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예 해방 '준틴스' 기념...바이든, 재선 도전 선언 후 첫 유세 

지난해 준틴스(6월 19일)를 맞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인들이 미국의 노예제 폐지를 기념하는 연방 공휴일인 ‘준틴스’를 기념합니다. 재선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첫 유세를 가졌습니다. 이어서,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보험 혜택인 메디케이드 갱신에 실패한 미국인이 150만명을 넘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19일 월요일은 미국의 연방 공휴일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19일은 미국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것을 기념하는 날인 ‘준틴스(Juneteenth)’입니다. 2년 전인 지난 2021년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준틴스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11번째 연방 공휴일이 됐는데요. 미국인들은 축제나 음악 공연, 퍼레이드 등을 펼치며 준틴스를 축하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준틴스라는 이름이 생소하거든요? 이게 어떤 뜻입니까?

기자) 6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June과 19일Nineteenth를 합쳐 ‘준틴스(Juneteenth)’라고 부릅니다. 준틴스가 연방기념일로 지정된 건 2년 전이지만, 6월 19일 노예해방 기념일은 150년 이상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기념해 온 날입니다.

진행자) 준틴스의 역사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준틴스의 역사는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당시 대통령은 1863년 노예 해방을 선언했지만,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날 때까지 남부의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흑인들이 노예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남부연합 소속으로 연방과 맞선 텍사스주에는 남북 전쟁이 끝난 지 2년여가 지나서야 노예들이 자유로워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는데요. 1865년 6월 19일,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북부 연방군의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텍사스주 갤버스틴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노예 해방을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선포 내용도 궁금하군요?

기자) 그레인저 장군은 “미국 행정부의 선언에 따라 모든 노예가 자유롭다는 것을 텍사스 사람들에게 알린다. 여기에는 이전 주인과 노예 사이의 개인 권리와 재산권의 절대적인 평등이 포함되며 지금까지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관계는 고용주와 고용된 노동자의 관계가 된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6개월이 지난 후 텍사스주에서는 노예제가 영구적으로 폐지됐고요. 이듬해인 1866년부터 갤버스틴 사람들은 매년 6월 19일을 노예해방일로 기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준틴스는 남부의 한 마을에 시작된 날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갤버스틴에서 시작된 준틴스는 텍사스에 거주하던 흑인들이 다른 주로 이주하면서 미 전역으로 확산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 텍사스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준틴스를 공휴일로 지정했고요. 이후 대부분의 주에서 이날을 공휴일 또는 기념일로 제정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준틴스가 어떻게 해서 연방 공휴일이 된 겁니까?

기자) 지난 2020년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이후 미 전역에서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퍼져나갔고요. 준틴스에 관한 국가적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사실 이 사건 이전에도 준틴스를 연방 공휴일로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습니다. 앞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준틴스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려고 추진했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는데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준틴스를 연방 공휴일로 하는 법안이 의회의 문턱을 넘은 겁니다.

진행자) 준틴스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데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왔습니다. 연방 공휴일이 하나 새로 생기면 한해 6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비용 문제가 있고 또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었는데요. 하지만 상원에서 법안 작성을 주도한 민주당 중진 에드 마키 의원은 “노예제의 원죄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미국이 인종 정의에 도달할 수 없다”고 강조했고요.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6월 17일에 서명하면서 준틴스는 미국의 11번째 연방 공휴일이 됐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연방 공휴일이 제정된 게 오랜만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1983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공휴일로 지정한 이후 38년 만이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는 1960년대 민권 운동에 앞장섰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기리는 날로 역시 흑인 인권 신장과 관련이 있는 공휴일인데요. 매년 1월 셋째 월요일에 기념합니다.

진행자) 미국의 흑인 사회에서는 이 준틴스가 중요한 의미가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흑인들은 선조의 노예 해방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기념행사와 축제를 주로 벌이고요. 자원봉사 활동과 교육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준틴스를 맞아 인종적 의료 불평등과 녹지 공간 필요성 등을 주제로 한 지역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선 준틴스도 다른 공휴일과 마찬가지로 상업주의적인 방향으로 흐르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올해 준틴스를 앞두고 여러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리노이주의 대도시 시카고 인근에서 17일 자정을 지나자마자 총격이 벌어졌는데요. 한 쇼핑가 주차장에 수백 명이 모여 준틴스를 기념하는 축제를 벌이고 있던 와중에 총격이 시작돼 23명이 총에 맞았고 이 중 1명이 사망했습니다. 또 17일 워싱턴주의 음악 축제 근처 캠핑장에서 총격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고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도 10대들이 파티를 벌이던 현장에서 총격으로 1명이 숨졌는데요. 현지 경찰은 범행 동기 파악 등을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에서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회원들을 상대로 유세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재선 도전을 위한 유세에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4월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첫 유세에 나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한 첫 유세지는 미 대선의 주요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였고요. 첫 번째 유세 대상은 바로 노조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행사에 참석해 노동자들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이 노동조합의 규모가 굉장히 크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AFL-CIO는 미국 최대 규모의 노조로 1천250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60개의 노조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약 2천 명의 노조원들이 참석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AFL-CIO의 조기 지지가 "이번 선거운동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인 대통령인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발표한 직후에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노동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등 노동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17일) 유세에서는 뭐라고 했습니까?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입법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년 안에 미국인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미국이 만든 도로와 교량, 공항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간 노동력이 싼 곳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유출됐고 또 비싼 물건을 수입했다며 “우리는 더는 그렇게 안 한다. 우리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물건을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노동자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갖게 됐다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전국적으로 3만2천 개의 인프라 프로젝트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공화당이 자신의 정책을 뒤집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이 여러분의 일자리를 노리고 있다. 여러분이 후손을 위해 건설하는 미래를 노리고 있다”며 공화당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감세 정책을 실시하면 노동자가 그 부담을 지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렇게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기자) 로이터 통신은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말을 인용해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백인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제는 대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지 다들 인식하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진행자)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노동자들이 힘을 실어준 후보는 누구입니까?

