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권 전문가들 “한국, 남북한 인권에 같은 잣대 적용해야...주민 배제한 관계개선 무의미”

지난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 공연 중 관중을 향해 맞잡은 손을 들어 보였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남북한 인권에 같은 잣대를 적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대다수 주민을 배제한 채 극소수 김 씨 정권과의 관계만 개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탈북민 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가 지지를 얻으려면 핵과 미사일 문제뿐 아니라 인권 상황 개선도 필수 조건임을 오랫동안 강조해왔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법치, 인권으로 대표돼 온 미국의 핵심 가치에 예외를 둘 수 없는 만큼, 북한의 극도로 열악한 인권 실태를 적극 제기하고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군사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적극적인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원칙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치 민주화와 각종 차별 철폐를 위해 싸우며 인권을 기치로 내걸어온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은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인권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지 못하며, 북한 주민들이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한 북한과의 관계 진전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My sense is that progress in relations with North Korea is not going to be positive unless there is some recognition of the value and importance of human rights, unless information gets into North Korea, unless the people in North Korea have some ability to influence their government.”

전문가들은 특히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 한국에서 ‘북한의 특수성’이라는 전제 아래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중시되는 인권의 가치와 기준이 북한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한국 진보와 보수 세력 간 극심한 대립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 “There needs to be an end to the damaging polarization on North Korea rights issues between progressive and conservatives in South Korean politics.”

“인권은 38선 이북과 이남의 한반도 전체에서 수호돼야 하며 북한의 끔찍한 인권을 못 본 척하는 정책은 김정은이 한국 정부를 더욱 경멸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 “President Moon Jae-in must recognize that human rights have to be defended across the entire Korean peninsula, both north and south of the 38th parallel. He should realize that his policy of looking the other way about North Korea’s horrible rights record only emboldens Kim Jong-un to tre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more dismissively.”

전문가들은 ‘북한 독재 체제와는 관계 개선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걸림돌에 먼저 부딪힌다’는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대다수 주민과 철저히 분리된 극소수의 지배 권력과 소통하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면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차후 권력 구조가 바뀔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한계를 들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 인구의 매우 작은 부분인 김 씨 정권과의 합의는 장기간 지속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가 깊고 의미 있게 변화하려면 인권 존중이 일부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An agreement with Kim regime which represents a very small segment of the population in North Korea is not going to be viable in the long run. The respect for human rights needs to be a part of it if it is going to be a deep and meaningful change in relationship between the North and South. And I think that's one of the things that needs to be kept in mind.”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인 태영호 씨와 북한인권 활동가 지성호 씨가 한국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 미국에서 특히 주목받는 데는 이런 문제의식이 깔렸습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서 벌어지는 잔악 행위를 경시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태영호 당선자가 북한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지지하고 증폭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The Moon government has downplayed the human rights atrocities happening in North Korea. So it would be great to have Thae Yong-ho in a position where he can really advocate and amplify the voices of those who are still suffering in North Korea.”

그러면서 “폭정과 독재 아래서 살았던 사람들이야말로 자유와 인권을 가장 열정적으로 옹호하며, 한국이 공화국 체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더 나아가 “태영호 씨와 지성호 씨가 북한에서 학대받고 탈출한 사람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국회에서 전달하는 한 한국의 일부 진보 인사들이 북한의 끔찍한 인권 유린을 완고하게 계속 부인하는 것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 “Having Thae Yong-ho and Ji Seong-ho in the national assembly as authentic voices of those who have faced abuses and exile from North Korea will make it much more difficult for some of South Korea’s progressives to continue their wrong-headed denials of the DPRK’s horrific human rights abuses.”

로버트슨 부국장은 그런 점에서 “북한 출신 태영호 씨가 한국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탈북민의 한국 정치 참여에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한국 정치권 전반에서 모두 환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 “Thae Yong-ho’s victory in a constituency election for parliament is a milestone for the participation of North Korean defectors in South Korean politics, and should be cheered by people on all sides of the political spectrum in Seoul.

