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지난해 6월 끊어졌던 남북한 통신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됐습니다. 하지만 통신선 복원이 남북 간과 미-북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분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통신선 연결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내년 5월로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남북관계를 이런 상태로 끝낼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1차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그 해 세 차례 (5월26일, 9월18일)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한반도 비핵화 시계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 6월 16일 대북 전단을 문제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습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 상황이 오히려 악화된 겁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목표는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고 이를 징검다리 삼아 미-북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금년을 넘어서 내년이면 정권교체기인데,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 임기 중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이 없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다해서 국면 돌파를 하려고 한다고 봐야죠.”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집권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6월15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식량난을 시인한 데 이어 군량미 방출을 지시했지만 식량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7월 16일 쌀 가격은 kg당 5천600원, 옥수수(강냉이)는 3천200원으로 평상 시에 비해 40~50% 비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 농무부는 북한 주민 63%에 해당되는 1천600만 명이 식량부족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7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북한이 지금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북한이 식량같은 구체적인 지원을 바라고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North Korea’s interest in probing with S Korea revolves primarily around the possibility of receiving tangible benefits.”
남북관계는 8월 들어 양측의 실무 또는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남북한은 통일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채널 등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이 자리에서 식량 지원의 규모와 인도 시기, 그리고 인수 조건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보건협력, 의약품, 이산가족 상봉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어떤 식으로든 코로나 조기 종식과 관련한 보건의료 분야 협력이 논의될 수 있을 것 같고, 북한의 식량 작황이 어떤 영향을 받느냐 거기에 따라서 쌀 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고 여러 현안들이 열려 있다, 이렇게 봐야 할 거에요.”
남북한은 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4월부터 10여 차례 친서를 교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두 정상이 만나 남북관계와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다만 지금이 코로나 상황임을 감안할 때 남북한은 비대면 방식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공산이 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29일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비대면 정상회담 준비를 마쳤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북한과의 비대면 회의를 위한 영상회의실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8월 중순 실시되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은 남북관계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훈련을 이유로 미사일 발사같은 도발을 할 경우 남북관계는 일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한 연합훈련은 이미 상당히 축소됐습니다. 상륙훈련과 기동훈련이 사라졌으며 대부분이 컴퓨터로 진행되는 지휘소 훈련입니다.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 구상도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연합훈련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lt’s computer exercise, game, what’s the problem, no major provocation…”
문제의 핵심은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미-북 대화로 이어질지 여부입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USIP)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통신선을 복원한 것은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마음이 커진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연구원] “It could also mean that they’re more willing to take the initial first steps to engage not only in terms of inter-Korean talks but also U.S.-DPRK talks as well.”
반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북한이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But it could also mean that N Korea is interested in dividing S Korea from the U.S.”
향후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8월 중 남북 고위급 회담-미한 연합군사훈련-대북 식량지원-남북정상회담-미북 실무협상 재개 쪽으로 전개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것은 부정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남북한 간에 대화가 재개돼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지만 미-북 간에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북 실무 협상은 가동되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 문 대통령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거기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경우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습니다.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는 중국
시징핑 국가주석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경우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조한범 박사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올해 안에 이뤄져야지 임기 말인 내년 2월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문제는 내년 2월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입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말에 10.4 선언을 도출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표류했는데, 내년 2월이면 너무 늦는다.”
13개월 만에 복원된 남북 통신선이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 쪽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을 반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