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대학생 3명, 미 아이비리그 컬럼비아대 편입

컬럼비아 대학 도서관 모습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대학에 탈북 학생들이 잇달아 입학하고 있습니다. 1월이면 모두 3 명이 학부 과정에서 공부할 예정인데요. 이들은 남북통일과 북한의 재건을 위한 밀알이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탈북민 인구가 약 3만 명으로 늘면서 꿈을 좇아 미국에 유학을 오는 탈북 학생들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대학이 최근 잇달아 탈북 대학생들의 편입을 허가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컬럼비아대학은 미국 최고 수준의 수재들이 다니는 이른바 `아이비 리그’ 8개 대학 가운데 하나로 1754년 뉴욕시에 설립된 학교입니다. 이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만 82명, 미 대통령 3 명 등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명문 대학으로 입학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대학에는 현재 탈북 학생 J씨가 지난해 3학년에 편입해 재학 중이며, 다음달 봄학기에 2 명이 추가로 편입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모두 학부 과정의 25%를 차지하는 제너럴 스터디스 스쿨 (School of General Studies)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습니다.

학교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과정은 편입 혹은 고교 졸업 후 다른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대학에 입학하는 성인들을 위한 과정으로 1천 900 여 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새롭게 편입하는 탈북 대학생 2 명은 북한인권 국제행사에서 유창한 영어로 북한의 현실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던 이성민 씨와 박연미 씨입니다.

량강도 출신인 이 씨는 지난 2010년 한국에 정착한 뒤 한국외국어대학 영어 통번역학과에 다녔으며 지난 6월 컬럼비아대학 정치학 과정 편입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씨는 앞서 탈북민 최초로 캐나다 의회에서 인턴 (견습직원)을 했고 여러 유명 외신 매체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이 씨는 과거 ‘VOA’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가 직접 국제사회에 영어로 목소리를 높여 북한의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었습니다.

[녹취: 이성민] “내가 직접 그들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거죠. 남북관계 뿐아니라 국제사회에 탈북자들에 대한 힘든 이미지가 있는데, 그 걸 깨고 탈북자도 뭔가 기여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뭔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런 것을 보여줘야겠죠.”

역시 량강도 출신으로 지난 2007년 탈북한 박연미 씨는 한국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재학 중 컬럼비아대학 편입에 성공했습니다.

북한 장마장 세대인 박 씨는 영어 인터넷 방송 ‘프리덤 팩토리-자유공장’ 진행자로 활동하며 유엔 등 여러 국제 인권회의에서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알려왔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해 박 씨의 이런 활동을 높이 평가해 ‘올해의 세계여성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20대 초반인 박 씨는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공부를 계속해 북한의 장마당 세대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연미] “북한의 독재가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영원한 것은 없잖아요. 독일의 나치 정권이나 소련의 공산주의 정권도 영원할 것 같았지만 무너졌습니다. 저는 북한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독재도 앞으로 무너질 날이 올 것이고, 그 날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것을 저는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살아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성민 씨와 박연미 씨의 컬럼비아대학 편입을 누구보다 반기는 사람은 지난해 탈북자 최초로 이 대학에 먼저 편입한 J 씨입니다.

J 씨는 17일 ‘VOA’에 이들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J 씨] “와 기분이 좋지요. 좀 더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저까지 하면 이제 3 명이잖아요. 앞으로 더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아이비 리그 대학에도 그렇고요.”

J 씨는 미국 대학의 강점은 북한과 달리 자유로운 생각과 토론문화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J 씨] “배우고 싶다면 진짜 마음껏 배울 수 있고, 사상과 계급을 떠나서 모두가 평등하게 배울 수 있는 곳! 꼭 저희 학교 뿐아니라 미국의 모든 대학이 그런 것 같아요. 자유롭게 생각하고 누가 어떤 의견을 갖고 생각을 갖더라도 그 사람을 그 것 때문에 배척하지 않고 그 것 조차 인정해 주는,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해 주는 것! 그 것이 (북한에서 자란) 저한테는 상당한 챌린지에요.”

하지만 수 만 달러에 달하는 미 사립대학의 학비와 비싼 생활비를 마련하는 게 이들 탈북 유학생들에게는 큰 숙제입니다.

J 씨는 다행히 학교 장학금 외에 여러 기독교 신자들과 선교단체 등의 후원을 받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1월에 편입 예정인 이성민 씨와 박연미 씨는 이 때문에 인터넷과 방송 등을 통해 후원 모금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학기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학비가 부족해 1월로 시기를 연기한 이 씨는 학비와 생활비를 포함해 미화 8만 여 달러가 필요하다며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 2일 모금 두 달여 만에 5만2천 달러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얼마 안 되는 장학금을 털어 지원한 같은 북한 출신 고향 친구들, 한국에 사는 한 베트남인 다문화 가정이 어려운 생활에도 5천 달러에 가까운 지원을 해 줘 놀랐다며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꼭 살겠다고 밝혔습니다.

뒤늦게 학비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박연미 씨는 책 출간을 통해 첫 학기 학비는 마련됐지만 그 후가 우려된다며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박 씨는 공부를 통해 “입이 있어도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독재자의 노예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며, 이는 자신 같은 북한 소녀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컬럼비아대학 외에도 워싱턴과 버니지아, 미시건, 미네소타, 뉴욕,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의 대학에서 탈북 학생들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일부는 이미 박사 학위나 경영학 석사 (MBA) 학위를 받고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J 씨는 한반도 문제가 남북한 뿐아니라 국제 문제란 점에서 더 많은 탈북 젊은이들이 외국 체험을 통해 “준비된 지식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J 씨] “통일이든 어떤 문제든 남북한의 문제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이 것은 국제적 이슈이고 특히 동아시아 등 많은 나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어서 (북한 출신인)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확인이 왔습니다. 그래서 공부 잘해서 나중에 준비돼서 어떤 형태로 쓰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준비된 지식인이 되고 싶어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