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서울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중국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회담과 오찬을 포함해 3시간의 대화를 통해 양자 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과 국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주로 오찬 때 논의됐고 회담에서는 양자관계에서 다양한 협력 증진 방안이 다뤄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현재 한반도 상황이 유동적이며, 북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미국의 행정부 교체를 주시하며 관망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왕 부장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을 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중국도 계속 지지하고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은 앞으로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나가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입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한국 입장에선 미국 행정부가 북-미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북한이 안보적으로 강경하게 나오거나 8차 당 대회에서 경제총력집중 노선을 변경하거나 이런 메시지를 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중국에 대해서 그 부분에 대한 협력을 요청한 그런 측면이 이번에 반영됐다고 보이죠.”
왕 부장은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왕 부장은 “신종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중-한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 발발 이래 양국 국민들은 ‘수망상조’, 즉 어려울 때 서로 협조하며 대응한다는 정신에 따라서 서로를 도와왔다”며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지역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각자의 기여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또 한국 정부의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 구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였습니다.
미 대선 이후 조 바이든 당선인 측의 정권인수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진 이번 한-중 외교장관 만남에서 양측은 미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측은 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주의와 국제적 협력 관점을 갖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왕 부장은 강 장관과의 오찬이 끝난 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건설적 역할과 협력에 감사한다”며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중 관계 중시를 보여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안부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문 대통령과의 우정과 상호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내용의 시 주석의 구두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