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미국 내 탈북민들의 대선 투표와 지지 후보는?

2020년 미국 선거가 열린 3일 신시내티 거리에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팻말이 각각 세워져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 내 탈북 난민의 수는 총 220명인데요, 이들 중 올해 미 대선에서 투표한 탈북민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했을까요? 장양희 기자가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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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인데 바이든을 찍는 사람도 있습니까?”

켄터키 주에 거주하는 50대 탈북 남성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히며 반문합니다.

이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그가 미국 경제를 성장시켰고, 이는 그의 결단력과 추진력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니까 미국이 많이 좋아졌고, 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탈북민이라는 정체성 때문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여러 번 만나면서 북한을 이롭게 한 것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강화된 대북 제재로 경제를 압박했고, 억류됐던 미국인들을 풀려나게 했다는 겁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북한에서 누리지 못했던 경제적 여유와 대북정책을 고려했다는 이 남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비관적으로 생각했지만, 탈북민으로서 해야 했을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정은 미 주류 언론에 영향받지 않았으며 당파적으로 변하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30대 탈북 여성은 기독교 신앙이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합니다.

보수정당의 낙태 반대 정책은 자신의 기독교 가치관과 가깝고, 그 정책을 지키는 트럼프 대통령을 좋게 본다는 겁니다.

이 여성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판문점 회담은 실망스러웠고 미국의 이익에만 치우치는 것 같았다며 대북정책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종교적 신념이 대통령을 뽑는 주요 요인이라는 탈북민도 적지 않습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존 김 씨는 대선 당일 VOA에, 기독교 목사로서의 신념과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할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김] ”우리 자녀들, 후대를 생각하더라도 먼젓번 오바마 정부 때 동성연애자와 차별금지법이 통과돼서 우리 아이들 앞으로 장래에 많은 걱정이 남아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여러 이유를 들며 트럼프 후보를 뽑았다고 말합니다.

이 남성은 “민주당의 오바마케어는 의료보험 강제 정책인데, 5년 전 4인 가족 최소 금액인 480달러를 매달 냈고, 벌금도 냈다”며 “당시 150 달러로 한 달 동안 살면서 놀러 가는 건 꿈도 못 꿨다”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또 “코로나 대응을 민주당이 비판하는데, 모두 처음 겪는 전염병 대유행을 놓고 민주당도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내 식구부터 챙기는 것이 ‘미국 우선주의’라고 생각하며 세금인상 정책은 서민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남성은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좋은 사이라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북한을 잘 다루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를 선택한 탈북민들은 코로나 대응, 난민 정책, 대북정책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탈북 여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난민정책과 이민정책 탓에 미국으로 들어오는 탈북민 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 상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과학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선거 직전까지 고민하다가 바이든 후보를 찍었다는 이 여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실력을 봤으니 바이든 후보는 어떨까 궁금했다고도 말했습니다.

30대 남성 대니 리 씨는 미-북 정상 간 만남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대니 리] “작년에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만나는 모습을 보고 그 분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일방적인 거고 작은 팩트(fact)거든요. 트럼프 대통령도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을 가지고 갔을 텐데 거기에 대해 팔로업(follow-up)된 게 없고, 또 코비드가 터지고 해서... 저는 큰 기대감을 두지 않았어요.”

대니 리 씨는 또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성과가 없다고 생각해 바이든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앨라배마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은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이 서민들에게 더 낫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미국 내 탈북 난민 수는 220명으로 이들에게는 미국 입국일로부터 1년 후 영주권을 얻고 5년 후에는 미국 시민이 될 자격이 주어집니다.

VOA가 접촉한 24명의 탈북 난민 가운데 20명이 투표권을 갖고 있었고, 영주권자인 4명은 영어로 진행되는 시민권

시험에 떨어졌거나, 미국 시민이 되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4명의 영주권자 가운데 3명은 “미국 시민이었다면 트럼프를 뽑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표권이 있지만 올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탈북민도 있습니다.

투표하지 않은 2명의 탈북민 중 한 남성은 투표권에는 기권도 포함된다고 강조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기성 정치인들을 믿지 않으며, 이들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나 공평하지 않은 일도 서슴지 않고 행한다”면서 “자신은 공화당 성향이 강하지만 이번엔 중립을 지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공화, 민주 양당으로 심하게 갈리는 미국민들이 실망스럽고 차라리 중립적인 견해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뒤 장기간 망명 신청을 이어가던 탈북 남성은 “좌파를 반대하는 공화당이지만 가족의 신분 문제를 생각하면서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아들은 뼛속까지 미국인이고 민주당의 진보정책을 무척 싫어하지만,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DACA(불법체류 청소년추방유예제도)’를 폐지하려는 트럼프를 이제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미국 내 탈북민들은 대부분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탈북민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대 탈북 남성은 탈북민들 다수가 공화당 지지자인 이유는 공산정권으로부터 억압을 받다 탈출했기 때문이라며, 북한 정권의 변화와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에, 쿠바나 북한 같은 공산정권을 경험한 난민들에게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난민 출신들은 낮은 세금과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존 김 씨는 미국에 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선거에 참여할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김] “북한에서는 선거가 있어도 자유스러운 선거를 못 하거든요? 눈치를 보면서 억지로 하는 선거 투표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안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하고픈 대로 자유롭게 하는 나라 아닙니까. 그러니까 너무 중요한 것이죠, 자유롭게 투표하는 것. 그래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