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대기권 재진입체를 정상 작동시킬 수준으로 향상시켰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다만, 이런 평가가 사실이라면 이후 북한은 다탄두화를 목표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8일 VOA에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체 역량 단계를 넘어선 다탄두 재돌입 비행체(Multiple Reentry Vehicle. MRV) 연구에 집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북한, MRV 고도화 단계 진입 가능성”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앞서 헤리티지재단이 공개한 2021 미 군사력 지표 보고서 중 북한 부분을 작성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은 이 보고서에서 “미 중앙정보국 CIA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이 정상궤도로 비행한다고 가정할 때 대기권 재진입체가 충분히 정상 작동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미 CIA, 북한 ICBM 재진입체 '정상 작동 가능' 평가"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같은 평가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재진입 역량을 간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반대되는 미 정보 당국의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유출된 CIA의 평가를 인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A source reporting on a leaked CIA intelligence assessment… So, because so many people have downplayed North Korea's ability to have re-entry vehicles therefore, dismissing or downplaying the threat, I wanted to include that report, which indicates or suggests that the CIA thinks the warhead would survive if flown on a normal trajectory.”
북한의 역량은 크게 간과됐다가 실제 이를 북한이 과시한 뒤에 의구심을 거두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우라늄 기반 핵 프로그램 존재 여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조지 부시 정권의 상상으로 치부했었다며, 수소폭탄 역량, 시리아 내 북한이 지원한 핵 시설을 스커드 미사일 저장시설로 간주한 것들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제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러시아가 뉴욕을 타격할 능력도 실제 떨어뜨려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은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People can argue that we don't know for sure that Russia can hit New York with a nuclear warhead because they've never done that be an ICBM. So until Russia hits the New York with a nuclear warhead, people could say, it's theoretical, it's never been proven.”
“제한된 미사일 수량 고려할 때 다음 과제는 MRV 역량 고도화”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CIA의 정보평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만일 그런 평가가 사실이라면 북한의 미 본토 타격 능력은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현재 제한된 수량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다탄두 재진입 비행체의 성능 고도화 단계로 넘어갔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Now they have a limited number of missiles. And what's worrisome about the October 10th parade is that the new large ICBM you know, is assessed to be in order to carry multiple warheads. Since the Hwasung-15 can range all the way down to Florida and beyond, the only reason to have a bigger missile is not to go further, but to carry a larger payload which would likely be multiple reentry vehicles, not necessarily multiple independently targeted reentry vehicles, you know, but MRV instead.”
특히 북한이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선보인 새로운 종류의 ICBM의 크기를 고려할 때 MRV개발과의 연계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탄두 재돌입 비행체(MRV)는 한 개의 미사일에 여러 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또 이보다 더 향상된 기술인 다탄두 각개 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 MIRV는 여러 개의 탄두를 각기 다른 목표물에 설정해 타격할 수 있습니다.
벡톨 교수 “북한, 오래 전 대기권 재진입 역량 확보”
베넷 선임연구원 “외부 도움 가능성…완성 여부 확답 못해”
이와 관련해 미 국방정보국 (DIA) 정보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벡톨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자신은 북한이 이미 재돌입 비행체 역량을 완성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화성 14형의 경우 두 차례 실험에서 모두 재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되며, 15형의 경우 실패했다는 주장은 일본 측이 제공한 관측 자료를 토대로 불길에 휩싸였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벡톨 교수] “From the Japanese, that showed a reentry vehicle coming down in flames. Remember that? Now, that doesn't mean the re-entry vehicle was not coming down successfully. When a reentry vehicle has to come down into the Earth's atmosphere, it literally has to fly through fire, right? Yes. So the question is not was the vehicle on fire or not? It's was did the fire burn through the skin of the actual reinjury vehicle and destroy the warhead or not? And there's no evidence to that whatsoever….”
벡톨 교수는 재진입하는 모든 물체는 대기열 때문에 불길에 휩싸인다며, 실제 핵탄두 기능을 상실했는지는 이런 근거로는 증명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같이 실제 실험을 거치지 않고 실전 성능을 내는 사례를 고려할 때, 러시아 등 외부의 도움을 받아 기술을 완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기권 재진입은 상당히 고난도 기술과 함께 실제 성능 실험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역량을 확보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