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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김정은 '권한 위임’, 실무기능 집행 재량 준 것...권력 여전히 독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조치 등에 관한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조치 등에 관한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권한을 측근들에게 위임하고 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 분석에 대해, 실무 기능을 집행할 수 있는 재량을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제도와 조직에 근거한 통치스타일을 추구하지만, 결국 유일한 권력자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정원은 20일 한국 국회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을 비롯해 주요 간부들에게 조금씩 권한을 위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실질적인 권력은 독점한 채, 실무 현안을 챙길 수 있는 재량을 측근들에게 준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0일 VOA에, 김 위원장이 “정권 내 일상적인 절차를 추진할 능력을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지도나 담화 발표 등을 할 수 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녹취:고스 국장] “Part of it is bringing the regime into the 21st century with N Korean characteristics, meaning that there’s much larger role for the formal apparatus, which never existed under Kim Jong Il.”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식 특성이 가미된 21세기형 통치체제가 확립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식기구의 역할이 이전에 비해 훨씬 확대됐다”며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전혀 없던 일이라고 설명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시대에 노동당,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등 공식 회의가 계속 열리고 있으며, 최종 결정권은 없지만 최소한 북한 지도부가 정책을 토론할 기회를 얻고 있는 지금의 변화는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 부부장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 부부장 (자료사진)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김정은 위원장 통치 기간 중 노동당 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 때에 비해 조직 투명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아울러 김 위원장이 측근들에게 권력을 나눠준 것이 아니라 책임만 위임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스나이더 국장] “They’ve recognized that they have a set of problems. He retains authority, but if responsibility and authority are combined with each other that poses a risk to the leader because it means that the leader has to take responsibility in the event that things don’t work out.”

측근들에게 책임을 나눠준 것은 북한이 현재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라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김 위원장이 모든 책임을 다 지고 있으면 상황이 잘 안 풀릴 경우 혼자 감수하게 될 위험이 크다며, 따라서 실무 재량을 나눠주는 것은 김 위원장이 문제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시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제니 타운 스팀슨 센터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측근에게 권한을 주며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미 상당 기간 보여준 통치스타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여러 고위 당국자들이 교체됐다는 것입니다.

[녹취:타운 연구원] “Under Kim Jung Un this has been a somewhat consistent trend that we have seen, different actors moving forward with different policies. But again, it all comes with a high price... We’ve seen Kim Yo Jong has taken on a larger voice in some of the inter-Korean matters but how much independent decision making authority she actually has in that we don’t know.”

타운 연구원은 김정은 시대에 여러 다른 인물들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각자가 감수해야 하는 댓가는 컸다며 리용호 전 외무상 경질을 언급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순안공항에서 영접했다.
지난 2018년 6월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순안공항에서 영접했다.

또 김여정 역시 남북관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가 실제 얼마나 결정권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통치 스트레스를 줄이는 차원’이라는 국정원의 분석에 주목했습니다.

[녹취:김 연구원] “In light of all the external environmental contingencies that we’ve seen, the COVID-19, the flooding and of course the stalemate of nuclear negotiations with Washington, just from a purely human and psychological observation Kim is not a super-human. He is also fallible. He’s also a relatively young leader.”

심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코로나, 수해, 미국과의 핵 협상 교착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도 불완전한 일반적 인간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지도자이기에 측근들과 책임을 나누고 의사결정 과정에 그들을 참여시키고 싶어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군부 보다 당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에 대해 결국 북한체제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모든 권력을 갖고 있으며, 핵 억지력으로 적대세력에 맞서는 것이 북한의 가장 근본적인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도 김 위원장이 측근들에게 실무 재량을 나눠주는 것이 권력 누수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 씨 일가를 더 상위 차원의 존재로 위상을 높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차상위(second-tier) 지도력을 분배해 새로운 보조적인 권력층을 만들어 김 씨 일가의 독보적인 위치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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