기자)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을 포함한 주요 선거 격전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는데, 노조의 지지가 승리를 도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노조 가구의 57%가 바이든 대통령을, 4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훨씬 높았던 건데요. 2024년 선거를 앞두고도 민주당의 풀뿌리 운동 전략에 노동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선거 운동의 출발지로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도시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더군요?

진행자) 맞습니다.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운동 본부가 있는 곳이 바로 필라델피아였습니다. 또 펜실베이니아주는 2016년 대선 때는 공화당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4년 뒤 2020대선에서는 민주당인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면서 지지 정당이 뒤집힌 몇 안 되는 주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후보들은 현장 유세를 이어가는 행보를 보이는데, 바이든 대통령 전략은 어떻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17일) 첫 유세 전까지는 선거 자금 모금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유세 전날인 16일에도 코네티컷주의 한 개인 주택에서 소규모 모금행사를 열었는데요. 이달 말까지는 선거 자금 확보에 주력하면서 캘리포니아주와 메릴랜드, 일리노이, 뉴욕 등에서도 조만간 또 모금 행사를 열 예정입니다.

미국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 거주하는 서맨사 리처즈 씨가 메디케이드 관련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메디케이드를 제때 갱신하지 못한 사람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디케이드는 미국 내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건강보험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종식되고 일부 주에서 메디케이드 적용 대상을 재검토하면서 현재까지 1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이를 갱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일반적으로 메디케이드는 매년 갱신해야 한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메디케이드는 무료 의료혜택이기 때문에 가입자의 소득증빙서류 등 재정정보를 매우 엄격하게 검토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주 메디케이드 기관은 해마다 적격자 심사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에는 심사가 중단됐습니다. 연방 법에 따라 주 정부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메디케이드 수혜자를 탈락시키지 못하도록 했는데요. 지난 5월 코로나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종료되면서 중단됐던 적격자 심사가 이번에 재개된 겁니다.

진행자) 현재 메디케이드에 가입한 사람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네, 지난 2월 기준 미국 전역에서 메디케이드에 가입한 사람은 9천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0년 1월, 그러니까 신종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거의 33% 늘어난 겁니다.

진행자) 이 가운데 100만 명 이상이 메디케이드 자격을 상실했다는 건데요. 주별 상황을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 4월과 5월 적격자 심사를 재개한 12개 이상 주에서 150만 명에 달하는 메디케이드 가입자가 탈락했습니다. 특히 플로리다가 수십만 명으로 가장 많고요. 아칸소주가 14만 명 이상, 아이다호주에서 6만7천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외에도 캔자스와 네바다, 뉴햄프셔, 오클라호마, 사우스다코타, 유타, 그리고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에서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자격이 박탈된 대다수가 자격 심사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주 정부가 갱신 절차를 위해 가입자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거주지를 옮기거나 갱신 안내서가 담긴 우편물에 답하지 않는 등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주 당국은 토로했습니다. 플로리다 어린이∙가족부는 가입자에게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발송, 전화 연결 등 다양한 수단으로 보통 5차례에서 13차례까지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15만2천600여 명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서류 작업을 하지 않아 자격이 상실된 이들은 완전히 메디케이드를 갱신할 수 없게 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서류 작업을 하지 않아 자격이 상실된 이들은 마감일 후 90일이 지나기 전에 다시 적격성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소급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특히 아이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보건후생부는 보고서에서 실제로 어린이들이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메디케이드 혜택을 상실한 아동들 가운데 절반이 실제로는 여전히 수혜 자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다만 연방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는 주 정부에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인구통계 분석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 않아 이를 실제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아칸소주에서 자격 심사와 관련해 입장을 냈군요?

기자) 네, 아칸소주 당국은 자동 갱신 사례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2021년 주법에 따르면 팬데믹 후 메디케이드 자격 재결정 절차를 6개월 내 완료해야 하는데요. 아칸소 사회복지부는 성명에서 “더 이상 자격이 없는 대상을 신속히 제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새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도 지난달(5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부터 재원을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팬데믹은 끝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