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언론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주 만의 공개 행보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북한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선 가운데 나온 점에 주목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24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 이행을 다짐했다며, 이는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등을 돌리기로 한 그의 결정을 강조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번 노동당 중앙군사회의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개최 2주년을 앞두고 열렸다면서, 1차 회담 뒤 이어진 협상에서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북한은 공개적으로 더 강경한 노선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이어 레이프-에릭 이즐리 한국 이화여대 교수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핵실험 재개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북한의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즐리 교수는 워싱턴의 의도는 군비통제 약속과 이행 개선을 위해 러시아와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겠지만, 이런 움직임이 이런 나라들의 핵 활동을 부추기고 북한에는 다음 도발을 위한 핑곗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김정은이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면서,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방침’과 함께 관련 인사들의 승진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승진한 리병철 부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을 총괄하고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포병과 미사일 전력에 특화됐다며, 이들은 김 위원장이 대미 외교 ‘붕괴’ 이후 핵·미사일 역량 강화에 다시 집중하면서 역할이 확대된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박정천 총참모장은 지난해 12월 미사일 엔진시험장에서 두 차례 시험을 진행하며 관련 자료가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또 김 위원장의 회의 참석은 3주 만에 북한 매체에 보도된 첫 공개 활동이었다며, 지난달 수 주 간의 잠적으로 ‘신변 이상설’ 등이 촉발됐고, 이번 달 이런 상황의 반복이 비슷한 소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습니다.
‘AP’ 통신은 이번 중앙군사회의에서 “위협적인 외부세력”을 저지하기 위한 역량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전하며, 여기서 언급된 ‘외세’는 미군과 한국군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번 회의는 미국과의 핵 협상 교착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열렸다며, 미-북 외교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대북 제재에 대한 이견으로 아무 합의 없이 끝나면서 흔들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를 예고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에 더는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단거리 미사일 시험만 이어갔을 뿐 이런 위협을 이행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신은 또 전문가 분석을 통해,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대외적 신호보다는 국내정치와 더 관련이 있지만, 세계가 그의 3주간의 잠적을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에 관영매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 흥미롭다고 보도했습니다.
‘CNN’ 방송은 북한 매체가 세부 내용은 소개하지 않으며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 하는 새로운 방침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시한’까지 워싱턴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새해 메시지를 통해 핵 억제력 강화를 선언하고 스스로 밝힌 주요 무기에 대한 실험 유예를 더는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올해 미사일 시험을 강화했고, 지난 3월 말에는 일본 해안 주변에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는데, 이는 한 달도 채 안 돼 6번째 발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