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가뭄 지수가 지난 몇 개월 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북한이 밀가루 수입을 크게 늘린 가운데, 앞으로 몇 달 동안 강수량이 북한의 올해 식량 상황 개선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 가뭄 지수(Drought Index)를 보여주는 미 해양대기청(NOAA)의 지도는 지난달 22일부터 28일 사이 북한 중부지대 곳곳을 검붉은 색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 지도는 가뭄의 정도에 따라 ‘중간’과 ‘높음’, ‘심각’ 수준을 노란 색과 붉은 색, 검붉은 색으로 구분하는데, 이 기간 붉은 색이나 검붉은 색으로 표기된 지점이 많은 건 가뭄이 그만큼 심각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올 4월부터 6월까지 12주치 자료를 살펴보면, 북한의 가뭄은 4월 첫 주부터 시작돼 5월 둘째 주까지 이어졌습니다.
이후 가뭄이 잦아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2주 만에 다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면서 최근까지 가뭄 정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는 붉은 색이 뒤덮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3개월 동안 가뭄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시점은 단 2주에 불과했습니다.
2015년 이후 매년 6월 마지막 주 상황을 놓고 비교해 봐도, 올해가 예년보다 가뭄 상황이 더 심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6년 간 상황이 나빴던 해는 2017년과 2019년, 2020년인데, 그 중에서도 붉은 색 점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시점은 2020년이었습니다.
국제사회 등은 북한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북한에 2년 연속 불규칙한 기후와 가뭄이 이어졌다며, 특히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평균 강수량이 100여 년 만에 최저인 56.3mm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북한 전체 주민의 40%에 해당하는 1천만 명에 대한 식량 원조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세계기상기구는 전했었습니다.
또 지난해 VOA는 가뭄 지수 지도를 분석해, 지난해 4월과 5월을 중심으로 중부와 북부 지역의 가뭄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와 비교하면 올해는 4월과 5월 붉은 색을 덮고 있는 지대가 지난해보다 남쪽, 즉 황해남북도 일대에 더 집중돼 있습니다.
또 지난해엔 5월 말부터 상황이 급격히 호전되는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6월에 접어들면서 가뭄 지수가 더 높아진 점이 특징적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까지 가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남은 기간 강수량이 북한의 올해 작황 사정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key thing is whether the rain comes in July…”
7월 강수량은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도의 쌀 수확에 매우 중요하며, 따라서 현 시점 이 일대가 물로 가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장기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최대한 덜 받을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농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One of the long term problem in North Korea…”
1950~60년대와 달리 지난 몇 년 간 북한은 농경 시스템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고, 이는 관개시설 확충을 포함한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들은 북한이 지하수 시설들을 건설하고, 저수지 담수 능력 확장 등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노력들이 최근 몇 년 간 반복되고 있는 가뭄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몇 개월 사이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식량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중국으로부터 약 945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2만9천130t 규모의 밀가루 제품을 수입했습니다.
이는 전 달보다 6배 늘어난 것이며, 북한의 5월 전체 수입품 중 두 번째로 액수가 많은 품목이었습니다.
북한은 또 지난 4월 러시아에서 740만 달러어치의 밀가루를 수입했는데, 이는 최근 몇 년치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액수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