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폭격기 6대 한반도 근해 동시 출격… “중국·북한에 경고”

미 공군, 해군, 해병대와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군용기들이 18일 대규모연합통합훈련을 실시했다고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밝혔다. 이 날 B-1B 랜서 전략폭격기 4대, B-2 스피릿 스텔스폭격기 2대, F-15C 이글스 전투기 4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24시간에 걸쳐 '폭격기 태스크 포스(BTF)' 임무를 동시에 수행했다.

미국의 폭격기 6대가 미-한 연합훈련 시작에 맞춰 한반도 근해를 비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추구하는 순환배치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 차원의 훈련을 본격화하면서 중국과 북한 등 지역 핵심 위협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19일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에 따르면 B-1B 전략폭격기 4대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2대 등 6대의 폭격기가 지난 17일 하루 동안 미국 본토와 괌에서 출격해 대한해협과 일본 인근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B-1B 2대는 미국 텍사스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다른 2대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각각 출격했고, B-2는 최근 배치된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에서 출발해 일본 근해까지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1B 2대는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J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했습니다. 이 훈련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기지에 있던 F-15C 전투기 4대와 F-35B,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의 항모타격단 F/A 18 수퍼호넷 전투기도 참여했습니다.

미 공군은 “이번 임무는 언제, 어디서든 전 지구적으로 전투사령부 지휘관들에게 치명적이고, 준비된, 장거리 공격 옵션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공군 B-2 스피릿 스텔스폭격기가 17일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18일 시작된 미-한 연합훈련에 즈음해 이처럼 미군 폭격기 6대가 동시에 출격한 데 대해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한 연합사령관은 앞서 이번 미-한 연합훈련이 연합방위태세 검증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미-한 연합훈련과 일치된 시기에 한반도 부근에서 이뤄진 훈련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이렇게 세 곳에서 동시적으로 연합훈련 시작에 맞춰서 폭격기가 출격해서 한반도 인근에 모여서 미국의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있는 것 같고”

하지만 대북 경고로만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이례적으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선전매체가 통상적 수준의 반발 기사를 내보내긴 했지만 북한 당국 차원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 폭격기 출격이 북한을 특정한 훈련이라기 보다는 미군이 추구하고 있는 순환배치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 차원의 훈련을 본격화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러니까 중국을 1차적으로 견제하는 게 맞구요. 그냥 특정 위협이라기 보다는 지역적 위협에 대비로 보는 게 맞긴 해요. 동아시아 지역은 중국과 북한이 핵심 위협이니까 유사시 이렇게 전력 전개를 할 수 있다는 그런 훈련을 계속하는 거죠.”

케네스 월즈바흐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이번 폭격기 출격과 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미군의 장점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동맹국과 통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이러한 동시 임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구를 보장하는 임무를 지원하고자 아군을 신속히 배치하는 광범위한 옵션을 제공하는 능력과 태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화상세미나에서 역동적 전력 전개, DFE와 같은 새로운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전구들에서 더 많은 순환병력 배치를 계속 추구하고 싶고 이는 미국이 전 세계의 도전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전략적 유연성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스퍼 장관이 언급한 DFE 개념은 중국과 러시아 등 적성국이 미군의 작전과 전력투사 계획을 예측할 수 없도록 불확실성을 높인 전력 운용 개념입니다.

미군 전력을 한 곳에 붙박이로 두는 그간의 전략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으로 유연하게 이동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