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 대회 결론서 "핵 억제력 강화"…김여정 대남 비난 담화

13일 북한 노동당 8차 대회를 마친 후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 지도부가 평양 금수산궁전을 찾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8차 대회를 마무리하는 ‘결론’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여정 당 부부장은 한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 직위 강등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위상엔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노동당 8차 대회 ‘결론’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13일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군의 최정예화, 강군화를 강조했을 뿐 미-북 관계나 남북관계와 관련한 직접적인 대미, 대남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강력한 규율을 앞세워 반사회주의와 부정부패 등에 대한 기강 다잡기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경제 분야에선 국가적인 통일적 지휘와 관리 하의 체계로의 복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5일 개회한 8차 당 대회는 12일까지 총 8일간 일정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는 12일간 진행됐던 1970년 5차 당 대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대회 일정이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대회 규모가 예상보다 컸지만 내용 면에선 체제수호를 위한 과거로의 회귀로 요약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비서제를 철폐하고 스스로 위원장 직함을 택했다가 이번에 총비서로 다시 돌아갔고,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 때 핵-경제 병진 노선을 끝내고 경제에 집중하겠다던 노선 또한 국방력 강화를 우선시하는 과거 노선으로 회귀했다는 게 조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경제도 시장화 진전 추세, 그동안의 장마당 경제를 앞으론 제한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요. 그 다음에 비사회주의를 뿌리째 뽑겠다, 당 규율 강화를 통해서, 그리고 국방력 강화를 당 규약에까지 박고 선진국도 개발이 어려운 첨단무기 체계를 언급을 해서 모든 자원을 국방력에 투입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다시 2016년 이전으로 회귀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조 박사는 김 위원장이 따로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선 이미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이른바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조건부 대응을 하겠다는 자신의 기본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며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반응을 기다리는 신중한 태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의 골격을 내놓지 않고 있고요. 그렇다고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거든요. 미국 국내 사정도 복잡하고 그러니까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대미정책은 아마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때 그때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는 협상 여지를 남겨두되 불필요한 자극이나 구체적인 제안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자신의 명의로 한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12일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을 정밀추적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남한 당국의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고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김여정은 “남의 집 경축행사를 정밀추적 하려고 군사기관을 내세우느냐”며 “언젠가 이런 것들도 계산이 돼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이번 담화가 문제제기한 한국 군 당국의 열병식 정밀추적은 구실일 뿐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당 대회에서 남북 방역협력 등 한국 정부의 대북 제안들에 대해 비본질적이라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도 문 대통령이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 데 대한 경고메시지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 그 다음에 인도적 협력, 그 다음에 화상정상회담 하자 그 외에는 북한이 기대했던 미국과의 협상에서의 중재 역할이라든지 아니면 미국의 대북 제재와 걸려 있는 남북 경협으로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문제의 해법을 내놓는다든지, 이런 구체적인 북한이 기다리고 있는 메시지가 전혀 없었다는 거죠.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담화가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로 발표됐다고 전해 김여정이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 위원으로 내려앉은 데 이어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됐음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김여정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본인 명의로 올해 첫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했기 때문에 정치적 위상이나 역할은 그대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당 대회에서 당내 대남비서와 국제담당비서가 없어진 점을 지적하면서 김여정이 통일전선부장으로 복귀한 김영철과 리선권 외무상의 사실상 직속상관으로, 대미와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진무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김여정이 특별한 직책 없이 그냥 중앙당 제1부부장, 중앙당 부부장 이렇게 나온단 말이죠. 그렇다면 이것은 TF를 관장하는 직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북한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봤을 때 대미 협상과 대남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TF 즉 상무조를 만들었고 그 상무조의 팀장이 김여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새로 뽑힌 당 지도부 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습니다.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조직담당 비서로 선출돼 초고속 승진한 조용원 당 비서가 11일 부문별 협의회에 이어 이번 참배 보도에서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됐습니다.

사진에서도 김정은 위원장 바로 옆에 서 있어 권력서열 3위로 약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용원의 초고속 승진은 안팎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북한의 정책결정 그룹 내 세대 교체의 공식화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김정은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원로들은 가급적 공식 직위에서 조차도 배제하고 대단히 높은 동질성을 갖고 있는 그룹들로 정책결정 그룹을 채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니까 결집성, 통제력을 강조하는 방향의 인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죠.”

북한은 오는 17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혀 예산과 입법, 인사 등 당 대회 후속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