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이 세계 경찰 국가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동맹 무임승차 문제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건데요,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같은 인식의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더 이상 미국은 세계경찰국가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임무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멀리 떨어진 나라들 사이의 오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are ending an endless war. In its place is a renewed, clear-eyed focus on defending America’s vital interests. It is not the duty of U.S. troops to solve ancient conflicts in faraway lands that many people have never even heard of. We are not the policemen of the world.”
트럼프 대통령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개입하는 일은 끝내겠다며, 새로운 안보 전략은 명백히 미국의 중요한 이익을 수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육사졸업식서 “세계경찰국가 역할 종료”
“더 이상 분쟁 개입 안해”…동맹무임승차론 인식 재확인
세계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세계 경찰 국가 역할에 편승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낸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중동 또는 유럽에 국한됐고, 미-중 패권 경쟁이 신냉전으로 격화되는 인도태평양 역내는 미 국익과 직결하는 만큼 역내 미군 감축 등을 섣불리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미 안보전문가들 “대통령의 미 국익 판단 기준 주관적”
핵심 협력국 필리핀 VFA 종료 통보에도 “돈 아끼게 됐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동맹 무임승차 인식은 개인 신념에 기초한 만큼, 국익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극히 주관적이라며, 따라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역내 준비태세에 필수불가결한 핵심 우방으로 평가되는 필리핀이 지난 2월 미군과의 연합훈련의 법적근거가 되는 방문군협정(VFA)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하자 “오히려 돈을 아끼게 됐다”며 개의치 않는다고 반응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really don't mind that they would like to do that. That's fine. We'll save a lot of money…our relationship as you know is a very good one, with their leader, and we'll see what happens.”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부터 한국을 대표적 방위비 무임승차국가로 지목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했습니다.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는 한국과는 환상적인 관계에 있지만, 현재 양국이 공정한 분담을 취하고 있지 않다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곧 알게 될 것”이라는 밝혔습니다.
또 주한미군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른 성격의 사안’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월러스 그렉슨 “미 국익 직결됐어도 미군 감축 안심 못해”
“대통령 개인 인식에 좌우…최악 상황 대비해야”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는 15일 VOA에 “미국에 있어 필리핀과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우열을 매길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Philippines is the eastern barrier for the South China Sea, or most of the Eastern barrier of the South China Sea. So Philippines is very important to us not only for current geopolitical reasons, but also historical reasons…No. I would not put a value rating on one country over the other. The situations facing each country are different but both (South Korea, Philippines) are exceptionally valuable and have been so historically”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개인 신념에 기초한 역내 안보 인식은 다를 수 있다며, 미 국익이 직결돼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 등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I would take issue with 'President Trump wouldn’t dare'. You can't say that about President Trump. He's likely to do anything he wants in the spirit of the moment... We should not assume that President Trump will not dare to do something. And we need to make sure we've got the guardrails in place to make sure that we don't get completely off the rails.”
실제 주한미군 감축 감행에 따른 미-한 동맹관계의 파국이라는 최악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대비책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브루스 베넷 “대선 패배 시, 실제미군 감축 감행 가능성”
“민주당에 뒷처리 전가하며, 재임기간 유산으로 포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차기 정권에서 자신의 무임승차 해결 방식에서 되돌리지 못하도록 올해 안에 주한미군 감축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He could decide that the period after the election, if he's not reelected, it is a period where he can act for and leave behind a legacy. So now that legacy could wind up being good or bad. It all depends upon what actually develops. It takes such an action but he could do it.”
이후 벌어지는 파급 효과는 차기 민주당 정권에게 전가하면서,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자신이 이룩해 놓은 정치적 유산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포장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베넷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동맹 무임승차 문제 해결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얼마든지 주한미군 감축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