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방선거 탈북민 2명 당선 여부 관심..."북한 주민에 희망 되길"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영국 지방선거에서 덴턴 사우스 지역구의 보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티모시 조 씨(왼쪽)가 로라 에반스 보수당 맨체스터 시장 후보와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티모시 조.

영국 지방선거 구의원에 도전장을 내민 탈북민 출신 박지현 후보와 티머시 조 후보의 당선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 등 세계 주요 언론들도 이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며 관심 있게 보도하는 가운데 후보들은 자신들의 도전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잉글랜드 지역 구의원 5천여 명과 여러 선출직 관리들을 뽑는 지방선거가 6일 실시됩니다.

구의원은 지역 내 교육과 환경미화 정책, 노년층과 장애인 복지 등 다양한 사안을 지원하고 결정하는 지역 책임자로 영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직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는 영국 내 탈북민 정착 역사 16년여 만에 처음으로 박지현 씨와 티머시 조 씨가 맨체스터 지역에 나란히 출마해 당선 여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등 처참한 인권 유린을 당했던 박 후보와 북한에서 음식을 찾아 거리를 헤매던 꽃제비 출신 청년 조 후보가 역경을 딛고 영국 시민이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당선되면 서방세계에서 탈북민이 선출직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됩니다.

박지현 씨는 앞서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의 낙점을 받아 베리(Bury) 지역 내 구역 후보가 된 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자 당선 가능성이 좀 더 높은 무어사이드(Moorside)로 지역구를 옮겨 유세를 펼쳐왔습니다.

[박지현 후보] “I am delighted to announce that I have been selected for my home Ward of Moorside for this year’s Local Election. I can't tell you how happy I am to hear that right now, Thank you all for supporting me…”

박 후보는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 자신을 홍보하고 하루 얼마나 걸었는지를 보여주는 스마트폰의 앱 사진 등을 올리며, 자신이 영국에서 되찾은 행복과 꿈을 더 많은 지역 주민들과 나누며 돕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박지현 후보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유세 홍보물

[녹취: 박지현 후보] “저희가 비록 난민으로 여기에 왔지만, 우리 손길을 바라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많을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저의 진실한 마음!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서로가 통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맨체스터 수도권 테임사이드(Tameside) 지역 내 덴턴 사우스(Denton South) 구역에 출마한 티머시 조 후보도 노동당 텃밭인 지역 민심을 돌리기 위해 매일 많은 주택을 방문하며 강행군을 펼쳤습니다.

조 후보는 5일 VOA에, 날마다 유권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며 참 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티머시 조 후보] “너무 걷다 보니까 아마 박 후보님도 마찬가지일 텐데 제 신발에 구멍이 다 났습니다. 유세하면서 느끼는 것이 아! 이게 진짜 민주주의의 상징이구나! 사람과 사람의 대화 의사소통을 통해 그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고 내가 무엇을 위해 왜 여기에 섰는지 충분히 설명해 드리고요. 당신들이 내게 표를 주든 안 주든 당신들은 나의 유권자이기 때문에 유권자를 위해 항상 헌신할 것이라고. 그 한마디에 마음을 돌리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아울러 이런 과정을 통해 미래 자유로운 북한 사회의 선거도 그려보는 계기가 됐다고 조 후보는 말합니다.

[녹취: 티머시 조 후보] “진정한 민주주의를 제가 후보자로서 이번 선거를 통해 배우게 되고. 저녁마다 집에 돌아올 때면 언젠가 내가 평양, 북한에 가서 이런 북한 유권자들과 얘기를 나눌 시간이 올까 그런 그림도 여러 번 그려봤습니다.”

조 후보가 출마한 구역은 노동당과 개혁당, 녹색당 후보 등 4명이 경쟁하고 있으며, 7명이 출마한 박지현 후보 구역은 2명을 선출합니다.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두 지역은 모두 전통적인 노동당 강세 지역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브렉시트 여파 등 큰 변수가 많아 과거보다 민심을 예측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영국의 BBC, 로이터 등 주요 언론과 프랑스의 AFP, 캐나다의 ‘CTV’, 중동의 ‘알자지라’ 등 세계 많은 언론들이 두 후보의 출마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뤄 지명도도 더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폭스뉴스’는 4일 “탈북민이 영국 선거에 출마해 정치 역사를 만들려 한다”며 박지현 후보의 극적인 인생 스토리를 자세히 조명했습니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에이단 포스터-카터 교수 등 영국 내 여러 한반도 전문가들도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두 후보의 출마 관련 뉴스를 올리며 지지 정당과 별개로 이들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계 블로그(ConservativeHome)도 최근 두 탈북민 출신 후보의 출마 소식을 특집으로 다루며 “두 후보가 우리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티머시 조 후보는 한국인과 탈북민들로부터 수백 건이 넘는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런 도전이 깜깜한 어둠 속에 계속 갇혀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후보] “당선 여부를 떠나서 저희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분들에게 보여준 자체가 저희로서는 상당히 큰 보람이며 큰 역할론을 보여줬고, 그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촉매제가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땅에서는 선택의 기회가 없었잖아요. 그러나 우리도 그런 환경이 주어지고 그런 자유의 땅이 있으면 누구나 다 그런 자기의 꿈과 희망을 향해 도전할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의 메시지를 그분들에게 저희의 이번 도전을 통해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