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남 확성기 20여곳 재설치…한국 “판문점 선언 위반 대가 치를 것”

23일 한국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 DMZ 일대에서 대남 확성기 재설치 작업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 한국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 위반 행위를 계속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탈북민 단체가 또 다시 대북 전단을 기습 살포해 한국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소식통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DMZ 북측 지역 20여 곳에 대남 확성기를 재설치했다고 23일 전했습니다.

북한군은 지난 21일 오후부터 DMZ 동부와 서부, 중부 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 시설 재설치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남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키로 한 지난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DMZ 인근 확성기 방송 시설을 모두 철거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비난 담화를 낸 이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한국에 대한 대적행위 차원의 4개 군사행동 예고 등 일방적인 대남공세를 펴고 있고 확성기 재설치도 그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이전에 DMZ 일대에 40개가 넘는 확성기를 가동했기 때문에 확성기 추가 설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또 다시4.27 판문점 선언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북한의 행동이 이어질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노력과 성과를 무산시킬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최 대변인은 그러나 맞대응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설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저희가 대비할 수 있는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 말씀에 많은 부분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합의 위반 행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대 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을 준수할 것을 북한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다양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이 이미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9.19 군사합의의 모 합의가 되는 게 4.27 판문점 합의잖아요. 정확히 따지면 9.19 군사분야 부속합의서입니다. 그런데 4.27이 파기가 된 게 아닙니까. 그렇다면 부속이 당연히 파기가 돼야죠.”

최전방 지역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심리전 무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오히려 한국에게 매우 유리한 수단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먼저 확성기 재설치에 나선 것은 심리전 효과를 얻기 위해서 보다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북한과의 협력을 지향하는 문재인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이를 통해 미-한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판문점 선언 이전에 한국이 설치했던 고정식 확성기는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km, 주간에는 10여km 떨어진 곳에서도 방송 내용이 들립니다.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군사분계선 인근 북한군 부대에서 밤낮으로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성능입니다.

한국은 이와 함께 이런 고정식 확성기보다 10km 이상 더 먼 거리까지 음향을 보낼 수 있는 신형 이동식 확성기 차량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한국 쪽에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안 좋고 출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대남용이라기보다는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교란용이라는 평가입니다.

북한은 대중가요와 뉴스가 울려 퍼지는 성능 뛰어난 한국의 확성기를 늘 문제 삼았고, 지난 2015년엔 서부전선에서 확성기를 향해 포탄을 쏜 적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을 또 기습 살포해 한국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22일 밤 경기 파주시에서 단체 회원 6명이 대북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천장, SD카드 1천개 등 담은 대형풍선을 북한 쪽으로 날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23일 오전 파주에서 동남쪽으로 70㎞ 떨어진 강원 홍천에서 이들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발견돼 군과 경찰 등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북한이 대북 전단 문제를 대남 공세의 빌미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전단 살포에 대한 원천봉쇄 방침을 밝힌 한국 정부는 이 같은 행위가 재발한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경찰과 유관기관이 협력해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여상기 대변인] “정부는 대북 전단 및 물품 살포는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이에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

박 대표는 앞서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히자 “통일부가 지난 15년 간 가만히 있다가 김여정 한 마디에 문제 삼느냐,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25일 즈음해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