role, her power’s kind of behind the scenes in her link to Kim Jong Un, she’s the protector of the Kim family equity.”
보글러 연구원은 김여정이 김정은 위원장의 “매우 가까운 심복(confidant)”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하지만 노동당 내부에서 강력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여정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노동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공식 지위가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여러 차례 담화를 내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숨겨진 카드”
전문가들은 비록 공식 지위가 강등됐지만 김여정의 정치적 입지는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여정은 김정은의 숨겨진 카드(hidden card)”라고 말했습니다.
만일 김여정이 요직에 임명되면 외부세계는 곧바로 그가 후계자 물망에 올랐다고 해석할 것이고, 고위직에 임명되지 않더라도 그는 여전히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수 김 연구원] “That simply underscores KYJ’s importance to the regime, regardless of any titles bestowed upon her. “First Secretary” or otherwise, as long as KYJ continues to appear in high-level meetings and function as her brother’s mouthpiece, she will still maintain a degree of cachet in the regime leadership.”
김 연구원은 “공식 직함이 무엇인지 상관없이 김여정이 계속 고위급 회의에 참여하고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는 한 정권 내 그의 특별한 지위는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VOA에 “김여정은 외교, 정보, 군사, 선전선동 등 국가안보 정책들을 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김여정을 평가할 때 스승인 김기남을 유념해야 한다"며, "김기남은 북한 언론과 문화를 외교, 대외정책과 연관시켜 관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