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북한 서해상 피격 한국 공무원 사건’의 피살자 아들이 자신에게 보낸 항의성 공개 편지에 아버지를 잃은 마음을 이해한다며 위로를 보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피살자의 형은 유엔에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측 수역인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 군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공개됐습니다.
피살자의 형인 이래진 씨는 지난 5일 아버지에 대한 명예회복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이 군의 A4용지 두 장 짜리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본인을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소개한 이 군은 편지에서 아버지가 “늦게 공무원으로 임용돼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며 한국 정부가 아버지를 월북자로 규정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군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아버지가 38km의 거리를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나라에선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가족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 군은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과 엄마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가족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이 편지에 대한 보고를 받고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해경이 여러 상황을 조사 중으로,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며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기를 바라며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군의 편지가 청와대에 도착하는대로 직접 답장을 쓸 계획이라고 강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말 해경 발표가 중간 조사결과였고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최종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해경은 지난달 29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국방부 첩보,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통해 피살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은 이 같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홍식 부대변인] “월북과 관련해선 해경에서 중간 수사결과에서 충분히 그와 관련된 근거라든지 여러 가지 설명을 드린 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 해경의 중간 수사결과를 현재까지는 존중하고 있습니다.”
한편 피살된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는 6일 서울 주재 유엔인권사무소에 동생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씨는 유엔인권사무소가 입주한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잔혹한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유엔 차원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반 전 총장이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웜비어 사례가 있으니, 그 가족들과 연대해 정확한 내용을 청취하고 협력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웜비어 사례와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변호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조사 요청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과 북한에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공정하고 실질적인 수사에 즉각 착수하고,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과 협조해 사망자 유해와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