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 2397호를 채택한 지 어제(22일)로 3년이 됐습니다. 제재 이후 대외무역과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송금이 크게 줄어드는 등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관측됐지만, 정작 목표로 삼은 북한의 비핵화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7년 12월22일, 당시 유엔 안보리 의장국이던 일본의 벳쇼 고로 유엔대사는 대북 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발표합니다.
[녹취: 벳쇼 대사] “The result of the voting is as follows: the draft resolution received 15 votes in favor. The draft resolution has been adopted unanimously as resolution 2397 of 2017.”
전달인 11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채택된 2397호는, 같은 해 9월과 10월 채택된 2371호와 2375호와 함께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옥죄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습니다.
실제로 이들 3개 결의로 북한은 최대 수출품이던 석탄 등 광물을 비롯해 섬유제품과 해산물 등을 거래할 수 없게 됐고, 원유와 정제유 제품의 경우 수입량에는 상한선이 정해졌습니다.
결의는 또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북한의 노동자들은 당시를 기점으로 2년 후인 2019년 12월까지 모두 북한으로 되돌아가도록 했습니다.
공개된 수치를 보면 북한은 제재의 영향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사실이 확인됩니다.
북한은 최대 무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이 2013년 사상 최대인 29억 달러를 기록했고, 제재 여파가 나타나기 이전인 2016년까지만 해도 수출액이 26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2018년에 1억9천만 달러로 급감했고, 다음해인 2019년 소폭 상승한 2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2016년 수출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제재 이전까지 북한의 대중 수출이 매년 25억 달러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3년간 북한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본 손해만 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중단한 동남아시아 나라들과, 무역 규모를 대폭 축소한 러시아 등과의 교역액까지 합친다면 북한의 외화 손실액은 70억 달러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그밖에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액도 북한의 외화 수입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안보리는 북한이 약 10만 명의 해외 파견 노동자를 통해 연간 5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파악한 바 있습니다.
아직까지 중국 등의 이행 여부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송환 사실을 확인한 나라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 3년간 약 3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북한이 선박간 환적과 밀무역 등을 통해 다른 나라들과의 거래를 지속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위험 부담이 큰 탓에 전반적인 수익구조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해외 항구에 정식으로 입항해 하역하던 석탄을 바다 한 가운데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옮기게 되면 그만큼 운송비용이 높아지고, 석탄 자체의 가격을 낮추지 않고는 수입업자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재로 인해 지난 3년간 기계류 등을 반입하지 못한 것도 자체 산업발전에 큰 저해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지난 3년간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로 받은 경제적 충격은 외부에서 포착된 것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강도 높은 국경봉쇄 조치까지 시행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제재에 이은 또 다른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올해 1~10월 북-중 무역액은 제재의 여파가 불어닥친 2018년과 2019년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져, 이대로라면 2020년 북한과 중국의 무역량은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동당 39호실 고위직 출신 탈북민 리정호 씨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을 전후해 채택된 제재가 북한을 압박하고, 더 나아가 김정은 정권에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과거의 제재는 불법 활동을 하는 북한 무역회사들과 개인들, 북한 무역은행들을 따라다니며 제재하였는데 제재의 효과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이후 제재는 북한 무역회사들과 함께 중국에 있는 북한의 수출시장을 전면 차단해 돈줄을 막아버리고, 러시아와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유 수입시장을 막아버림으로써 과거에 비해 수 십 배의 엄청난 제재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그것은 김정은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습니다.”
리 씨는 특히 안보리 제재가 광물과 섬유, 수산물은 물론 노동력과 원유 수입 등 북한의 수출입 시장을 전면 차단한 매우 강력한 제재였다면서, 북한의 자금줄이 이로 인해 많이 끊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원래의 목적, 즉 비핵화 목표 달성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제기합니다.
제재가 가해지는 동안 북한은 오히려 무기 역량을 강화하는 등 비핵화 문제에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겁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있어서 제재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As far as the nuclear program is concerned I don't think that it's had hardly any impact…”
고스 국장은 북한은 내부 경제와 핵 프로그램 사이에서 서로 자원을 전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자금은 북한 경제와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핵 프로그램의 개발 속도는 외교적 관여가 있었던 2018년 느려졌지만 외교적 움직임이 적었던 2019년과 2020년엔 오히려 빨라진 특징이 있다며, “제재보다 외교가 더 큰 효과를 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VOA에 제재가 군사 부문뿐 아니라 민간 부문도 겨냥하면서 “북한 사회와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sanctions crossed the line into sanctions that not only targeting military…”
다만 뱁슨 전 고문은 제재 이전까지 매우 비효율적이었던 북한 경제가 제재로 인해 내부 자원이 북한 내부에서 활용되고, ‘돈주’ 즉, 신흥부유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