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중동 군사협력에서 아프리카 동상 건립, 벤츠 수입 정황까지”

베냉 현지 언론인 '베냉 플러스'에 소개된 동상 건립 소식.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30m에 달하는 이 동상은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제작 중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중간보고서에서 북한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동상 사업, 군사협력 등 다각적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 봉쇄에도 불구하고, 벤츠 등 사치품 수입 시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고서에 관해 지다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이번에 공개된 연례 중간보고서에서 전문가패널이 어떤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기자)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대북 제재 위반 현황을 조명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에도 이어지는 북한 정제유 수입과 석탄 수출 등 불법 해상활동, 노동자 송환 기간 이후에도 지속되는 해외 인력 파견을 통한 외화벌이, 가상화폐 탈취와 금융 기관 공격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제재 회피 현황이 주로 명시됐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불법 정제유 수입을 보면, 운송 빈도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었지만 반입된 정제유 양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는데요, 그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전문가패널은 원유를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외국∙북한 국적 유조선들이 이용됐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직접 정제유를 운반한 유조선 중에 적재량이 ‘가장 큰’ 시에라리온 국적 선박 ‘다이아몬드 8’이 올해 2월과 3월에 적어도 두 번 기항한 것이 한 예입니다. 이 선박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북한 유조선 ‘새별’(종림2호)에 비해 약 8배에 달하는 적재량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적재량이 더 큰 유조선으로 정제유를 운반하는 것이 소형 선박을 이용한 ‘선박 간 환적’보다 ‘더 효율적인 운송 방법’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여파로 북한의 사치품 수입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문가패널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기자) 전문가패널은 올해 상반기 북한의 국경 봉쇄, 공식∙비공식 무역 경로 폐쇄가 사치품 수입 기회를 제한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와 관련 올해 초부터 주류의 대북 수송이 ‘비정기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대북 제재 준수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여전히 ‘정교한 공급망’을 통해 고급 승용차를 불법 수입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또 한 유엔 회원국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도 제3국에 있는 회사들을 이용해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리무진을 수입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지난 2016년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에 고위직 관리들을 위한 독일산 벤츠 승용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진행자) 제3국과 공조한 북한의 제재 회피 현황 중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을까요?

기자) 우선 주요 군사 협력 지역으로 꼽히는 중동 내 시리아와 이란의 사례가 눈에 띕니다. 보고서는 유엔 회원국의 보고를 인용해 작년 8월 북한의 기술자들이 시리아의 SA-3 지대공 미사일 부대에서 작업을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지만 그 외 사항은 아직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 행정부가 지난주 대이란 제재 복원을 발표하면서 대북 미사일 협력에 관여한 이란 관료를 제재하면서 양국 간 군사 협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란의 사례를 설명해주시죠.

기자) 하원모, 김학철 등 북한 국적자 2명이 2020년 초 현재 이란에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유엔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를 2009년부터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이 기관을 ‘주요 무기 거래자’이자 탄도 미사일, 재래식 무기관련 부품의 주요 수출업자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녹취: 스브라지아 부차관보 (28일)] “The North Koreans and the Iranians, certainly have collaboration in the past on the missile programs, as evidenced by US sanctions imposed on actors involved in the North Korean Iran missile cooperation previously. So we'll continue to watch that.”

이와 관련해, 채드 스브라지아 미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는 28일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북한과 이란은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명백히 협력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란의 군수업체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의 고위관료들이 제재 대상에 오른 점을 양자 군사 협력의 증거로 제시하면서, 미 행정부가 이를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대북제재 회피의 또 다른 주요지역으로 지목되는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 행해진 제재 위반 활동은 없나요?

기자) 나미비아 당국이 올해 1월 전문가패널에 북한 당국의 제재 위반 시도를 보고한 점이 눈여겨볼 만 합니다. 북한이 대북제재대상인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그룹(MOP)’의 자회사가 소유해 나미비아 당국이 동결한 부동산의 판매를 제안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관련 자산을 나미비아 정부가 관리하는 신탁 기금에 판매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패널은 또 아프리카 지역에서 북한의 동상 건립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죠?

기자) 네,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그룹이 변경된 업체명 사용 등 신원을 모호하게 하는 방식으로 베냉과 기니의 동상 건설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만수대 그룹이 베냉에서 올해 8월 완공 예정 목표인 15-30m 높이의 동상 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유엔 회원국의 제보에 따르면, 북한은 기니 초대 대통령 아메드 세쿠 투레의 동상을 기니에 판매할 예정이었다는 점도 전했습니다. 동상 가격은 약 5만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외부에서 제작해 올해 중반에 기니로 배송될 것으로 보였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지난해 1월 두바이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와의 아시안컵 E조 경기에 출전했다.

진행자) 송환 대상 해외 노동자 중 북한의 축구선수들과 관련해선 어떤 내용들이 보고서에 담겼습니까?

기자) 북한 축구선수들이 벌어들이는 구체적인 금액이 명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탈리아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호날두’라고 불리는 한광성은 2018년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전 소속팀 유벤투스로부터 연간 52만 유로, 미화 61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유벤투스에서 카타르의 알두하일로 이적하면서 총 431만 유로, 미화 506만 달러의 5년 계약을 했으며, 이 중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27만 유로, 미화 32만달러 상당을 지급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탈리아 리그 아레초에서 뛰던 최성혁은 올해 1월까지 연간 2만 유로, 미화 2만 3천 달러 상당을 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당국은 SKN 장크트 푈텐에서 활동했던 박광룡의 계약이 7월 5일에 만료됐다고 밝혔다며, 다만 국경 봉쇄로 인해 현지에 잔류해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패널은 대북 제재의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연례 보고서에 포함시키고 있는데요, 이번 보고서에는 어떤 점이 언급됐나요?

기자) 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가 결합돼 민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명시됐습니다. 송환 대상 근로자 중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격리 조치의 영향을 받은 이들의 임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표명된 것이 한 예입니다. 다만 대북제재위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인도지원 제재 면제 승인 절차를 2일로 단축하고, 면제 기간을 1년까지 연장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왔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또 전문가패널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내 활동하는 인도지원단체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37개 기관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녹취: 호이스겐 대사 (28일)] “What, for us, is very important, for instance, that we have the humanitarian exceptions working that the humanitarian help to North Korea is not stopped by these sanctions and that works…”

이와 관련,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의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유엔대사는 28일, 미국의 ‘독일마샬펀드’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인도주의 예외 인정, 면제 체제가 작동돼 제재로 인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 제공이 방해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다겸 기자와 함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올해 연례 중간보고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