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무력 일등공신' 리병철 상무위원서 해임…군 최고위층 줄줄이 강등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지난달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비상방역과 관련한 ‘중대사건’의 책임을 물어 해임된 정치국 상무위원이 리병철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른 군 수뇌부들도 줄줄이 강등당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과 당 중앙 지도기관 성원들이 참가했다”고 전하면서 이들의 참배 사진을 실었습니다.

사진에 따르면 기존 정치국 상무위원 5명 가운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 총리 등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김 위원장과 함께 맨 앞줄에서 참배했습니다.

하지만 상무위원이었던 리병철은 정치국 후보위원들이 서 있는 세 번째 줄에 박태덕 당 규율조사부장과 리철만 농업부장 사이에 섰습니다. 군 원수복 대신 인민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로써 지난달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비상방역 관련 ‘중대사건’의 책임을 물어 해임된 정치국 상무위원이 리병철이라는 게 확인됐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리병철이 자리한 위치로 미뤄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부장급으로 강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리병철과 함께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문책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던 군 총참모장 박정천은 차수 계급장을 달고 나타나 원수에서 한 등급 강등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정천의 참배 위치는 정치국 위원들이 주로 서 있는 두 번째 줄이긴 했지만 상장 계급의 정경택 국가보위상에게도 밀렸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그러나 박정천이 총참모장직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관 국방상도 지위가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리병철과 박정천, 김정관은 북한 군부 내 서열 1위와 2위 그리고 4위의 최고위층 인사들입니다.

특히 지난해 나란히 군내에서 가장 영예가 높은 ‘군 원수’' 칭호를 받으며 승진 가도를 달리던 리병철과 박정천이 불과 9개월만에 해임·강등되면서 징계 배경이 주목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언급된 ‘방역 중대사건’은 “의주 방역장의 소독시설 가동 준비 미흡과 전시 비축미 공급 지연, 관리실태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 보다 열흘 전 열린 당 전원회의에선 오랜 ‘봉쇄 방역’으로 식량난이 심각해진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특별명령에서 식량난 완화를 위해 군량미를 풀 것을 지시했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군부에 책임을 물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입니다.

<Ri Pyong-chol confirmed to be dismissed as a member of the politburo act1 hyk 7/8/21>[녹취: 황일도 교수] “결국 구조적 배경은 마찬가지라는 거죠. 군부로 상징되는 특수기관의 본위주의 척결이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따라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드는 사건, 그런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맞는 거겠죠.”

군부 최고위층 안에서 큰 서열 변화가 생긴 만큼 이번 인사의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인사는 반당행위 또는 비리 등으로 숙청을 당한 것과는 다른 문책인사라며 강등은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자리로 복귀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리병철의 상무위원 자리는 아직 보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 센터장은 리병철의 경우 군수공업부장직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유지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Ri Pyong-chol confirmed to be dismissed as a member of the politburo act2 hyk 7/8/21>[녹취: 정성장 센터장] “기존의 군부 서열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는데 이게 앞으로도 지속될지 아니면 얼마간의 징계기간을 거쳐서 다시 원상태로 복귀할지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핵심권력층을 상대로 한 용인술이 집권 초기엔 숙청과 같은 고강도 처벌 위주였다면 집권 10년을 맞은 지금은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은 중저강도 처벌을 주로 쓰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리병철은 북한의 핵 무력 강화의 일등공신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절대 신임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 때문에 리병철 강등이 그를 따르던 핵 무력 담당 간부들의 신변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김인태 박사는 이번 참배 사진을 보면 관련 징후는 아직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Ri Pyong-chol confirmed to be dismissed as a member of the politburo act3 hyk 7/8/21>[녹취: 김인태 박사] “리병철 그 실무진은 다 포진해 있습니다. 문책이 안되고. 그리고 그 때 핵 무력과 관련한 사람들이 유독 이 250명 안에서 다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변동이 없습니다. 한 명도.”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중앙과 지방의 일꾼들에 대한 자료가 통보됐고 법적, 당적으로 검토 조사했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 상당 규모의 추가적인 인사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참배에는 지난달 당 정치국 회의 거수 의결 장면에서 자리를 비워 징계나 해임 등 문책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던 최상건 당 비서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본래 직위를 보면 참배 참석 대상인데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신상 변동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상건이 보건 부문을 포함해 교육·과학기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방역과 관련해 모종의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넷째 줄 맨 끝에서 참배에 동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리 배치로 미뤄 김 부부장의 공식적인 지위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