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일본의 국방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고도화에 따른 역내 불안정이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동맹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 공약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숀 김 전 한국 주재 미국대사관 특별고문은 “지난 4년간 미국의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동안 일본과 한국은 보다 개선된 독자적인 재래식 타격체계 개발에 주력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김 전 고문] “In terms of the difficulty that our alliances in the region, have endured, have gone through it over the last four years and we do see both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 developing more capable conventional strike systems…”
김 전 고문은 24일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과 중국 등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데 재래식 보복 역량 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에도 두 나라가 이런 셈법을 취하게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권보람 한국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북한의 위협이 계속 진화하는데 따른 독자적 셈법이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에 성공한데 이어 고체연료 기반 미사일을 개발하고 서울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단거리 타격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진화하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 접근법이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미-한 동맹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자주적인 국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며, 자체 핵 개발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 선임연구원] “These kinds of perceptions, I think, sort of move us and incentivize us to become more independent. And because we can't develop nuclear weapons on our own, conventional weapons is the rational choice.”
도쿠치 선임연구원 “북한 포화사격 능력 향상…원점타격 능력 확보 필요”
판다 선임연구원 “확장억제력 신뢰도 하락이 원인… 미-한-일 통합된 접근법 필요”
도쿠치 히데시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열도를 겨냥한 북한의 포화사격 능력에 대응해 견고한 미사일 발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도쿠치 선임연구원] “Also in order to counter North Korea saturated missile attacks, Japan's capability to counter attack North Korea's hard targets such as missile launch sites would be necessary.”
도쿠치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일본이 이런 활동을 독자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긴밀한 공조 아래 향후 획득하게 될 재래식 타격 역량이 어떻게 역내 억제력 향상에 도움이 될지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재래식 타격 역량은 한반도 유사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미국과 잘 조율된 통합된 접근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두 나라의 셈법에는 지난 4년간 미국의 확장억제력 공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확장억제력 공약 노력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공약에 얼마나 진지했는지가 원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 “I don't see sort of a deficiency in US nuclear assurance for allies. It was really more a question of, you know, the extent to which our political leadership was committed to the defense of Japan and South Korea.”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확장억제력 공약에 대한 동맹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미-한-일 세 나라 전문가들은 이날 대담에서 최근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아시아 핵기획그룹 창설안이 제기되는 이유도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 저하가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핵기획그룹(NPG)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참여하는 조율기구로, 핵무기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과 핵전략을 논의할 목적으로 1966년 설립됐습니다.
이 기구는 유사시 미국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등 5개 나라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협의도 관장합니다.
“핵기획그룹 창설 시기상조…양자간 소통 강화가 급선무”
판다 선임연구원은 지난 4년간 나타난 동맹관계 전반의 문제점이 역내 핵기획그룹 창설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핵 투사 결정 셈법은 대통령 만이 결정할 수 있으며, 동맹에 대한 확장억제력 공약 이행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북 관계가 극도의 긴장 상태에 있던 지난 2017년 당시 한국에서는 미국이 동맹국과의 상의 없이 핵 투사나 군사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깊이 확산됐다고 말했습니다.
권보람 한국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내 보수진영은 미국과의 핵기획그룹 창설 방안을 대체로 지지하지만 이행 과정에서 비용분담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경우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권 선임연구원 “확장억제력 공약 보다 명확해야”
권 선임연구원은 태평양이 광활하고 유사시 미국의 핵무기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신뢰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들에 확장억제력 공약의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고,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을 복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쿠치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에 대체로 부정적이라며, 여전히 미국의 확장억제력 공약에 의존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쿠치 선임연구원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역내 4개국 핵기회그룹 창설안은 매우 흥미롭지만 적어도 일본사회 내에서는 크게 공론화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