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에 강한 반발을 하는 등 문제 해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조건부 양보와 대북 인도 지원, 제2의 전략적 인내 등을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1994년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를 끌어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현재 미국과 북한의 교착상태 해법으로 미국의 ‘조건부 양보’와 이를 통한 북한의 ‘진정성 확인’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reduce some of the pressure of sanctions in exchange for some substantive moves, possibly what the North Koreans offered at Hanoi, namely shutting down Yongbyon and see whether that does demonstrate seriousness of purpose.”
갈루치 전 특사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 시점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직접 혹은 중국을 통해 제재 압박을 줄이는 대신 북한이 하노이에서 언급했던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같은 실질적인 움직임을 되돌려 받는 제안을 하는 것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과정은 북한이 (비핵화) 목적에 진지한지 여부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갈루치 전 특사는 강조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먼저 제재를 완화 등을 통한 양보를 할 경우 미국 내에서 정치적인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동의했습니다.
다만 현 대북정책은 ‘봉쇄 정책’이라면서 “상대편인 북한은 경제적으론 아니더라도 군사적으로는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is is a policy of containment. And the other side, the North gets stronger in military terms if not in economic terms. So, if you ask the question what can we do? We can try inducements, but they can't be too generous...”
따라서 갈루치 특사는 “유인책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유인책이 너무 관대해선 안 된다면서, 그 이유는 자칫 한국과 미국의 국내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도 제재 해제 제안을 통한 문제 해법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갈루치 전 특사가 언급했던 미국 내 정치적 반발, 즉 의회의 반대로 인해 ‘선 제재 해제’ 방식의 문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가능하게 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You can look in test for some humanitarian aid to go in. Maybe if North Korea is desperate enough, they would take that to some back channels. You can look to make sure you can talk about making some security guarantees up front, although I don't think the North Koreans really care too much about that. But you can make it.”
고스 국장은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이 가능할 지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면서, 만약 북한이 절박한 상황이라면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비록 북한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안전 보장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이 확실히 할 수 있다고, 고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현재 신경을 쓰는 건 제재 완화뿐이라면서, 따라서 미국이 제재 완화라는 북한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못한다면 사실상 북한 문제는 꽉 막힌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일부 전문가들이 ‘제재 완화’를 일종의 현 교착상태의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해법 자체가 많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 목표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제 속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의 ‘전략적 인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But at the end of the day, some version of hanging in there, keeping the pressure on maintaining alliance solidarity, keeping up our military strength with our South Korean partners, and just keeping the heat on North Korea and making North Korea continue to pay a price. And if that's if you want to call that strategic patience OK, I think it's a little bit different from strategic patience, but there aren't any other options out there.”
결국 어떤 식으로든 버티고 압박을 가하며, 동맹의 결속과 더불어 한국과의 군사력을 지키면서, 북한에 대해 관심을 유지하는 동시에 북한이 계속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외엔 방안이 없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런 것들은 ‘전략적 인내’와 약간 차이가 있지만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며, 지금은 이 외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미북 대화의 돌파구를 만드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차관보] “You go back to the Clinton administration and sanctions easing was an element of our policy back then, and I was part of that process of talking about the easing up of sanctions and we removed many of the sanctions that were on North Korea at that point, even in the Bush administration, some sanctions on North Korea were removed. And what was the outcome?”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자신도 관여했던 클린턴 행정부 당시 제재 완화는 대북정책의 한 요소였고, 대화 과정을 통해 많은 제재가 해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부시 행정부 때도 심지어 일부 대북제재가 완화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 결과는 어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대북 문제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목록 중에 제재 완화나 제재 해제는 늘 포함돼 있었다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 작동하지 않았던 제재 완화가 사실상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된 현 시점에 왜 작동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공이 북한에 있다”며, 결국 북한이 선택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The principle ought to be reciprocity, and if North Korea takes is willing to take some steps then I think the US would be willing to undo some of the sanctions. But I don't see any sign of any movement. I mean, the Biden administration for six months has been making every public and private effort to get them to talk, and they've gotten no response.”
원칙은 상호주의여야 하고 이에 따라 북한이 특정 조치를 취하면 미국도 기꺼이 일부 제재를 완화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매닝 연구원은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6개월 동안 공개적으로, 또 비공개적으로 대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대화와 화해 협력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북한은 관심이 없다는 점을 표명했고, 또한 모두가 예상한 미사일 실험 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며 “북한은 일종의 완강한 고슴도치의 모습으로 내부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갈루치 전 특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선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를 물어야 한다면서, 이 때 미국보단 북한이 잃을 게 더 많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Certainly the North could continue to accumulate material, still going nuclear weapons, do certain kinds of tests with their ballistic missiles and gain more confidence, but they don't solve any of their economic problems. They don't solve their political problems which get even worse. There's no normalization of relations.”
물론 북한이 현 교착상태 동안 계속 핵 물질을 축적할 수 있고 핵 무기를 개발할 수 있으며 탄도미사일 실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순 있겠지만, 경제 문제와 국내 정치 문제는 더 심각해질 뿐 해결할 수 없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겁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따라서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가 계속 이어지게 해선 안 되겠지만, 이런 상황이 꼭 타당하지 않다고만 말할 수 없으며, 미국과 동맹이 이를 통해 큰 고통을 받는다고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고스 국장은 교착상태가 길어지게 되면 북한은 중국 쪽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워져 패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