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의 여파로 미국 동부는 물론 남부와 중서부 지역까지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관련해 형사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습니다. 이어서, 미 연방 대법원이 앨라배마주의 선거구 조정이 흑인 투표권에 차별을 가한 위법이라고 결정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거리에서 사라졌던 마스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동부 일대 대기질이 매우 나빠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로 인해 미국 동부 해안지역 대기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7일 동부 지역 일대에 대기 오염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제한되고 항공편이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 산불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평소에 맑은 하늘을 자랑하던 미국 동부 지역의 하늘이 이렇게 연기로 뒤덮인 걸까요?
기자) 지난달 캐나다 동부 퀘벡주 일대에서 산불이 시작됐는데요. 지금 한 달 넘게 타고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400여 곳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며 약 240곳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캐나다에서 이렇게 산불이 확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요. 산불로 인해 380만 헥타르, 즉 3만8천㎢가 소실됐는데 남한 면적의 1/3이 불에 탄 겁니다. 또 산불로 인한 이재민도 12만 명에 달합니다.
진행자) 그리고 이 연기가 지금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미 동부 지역에 피해를 주고 있는 거군요?
기자) 네, 비단 동부 지역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사실상 대서양 연안 전체에 대기 오염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퀘벡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 동부 버몬트주에서부터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를 거쳐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산불 연기가 도달하면서 경보가 내려졌고요. 서쪽으로 오하이오주와 캔자스까지 연기가 퍼졌습니다. 지역 당국은 대기 중 미세 먼지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야외 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의 상태가 심각하더라고요? 사진을 봤는데 뉴욕 하늘이 주황색이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뉴욕타임스(NYT) 신문은 7일 뉴욕시 맨해튼의 공기질지수(AQI)가 한때 400을 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통 이 지수가 100만 넘어도 호흡에 해롭다고 보는데, 이를 훨씬 웃돈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999년 환경보호국이 대기질 측정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현재 뉴욕의 대기질은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로 꼽히는 인도 뉴델리보다 더 나쁜 상황입니다.
진행자) 하늘을 뒤덮은 뿌연 연기가 사람들 건강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기자) 네, 산불 연기에는 재가 섞여 있기 때문에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눈과 피부에 자극을 주면서 피부 발진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천식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환자는 당연히 위험합니다. 산불 연기는 또 심장마비와 뇌졸중 발병 증가에도 영향을 줍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대기 오염 경보를 내려 사람들을 조심시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미 동부 여러 지역은 오렌지경보(Code Orange)에 이어 7일 적색경보(Code Red)까지 발령됐는데요. 오렌지경보는 공기질지수(AQI)가 101~150 사이로 “민감한 집단의 건강에 유해한 수준”으로 정의되고요. 적색경보는 AQI 가 151~200 사이로 “공기질이 대중의 건강에 유해한 수준”으로 분류됩니다.
진행자) 이렇게 오렌지경보나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동부 해안지역 학교들은 스포츠나 현장 학습 등 야외 활동을 모두 중단했고요. 각종 공연과 행사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습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와 여자프로농구와 축구 일정도 변경됐고요. 뉴욕은 동물원도 문을 닫았습니다.
진행자) 자욱한 안개에 하늘길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요?
기자) 네, 연방 항공 당국은 7일 연무로 인해 가시거리가 짧아짐에 따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일부 항공편을 취소시켰습니다. 이외에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공항에서도 항공편 운항 지연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정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 “위험한 대기 오염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 특히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본인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 당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파괴적이고 전례 없는 캐나다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는데요. 백악관은 이미 600여 명의 소방관을 캐나다에 파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검 조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검찰이 국가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수사 대상(target of a criminal investigation)’으로 전환했습니다. ‘로이터’와 ‘폴리티코’ 등 일부 언론이 7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연방 검찰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서한을 보내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진행자) 형사수사 대상이 됐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검찰은 “범죄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가 있을 때” 그 사람을 형사수사 대상으로 삼습니다. 또 “검사가 피고인으로 추정해 기소할 준비가 돼 있을 때”만 형사수사 대상임을 통보하는데요. 하지만, 피의자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기소될 것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조처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기자) 이번 통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지에 대한 결정이 임박했음을 뜻합니다. 이틀 전인 지난 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법무부를 찾아 잭 스미스 특검과 면담을 하고 돌아갔는데요. 보통 기소 발표가 나오기 전에 변호인단이 법무부 당국자들과 만나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은 이미 나왔었습니다.