하지만 국회입성에 성공한 탈북민의 입지와 안전 문제에서부터 의정활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변수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태영호 씨가 보수주의 후보로 당선된 것은 이번 한국 총선의 추세와 상충된다”며 “이미 연설과 저술 활동으로 큰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라는 사실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습니다.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Mr That's legislative victory seems to be a function of his rather high profile as a speaker and writer. His win as a conservative apparently runs against the general election trend. But it seems to me that Mr. Thae is an exception. Defections are down these days and many former North Koreans have seemed to have a tough time in a place that is very different.

이어 “태영호 씨는 예외에 속한다며, 최근 탈북 규모가 줄고 있고 많은 탈북민이 (한국의) 달라진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정파를 초월한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탈북민의 권익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지속해서 상기시키려는 두 의원의 활동이 유권자의 선택과 관계없는 편견과 외부 위협 등을 만났을 때 자유 민주주의의 힘이 더 크다는 사실을 정부가 나서서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대북 제재와 인권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탈북민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며 “이런 위험 속에서 출마한 태영호 당선인과 지성호 당선인 모두 큰 용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Both men showed great physical courage by standing as candidates. Pyongyang has repeatedly sent assassins to the South to murder outspoken émigrés. Both Thae and Ji already know they and their families will receive threats and intimidation, both from North Korea and from hard-left student and labor groups in the South.”

스탠튼 변호사는 “두 사람과 이들의 가족은 북한 뿐 아니라 한국의 극좌파 학생과 노동자 단체 등의 위협과 협박 또한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문재인 행정부가 이들의 안전과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호하느냐는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가 김정은을 달래려는 충동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How effectively the Moon administration protects their safety and their freedom of speech will be a test of whether its commitment to liberal democracy is greater than its impulse to appease Kim Jong-un.”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의 4.15 총선 결과는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를 높이 평가한 것이지 대북 접근법에 대한 재신임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이번 총선을 현행 대북 정책에 대한 위임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많은 유권자는 문 대통령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방식을 보고 여당에 표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 think there's concern about Moon Jae-in’s North Korea policy but I think a lot of people voted for his party, because he's done well on dealing with the virus issue and I think that may be more what the message is. I don't think this was a referendum on North Korea as much as it was a referendum on dealing with the virus.”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뤄진 것이지 북한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는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한국 정부가 인권 문제를 북한의 수용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정치적 요인이 아닌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다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그 출발점으로 지난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서 정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을 문 대통령은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 “President Moon should fulfill the terms of the bi-partisan North Korea Human Rights Act by finally establishing the foundation and other structures required by that law and appointing an special ambassador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who will work vigorously to ensure North Korea human rights are an important part of dialogues between North and South.”

스탠튼 변호사는 특히 한국 정부가 탈북민 출신 의원을 북한 정책 수립에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Two well-known emigres will now represent the aspirations of the North Korean people in the South Korean National Assembly, and Thae's inside knowledge can help inform South Koreans of Pyongyang's plans to use threats and "peace" negotiations to gain hegemony over the entire Korean Peninsula.”

“잘 알려진 망명자 2명이 한국 국회에서 북한인들의 열망을 대변하게 됐고,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태영호 당선인은 한반도 전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위협과 ‘평화’ 협상을 이용하려는 북한의 계획을 한국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더 나아가 북한 주민들에게 이들의 당선 소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정보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태영호, 지성호 당선자가 야당 소속이라 하더라도 문재인 행정부와 모든 한국인은 그들의 승리를 축하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이를 북한에 대한 정보유입 캠페인의 주제와 메시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Although Thae and Ji are from opposition parties the Moon administration (and all Koreans) should celebrate their victory. The Korean government should also include their victories in themes and messages as part of an information and influence campaign.”

맥스웰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방송 매체들도 탈북민의 한국 국회 입성 소식을 북한에 적극 알려야 한다”면서 “그들의 승리에 대해 북한인들이 알아야 하고 이것은 통일 과정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전진 단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need to know about their victories. This is a key step forward to support the unification process. “Their victory and subsequent reporting on their actions while they are serving in office will help to educate those in the north about a real democratic process. They will be an inspiration to the people because they know they will be able to better survive and thrive in a unified Korea that will be called the United Republic of Korea.”

아울러 “그들의 승리와 관련 보도는 북한인들에게 진정한 민주주의 절차를 교육하고 ‘통일 한국’에서 더 잘 생존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영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