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를 완료한 대북정책의 성공 여부는 세부 내용에 달렸다고 밝혔습니다. 대북정책의 핵심 내용으로 알려진 단계적 접근법을 북한이 받아들일지, 또 이를 통해 비핵화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주목된다는 겁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내용을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단계적 접근법’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단계적 접근법’이 이전 접근법 보다 더 성공적일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이 접근법의 개념은 ‘군축’이라며, 이는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기 힘들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They think that so-called phased approach will be any more successful than previous approaches…”
매닝 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계적 접근법’을 내세운 미국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이는 김 위원장의 목표인 합법적 핵 보유국에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단계에서 대화가 중단되더라도 김 위원장은 핵 보유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여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계적 접근법이 과거에도 실패했던 정책이었다며, 단계적 접근법과 같은 큰 틀이 아닌 북한을 어떻게 대화 테이블로 이끌지 등 세부적인 내용이 핵심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새 대북정책으로 소개된 ‘세심하게 측정된 대북접근법’은 “새로운 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대북정책은 제네바 합의와 6자회담, 2.29 합의,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일부 제재 완화 등을 통해 미국이 시도했던 것들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 대북정책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때만 작동할 것이라며, 문제는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이 같은 견해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me preliminary thoughts are that they're continuing to emphasize that this is a new approach…
공개된 내용으로 유추해 볼 때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접근법 혹은 이전 행정부와 다른 정책을 펼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현재 언급되고 있는 단계적 합의는 1994년 제네바합의 등 과거 여러 합의는 물론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됐던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새 대북정책은 ‘상호적인’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y seem to want to have the kind of reciprocity thing which Stephen Biegun was actually a big fan of…”
고스 국장은 상호적 접근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스티븐 비건 전 대북특별대표가 선호했던 방식이라며, 한 때 미-북간 전쟁 위기가 고조됐던 트럼프 행정부 땐 충분히 통하는 아이디어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고 김정은 위원장이 ‘다른 길’을 모색한다고 말한 현 시점에서는 이런 방식이 작동할지 의문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새 대북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새 대북정책의 세부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초석으로 삼고 있다는 보도는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I think the good thing the Biden administration did, according to The Washington Post report, is they did acknowledge that the Singapore statement would be something that they would build on…”
미-북 양측이 동시에 양보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접근과 상호적 접근을 한다고 북한에 밝히고, 이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서서히 줄여 나가면서 신뢰를 쌓는 건 바이든 행정부가 승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언론을 통해 새 대북정책에 대해 설명한 미 정부 당국자가 새 접근법을 시행하는 중에도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한 점에 주목하면서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발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새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올해 2월엔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도 거절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He's the one that walked away from Stephen Biegun’s entreaties to talk. He's the one that would not respond…”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새 대북정책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켄 고스 국장은 새 대북정책의 성공 여부는 구체적인 정책 추진에 있다면서, 대북정책이 작동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먼저 양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아닌 북한이 먼저 양보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개인적으론 새 대북정책이 작동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politically the only one you really can sell is that the North Koreans make the first concession…”
고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땐 북한이 제재 완화를 위해 핵을 포기하려 했던 시기가 있었고, 당시였다면 지금과 같은 새로운 접근법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