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연방대법원이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콘텐츠 차단∙삭제를 금지한 텍사스 주 법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한국의 남성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아시아계 증오범죄 대응 방안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날씨 때문에 밀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 연방대법원에서 텍사스주의 소셜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대법원이 5월 31일, 대형 소셜미디어 기업이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텍사스 주 법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택사스주 공화당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사용자의 ‘관점(viewpoint)’을 이유로 게시물을 검열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연방대법원이 이런 주 법이 시행에 들어가는 것을 막은 겁니다.
진행자) 연방대법원이 어떤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기자) 대법원은 5대 4로 이번 결정을 내렸는데요. 하지만 항소심 판결에 대해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낸 긴급 청원에 대한 결정이어서 구체적인 이유를 따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앞서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회원으로 있는 ‘넷초이스’와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지난 5월 11일, 해당법의 시행을 허용한 항소법원의 결정이 나온 이후,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해당법을 막아달라며 대법원에 긴급 청원을 했었습니다.
진행자) 소송을 좀 차근차근 들여다보죠. 우선, 텍사스 주 법이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해당 법률은 지난해 9월 텍사스 주 의회를 통과한 ‘HB 20’ 법안입니다. 텍사스 주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데요. 의회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보수 성향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콘텐츠를 자체 검열하고 이들의 게시물을 차단하고 있다며 월간 이용자가 5천만 명 이상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플랫폼은 사실이 아닌 ‘관점’에 따라 주민들의 게시물을 거부 또는 차별, 차단, 금지, 삭제를 못하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소셜미디어는 이런 주법에 왜 소송을 제기했나요?
기자)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미국수정헌법 1조에 따라 플랫폼에 편집 재량권이 있다며, 텍사스주 법은 소실미디어 기업이 가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텍사스주 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악한 표현의 천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법원에서는 판결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작년 12월 지방법원은 해당법이 위헌이라며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플랫폼이 콘텐츠를 배포하는 방법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고 판단했는데요. 하지만, 지난달 11일 뉴올리언스에 있는 제5 순회 항소법원은 구두 변론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하급법원의 결정을 보류했습니다. 그러니까 항소법원이 해당법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은 아직 아닙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해당법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 편집 재량권을 갖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반대 결정을 내린 대법관이 4명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장 보수적인 대법관 3명과 진보적인 대법관 1명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경 보수로 손꼽히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소수 의견문에서 “인터넷 시대 이전의 기존 판례를 대형 소셜미디어 회사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명백하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진보 성향인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도 항소심 유지 결정을 내렸지만, 소수 의견문에는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텍사스주에서 이런 법이 나오게 된 배경이 뭘까요?
기자) 보수주의자들과 우익 논평가들이 대형 인터넷 기업, 이른바 ‘빅테크’가 자신들의 견해를 억누르고 있다는 불평을 제기하면서 법 제정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예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삭제였는데요.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의사당을 난입하는 사건이 있고난 후, 트위터는 “추가적인 폭력 선동의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공화당이 우세한 텍사스에서 해당 법이 채택이 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작년 9월 법안에 서명하면서 “보수적인 생각과 가치를 침묵시키기 위해 일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위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은 잘못된 것이고 텍사스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런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업계 단체들은 텍사스 주 법은 정부가 사적인 의견을 통제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며 이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의 편집 재량권을 제한하면, 온갖 종류의 불쾌한 견해를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퍼트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거짓 선전을 비롯해 테러 단체들의 정치선전,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등의 게시물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유포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소셜미디어 사용과 관련해서도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 이용자들의 생각이 좀 나뉘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3/4는 소셜미디어 사이트들이 불쾌하다고 여겨지는 정치적 관점을 검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는데요. 보고서는 공화당 성향의 응답자들이 압도적으로 이런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요즘 한국의 대중 음악은 K팝이라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K팝을 대표하는 한국 남성 그룹이 백악관을 찾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에선 방탄소년단이라고 불리지만, 세계적으로는 BTS로 불리는 7명의 청년이 5월 31일 백악관을 찾았습니다. 한국 가수가 백악관에 초청된 건 처음인데요. 이들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아시아계 증오범죄와 관련해 발언을 한 데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들이 백악관을 찾은 이유가 뭡니까?
기자) 미국에서 5월은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인데요. 마지막 날인 31일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BTS를 초청했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BTS의 백악관 일정을 들여다볼까요?
기자) 네, BTS 는 오후 2시 40분이 좀 지나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과 함께 백악관 브리핑룸에 들어섰습니다.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단정히 멘 BTS 멤버들은 장피에르 대변인 뒤에 일렬로 섰습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 앞서 BTS 를 소개하면서 “BTS 는 그래미 수상 후보에 오른 국제적인 아이콘이자 젊은이들의 홍보 사절 역할을 하며 존중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브리핑 후에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아시아인에 대한 포용과 대표성, 다양성 등에 관해 논의하고 반아시아 증오 범죄와 차별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소개를 받은 BTS의 발언도 들어봐야죠?