진행자) 지금 특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 두 가지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법무부는 작년 11월 잭 스미스 특검을 임명해 2021년 1월 6일에 발생한 의사당 난입 사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기밀문서 유출 의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백악관 관련 문건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 있는 자택으로 가져갔으며 또 이를 조사하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내용인데요. FBI는 조사의 일환으로 작년 8월 마라라고 자택을 압수 수색해 약 1만1천 건에 달하는 정부 기록물을 회수했고요. 이 가운데 일급 기밀을 포함한 기밀문건은 100건이 넘었습니다.
진행자) 만약 이 기밀문서 유출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다면, 그다음 단계는 뭔가요?
기자) 형사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형사 재판이 되는 겁니다. 앞서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 등에게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에 대해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바 있습니다. 해당 형사 재판은 내년 3월 25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내년 3월이면 공화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이 한창일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형사재판을 준비하면서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인데요. 만약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기소된다면 재판이 추가되는 겁니다. 현재 공화당 경선 후보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수사는 정치적인 동기가 있는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앨라배마주의 선거구 조정 문제에 대한 대법원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네, 연방 대법원은 8일 앨라배마주가 지난 2020 인구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획정한 선거구는 투표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조정한 선거구가 흑인의 투표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대법원 결정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이것이 어떤 소송인지 그 배경부터 보고 갈까요?
기자) 시작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인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데요. 각 주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주의 선거구를 조정합니다. 앨라배마주 역시 지난 2020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선거구를 조정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앨라배마주가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했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진행자) 어떻게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했다는 거죠?
기자) 앨라배마주에는 총 7개의 선거구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한 개의 선거구에 흑인 유권자들을 몰아넣고 나머지 6개 선거구는 공화당에 유리하게 조정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선거구는 1곳에 불과하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앨라배마주 내에 있는 흑인 인구의 비율은 전체의 27%에 달하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인구 비율로 보면 흑인이 다수가 되는 선거구는 2곳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요. 결국 이는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주의 선거구 획정이 차별적인 투표 관행을 금지한 투표권법 2조를 위반했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였습니다.
진행자) 앞서 하급심에서는 어떤 판결이 나왔죠?
기자) 네, 항소심에서는 앨라배마주가 흑인들의 투표권을 침해했다며 선거구를 재획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자 앨라배마주가 대법원에 상고했고요. 이번에 대법원 결정이 나오게 된 겁니다.
진행자) 그러면, 대법원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기자) 이날(8일) 대법원은 5대 4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실 이번 결정이 의외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잘 알려진 대로 현재 미국 대법원의 총 9명의 대법관 가운데 보수 성향은 6명, 그리고 진보 성향은 3명으로 보수 우위의 지형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진보 성향 3명의 대법관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 그리고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앨라배마주의 선거구 획정이 위법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반대 입장은 어땠나요?
기자) 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등 4명의 대법관은 투표권법이 선거구 재조정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별적인 투표 관행을 금지한 것이 인종적 배분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진행자) 앞서 대법원은 앨라배마주가 획정한 선거구에 따라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죠?
기자) 맞습니다. 바로 지난해 있었던 중간선거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5대 4로 앨라배마주가 획정한 선거구로 중간선거를 치르도록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 앨라배마주에 할당된 7석의 하원 의석 가운데 민주당 의원은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단 한 개의 선거구에서만 당선됐고, 나머지 6개 선거구에서는 모두 공화당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