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교류 사실상 중단…코로나·남북관계 악화 탓

지난 2015년 10월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측 박문수(71)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누나 박문경(83) 할머니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다. (자료사진)

남북관계 경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장기화가 겹치면서 올들어 남북 이산가족 교류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추진 계획도 당분간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14일 공개한 ‘2020년 이산가족 교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는 ‘서신 교환’만 4차례 이뤄졌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차례의 절반에 그치는 수치입니다.

‘생사 확인’이나 ‘상봉’은 아예 없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중 민간 차원의 생사 확인은 한 차례 있었습니다.

통일부의 민간 차원 이산가족 교류 통계는 통일부의 허가를 얻은 사례들만 집계한 겁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집계된 민간 차원 교류는 서신 교환이 16건, 생사 확인 2건, 상봉 1건 등이었습니다. 또 2018년엔 서신 교환이 37건, 생사 확인 7건, 상봉 1건 등이었습니다.

올들어 민간 차원 이산가족 교류가 급감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이산가족 교류가 이뤄지는 주 무대인 북-중 국경 지역이 봉쇄된 탓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이우영 교수] “민간 부문 교류라는 것은 어차피 당국이 안하고 조선족이라든지 이런 민간 브로커를 통해 하는 것인데 지금 국경도 완전히 폐쇄돼 있고 어차피 이동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위축돼 있다고 봐야겠죠.”

남북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의 위축은 한층 더 심각합니다.

남북 간 4.27 판문점 정상회담과 9.19 평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한반도에 훈풍이 불었던 2018년 당국 차원의 생사 확인 건수는 292건 총 1천996명이었고, 방북 상봉은 170건 총 833명에 달했습니다.

그 해 8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됐고 9.19 평양 정상회담에선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 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2019년과 올 상반기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당국 차원의 교류가 전면 중단된 것은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와 남북관계 경색이 겹쳐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제3차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2020년 시행계획’에서 인도적 협력 차원으로 오는 8월 15일 ‘이산가족 상봉 20주년’을 맞아 이산가족 대면 상봉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신종 코로나 대응을 시작으로 이산가족 교류 등 남북 협력사업을 확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신종 코로나의 전 세계적 확산세가 한층 심각해지면서 방역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한국과의 인적 교류를 더 꺼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방역협력을 앞세워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려는 한국 정부의 구상도 그만큼 현실화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이우영 교수] “방역 문제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여전히 방역에 대해서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하고 상관없이 북한에 코로나가 없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공식적 고리로 가긴 어려울 거라고 봐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한국이 북한에 대규모 식량 지원 같은 반대급부를 제공하면서 성사되곤 했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지금은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더 낮아진 국면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요구는 한국이 2018년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는 것이라며, 국제사회 대북 제재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로선 과거보다 치러야 할 비용이 더 커진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북한은 합의된 약속을 지키라는 거에요. 4.27과 9.19에 나오는 것들이거든요.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 우선 정상화, 철도 도로 연결, 보건 의료 산림 등 인도적 협력 이런 거거든요. 근데 이것을 해달라는 거에요. 말로만 하지 말고 확실하게 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거거든요.”

지난달 25일 기준 한국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 시스템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올해 사망한 신청자는 1천379명으로 나타났습니다.

5월 말 기준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이들은 모두 13만3천386명인데, 이 가운데 생존자는 약 39%에 해당하는 5만1천367명입니다. 특히 생존자들 대부분이 고령으로 90세 이상이 26%, 80대가 40%나 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