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 김정은 정권 신뢰 급락…“미-한 동맹 필요” 90%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4월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의 영향으로 한국 국민들의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10명 가운데 9명꼴로 미국과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이 중국보다 더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이 중국을 중시하는 인식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통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도가 15.8%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 8.8%로 바닥을 찍었다가 2018년부터 미국과 남북한 정상 외교가 펼쳐지면서 2019년 4월 33.5%까지 올라갔던 신뢰도가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1년만에 다시 크게 하락한 겁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는 응답은 45.7%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 조사를 주도한 이상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은 “2016년 이후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도와 대화.타협 정책 선호 경향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올해 조사에서 처음 김정은 정권 신뢰는 감소했는데도 대화와 타협 추구는 약간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상신 실장] “올해가 좀 특이했던 게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경우 신뢰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두 가지 문항이 같이 갔습니다. 올해가 이게 벌어지는 굉장히 특이한 경우라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이것은 김정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탓은 아니라는 그런 판단이 있는 것 같아요.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적대적 정책보다는 대화와 타협이 옳다라는 방향에 대한 합의는 있다고 보거든요.”

안보와 경제 두 측면에서 미-한 관계를 중시하는 인식은 여전히 공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위비 협상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0.2%로 조사됐습니다.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85%로 지난해 91.1%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다만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지난해 54.1%보다 12.5% 포인트 하락한 41.6%로 조사됐습니다.

이상신 실장은 이에 대해 동북아 질서 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낮아져서라기 보다는 주한미군의 존재 목적을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데 있다고 국한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는 69.6%가 현 수준 유지를 선택했고 26.9%는 더 줄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증액 의견은 3.5%에 그쳤습니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엔 안보 차원에서 미국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50%를 조금 넘었고 중국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6%에 그쳤습니다. 46% 가량은 비슷하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30.8%로 중국이 중요하다고 답한 10.5%를 크게 상회했고 비슷하다는 답변은 58.8%였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에서 한국 국민들은 남북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선호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54.9%는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6년 첫 조사 당시 43.1%보다 11.8%포인트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반면 “통일을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6.3%에 그쳐 2016년 37.3%보다 11%포인트 급감했습니다. 그나마 통일 선호도가 높은 1950년 이전 출생자들조차 평화공존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45.6%로 통일 선호를 택한 36.7%보다 높게 집계됐습니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입니다.

[녹취: 이상신 실장] “평화를 추구하는 여러 방식이 있고 그 중에 하나가 통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통일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위해서 지불해야 할 대가가 평화라면 그것을 아마 사람들은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북 핵 인식과 관련해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89.5%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됐던 2016년과 2018년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북 핵 개발의 저지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의견이 41.7%로 지난해 34.7%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