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22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미국과의 교착 국면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군부 다잡기와 공안통치 강화를 통한 내부 결속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만에 다시 나선 공개 행보의 무대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24일 당 중앙군사위가 열린 정확한 날짜를 공개하지 않은 채 회의 결과들을 보도했습니다.
보도날짜로만 따지면 김 위원장은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이 지난 2일 공개된 지 22일 만에 다시 공개 활동에 나선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미국과의 교착 국면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군부를 다잡고 내부 민심을 추스리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무력기구 편제 개편 문제와 함께 자위적 국방력을 급속히 발전시키고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 편성해 위협적인 외부세력들에 대한 군사적 억제 능력을 완비하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중국과의 국경 봉쇄로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군사 행보는 외부 위협을 강조해 민심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N.K. leader reappear in 22 days presiding over key party meeting act1 hyk 5/25/20>[녹취: 부형욱 박사] “그런 내부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선 외부 위협을 강조하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북한 나름의 대응책을 갖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치 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지도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방편으로 이번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그런 내부용으로 쓰였을 것이다, 그렇게 보여집니다.”
이번 회의에선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군 고위층에 대한 인사도 단행됐습니다.
리병철 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 2012년 4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됐던 최룡해 이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됐습니다.
리병철 인사를 두고서는 지난해 말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공언한 북한의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과거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나 총참모장이 맡았는데 군수공업부장이 부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핵과 미사일 개발 책임자를 군사정책 최고결정기관의 부위원장직에 임명한 것은 군수공업 분야에 대해서 파격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겠고요, 북한이 핵 무력 강화에 앞으로 보다 전력투구할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번 인사에서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현직 군 수뇌부 중에서 유일하게 군 차수로 전격 승진했습니다. 포병국장 출신인 박정천은 지난해 9월 총참모장에 임명된 데 이어 군 차수까지 고속 승진했습니다.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리병철이나 박정천에 대한 인사가 경제난 때문에 재래식 전력보다 원거리 타격 무기 전력 증강에 몰두한 김 위원장이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낸 참모들에게 파격적인 포상을 함으로써 군 사기와 충성심을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경택 국가보위상도 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가적 봉쇄 상태 속에서 공안통치를 담당하는 국가보위성에 보다 힘을 실어줘 주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22일 만에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군부 고위 인사들 앞에서 지도력을 뽐내며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이번 회의와 관련해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김 위원장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헤어 무스로 머리를 위로 올린 채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달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평소 자주 착용하던 짙은 뿔테 안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연단 아래에 북한의 고위 군부 인사들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란 지휘봉을 들고 연단 한쪽에 준비된 대형 TV 스크린 속의 그림을 짚으며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민간연구소의 한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통치능력과 군 통제 능력, 전문적 식견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이미지 연출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