기자) 네, 멤버들은 돌아가면서 짤막하게 한마디씩 했는데요. 리더인 RM이 영어로 “백악관에 초청받아 다양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게 돼 정말 큰 영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다른 멤버들은 한국어로 발언을 이어갔는데요. 멤버 제이홉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우리 음악을 사랑해주는 다양한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저희의 팬, 아미”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했고요. 슈가는 나와 다르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며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평등은 시작된다” 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뷔는 “오늘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날 백악관 브리핑장 분위기, 평소와는 매우 달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브리핑룸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 100명 가량이 모여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습니다. BTS 가 발언을 시작하자 기자들도 일제히 손전화를 꺼내 영상을 찍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정례브리핑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 접속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어서 BTS 발언 시간에는 동시 접속자가 31만 명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 건물 밖에서도 열기가 대단했다고요?
기자) 네, 제가 현장에 있었는데요.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팬클럽 ‘아미’ 회원들 수백 명이 백악관 펜스에 몰려있었습니다. BTS가 면담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백악관 밖을 지키고 있는 팬들은 백악관을 찾은 BTS가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BTS는 이미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이들이 아시아 증오범죄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BTS가 브리핑 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만났죠?
기자) 네, 이들의 면담은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31일 밤에 트위터에 BTS와 만나는 장면을 공개했는데요. 1분 정도 되는 짧은 동영상에서 BTS가 “대통령님을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 밖에서 이들을 맞이하며 “백악관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요?
기자) 트위터 영상을 보면 RM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 증오범죄법에 서명한 것에 감사하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미국 정부가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친구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고 말한 후 “사람들이 여러분이 하는 말에 큰 관심을 가진다”며 “여러분이 하는 일은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며 여러분의 재능뿐 아니라 여러분이 소통하는 메시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BTS와의 만난 후 소감도 밝혔다고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며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증가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한 BTS 의 활동에 감사한다”며 곧 다시 만나 추가 논의를 할 수 있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날씨 때문에 밀 농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했는데요. 이에 미국 정부는 국내 농가에 밀 농사 확대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날씨 때문에 상황이 여의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너무 건조했던 겨울에 이어 봄에는 또 예년 보다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밀 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생산하는 밀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밀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국제적 공급 부족에 국내 경작도 줄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지난 2월 전 세계 밀 생산량의 1/3을 차지하는 흑해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밀 가격은 50% 급등하면서 부셸 당 13.6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국내 밀 경작이 줄어든 이유를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미국에서 재배하는 밀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봄밀은 봄에 파종해서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밀은 추위가 심하지 않은 곳에서 가을에 파종해 봄이나 여름에 수확하게 되는데요. 이 두 가지 밀 농사가 현재 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우선, 겨울밀은 뭐가 문제입니까?
기자) 겨울밀의 경우 대표적인 경작지가 중부 캔자스주인데요. 이 지역이 지난겨울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농사가 잘 안됐습니다. 캔자스주 농부들은 올해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겨울밀 경작지에서 수확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따라서 이 지역 겨울밀 생산량은 25%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봄밀은 뭐가 문제입니까?
기자) 봄밀은 반대로 강수량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작지가 중북부의 노스다코타주인데요. 이 지역엔 기록적인 4월 눈보라로 인해 파종을 마친 밭에 1m 이상의 눈이 쌓였고요. 눈이 녹으면서 홍수가 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미 북부 경작지는 올해 봄밀 풍작을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연방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5월 22일을 기준으로, 봄밀 농가의 파종률은 당초 계획에 거의 절반에 불과한데요. 지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이제 곧 수확하게 될 겨울밀 수확률은 어느 정도 줄었을까요?
기자) 농무부는 캔자스주 전체 겨울밀 경작지의 6%가 수확을 포기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극심한 가뭄 피해로 인해 실제 경작 포기율은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접한 콜로라도주도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콜로라도 밀 생산을 관리하는 ‘콜로라도밀운영위원회(CWAC)’의 브래드 어커 국장은 콜로라도주는 경작 포기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밀 생산이 감소한 상황에 미국 연방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는 환경적인 이유로 농사가 제한된 지역에서도 경작을 허용할 방침이라며 올가을에 농가들이 겨울밀 농사를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영농투입재의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농가들이 생산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밀 생산이 올해 갑자기 줄어든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밀 생산은 계속 감소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농부들이 옥수수와 콩 재배를 선호하면서 밀 농사가 줄어든 건데요. 옥수수와 콩의 경우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쓰이면서 수요가 높아졌고요. 또 파종 기술의 향상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수확량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밀 생산량을 앞질렀습니다. 특히 노스다코타주에 콩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생산 시설 두 곳이 세워질 예정인데요. 따라서 밀 경작지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 기사는 로이터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