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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원 "경문협, 북한저작권료로 국군포로 손배금 줘야"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전쟁 당시 국군 포로들이 지난해 북한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경문협이 제기한 항고에서 한국 법원은 국군포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경문협이 북한 저작물 사용료는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낸 채권압류와 추심명령 항고를 기각했다고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가 20일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동을 했던 한모 씨 등 탈북 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 각각 2천100만원, 미화 약 1만 9천 달러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 이후 한 씨 등은 실제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경문협을 제3채무자로 하는 압류와 추심 명령을 내려달라고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해 8월 이를 인용했습니다. 경문협이 한국 방송사 등에게서 징수해 법원에 공탁한 북한 영상물 등 저작권료를 압류해, 한 씨 등에 대한 북한 측의 위자료를 추심한다는 명령을 내린 겁니다.

경문협은 2004년 남북한 민간 교류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북한과의 협약에 따라 북한 출판물과 방송물 등에 대한 한국 내 저작권을 위임받아 한국 방송사 등에서 저작권료를 징수한 뒤 북한 측에 송금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북한으로의 송금이 금지된 이후엔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문협은 위자료 지급을 거부하면서 북한의 저작물 사용료는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채권압류와 추심명령 항고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나 압류금지채권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경문협 측이 제시한 ‘남북 사이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는 남북한 정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국민 개인의 권리 행사를 금지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합의서에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 있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그와 같은 효과를 갖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는 압류 금지 취지를 규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시했습니다.

또 경문협 측이 법원에 공탁된 저작권 사용료가 북한이 아니라 ‘조선중앙TV’ 등 원저작자에 지급하는 돈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피압류 채권의 부존재, 집행채권의 소멸 등은 실체상의 사유로, 채권압류와 추심명령에 대한 항고사유가 될 수 없다며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국군포로 소송 대리인인 엄태섭 변호사입니다.

[녹취: 엄태섭 변호사] “경문협 측의 이번 항고는 사실상 압류금지채권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따져야만 하는 것인데 실체적 문제를 들고 나와서 주장했던 부분에 대해서 이번 항고법원에서 모두 기각 판결을 내린 그런 내용이고요. 앞으로 진행될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실체적 부분들에 대한 문제를 우리 원고,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청구가 최종적으로 인용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국군포로들은 이와는 별도로 승소 판결과 법원 추심명령에도 위자료 지급을 거부한 경문협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경문협이 이번에 항고 사유로 제시했던 실체적 사유들에 대해선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경문협 측 소송 대리인인 이형택 변호사는 절차상 사유를 다루는 항고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공탁된 저작권 사용료는 북한이 아니라 개별 저작물 제작자에게 지급하는 돈이기 때문에 추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있을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이런 쟁점들을 본격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문제는 북한이 법적으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국군포로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북한 당국의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은 지금 기업이나 모든 조직의 재산권이 모두 형식적으로 국가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남북 교류나 협력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이나 이윤은 모두 북한 당국 재산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국군포로는 북한 당국에 의해서 저질러진 행위거든요.”

한 씨 등 국군포로들의 소송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한국에서 제기된 첫 손해배상 소송이었습니다.

실제 위자료 지급까지 이뤄질 경우 유사 소송에 미칠 파장 등으로 추심금 청구 소송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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