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유족 측 연방검사장 출신 변호사 선임...한인사회도 지원 나서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 다음날인 17일 태미 김(왼쪽)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부시장을 비롯한 한인사회 지도자들이 아시아계 혐오 중단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명을 비롯한 아시아계 여섯 명, 총 여덟 명이 희생된 , 사건 수습과 유족 지원 작업 시작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인 사회 지도자들은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 씨를 가중 처벌할 수 있는 '혐오 범죄' 혐의를 반드시 적용해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오종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애틀랜타 연쇄 총격으로 희생된 한인은 74세 박순정 씨, 69세 김선자 씨, 63세 유영애 씨, 그리고 51세 현정 그랜트 씨입니다. 그랜트 씨의 결혼 전 이름은 ‘김현정’입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의 유족은 최근 검시소에서 시신을 인수했습니다. 두번째 희생자 인수 작업도 조만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유족들은 공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 유영애 씨 아들 P씨 등 유족 측은 19일, 조지아주 북부 연방 검사장을 지낸 박병진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날 VOA와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유족들이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소화할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며, 수사가 진전되고 나서 공식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희생자의 유족은 익명을 전제로, 수사 당국과 주류 언론이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 씨의 '성행위 중독'을 범행 배경으로 거론한 것에 분통이 터진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이 같은 사건 경위가 성립되면, 고인을 성매매 등과 연관지어 욕보이는 일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엄마가 머리에 총탄을 두 발이나 맞았다"며 "평생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절대로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혐오 범죄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애틀랜타 한인 사회는 유족들을 위한 법률 지원과 장례 절차 진행 등을 위한 협력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새라 박 한미연합회(KAC) 애틀랜타 지부 회장은 20일 “한인 사회 각계각층이 협력 조직에 참여했으며, 여타 아시아계 커뮤니티와 그 밖의 시민 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VOA에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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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나우] 애틀랜타 한국계 커뮤니티 힘 모은다

이에 따라, 당초 한인 사회 중심으로 구성했던 ‘신속 대응 팀(Rapid Response Team)’은 아시아계와 중남미계, 흑인과 백인 참가자를 망라하는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20일 오후에는 희생자 추모와 아시아계 대상 혐오 중단을 위한 시민 대행진이 애틀랜타 도심에서 진행됩니다.

참가자들은 혐오와 폭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일 예정입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과 애틀랜타 경찰국은 ‘혐오 범죄’ 여부를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포함해, 용의자 롱 씨의 병리적 문제점까지 고려한 모든 가능성을 범행 동기 파악 과정에 고려하고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곳곳의 한인 사회 지도자들은 이같은 수사 당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태미 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부시장은 19일 “(용의자 롱 씨가) 정교하고 계획적으로 (아시아계 업소) 한 곳에서 살상을 벌인 뒤, 다시 20마일을 이동해 (업소 두 곳에서) 또 다른 목숨들을 앗아갔다”며 “이게 어떻게 인종적 동기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냐”고 VOA에 밝혔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연방 혐오 범죄(federal hate crime) 혐의를 적용해야한다”고 김 부시장은 강조했습니다.

혐오 범죄 혐의를 받으면, 연방법과 조지아 주법에 따라 가중 처벌이 가능합니다.

김 부시장은 "이미 사건 발생 자체만으로 한인 사회가 깊은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애틀랜타 경찰이 사건 성격 규정을 머뭇거리고 있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국은 조만간 초기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한인 사회 지도자들의 기대와 달리,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수사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혐오 범죄로 기소하려면, 피해자의 인종이나 출신 배경 때문에 표적이 됐다는 점을 원고(검찰) 측이 분명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흑인이나 유태계 상대 범행에서는 이를 입증하는 물적 증거가 나오기 쉬운데, 아시아계 피해자가 나온 사건에서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아시아계 대상 범죄는 자영업자가 많은 피해자 특성상, 일반적인 강도 사건의 성격과도 섞이게 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용의자 롱 씨는 범행 전까지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표현해왔던 인물입니다.

한인 밀집 거주 지역인 둘루스와 존스크릭에서 멀지 않은 밀튼 시내 ‘크랩애플 제일 침례교회’에 출석했습니다.

교회 측은 19일 롱 씨의 평소 생활에 관한 질문에 “교인 자격을 박탈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 진정 거듭났다는 사실을 더 이상 인증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애틀랜타 방문 일정에서 한인을 비롯한 지역 사회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한인 희생자 유족들의 건의 사항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이날(19일) 참석자가 VOA에 밝혔습니다.

건의 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