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미군 배치와 관련한 재검토가 진행 중인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주한미군 감축론을 일축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상정한 미군 운용방침을 강조했습니다. 한반도에 시사하는 점을 김동현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미 국방부가 전 세계 미군 배치를 재검토하게 된 배경이 뭔가요?
기자) 이는 국방부가 2018년 발표한 국방전략 보고서(NDS)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증대하는 위협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단일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대위협이 아닌 아프리카나 중동 등의 부수적 분쟁개입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기회비용을 따져 분쟁개입 비용을 아끼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기 위한 역량을 키우고, 기존 안보공백은 역내 동맹국들의 역할분담 확대를 통해 메우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속한 인도태평양사령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기자) 미 국방부는 중국이 속해 있는 인도태평양을 최우선 전역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고민 중 하나는 ‘거리의 독재’(Tyranny of Distance)로 불리는 태평양 전장환경입니다. 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전장거리에 더해 중국 역시 미 본토 병력 전개를 차단하기 위해 순항미사일 등의 자산을 늘리는 반접근 지역거부(A2/AD)전략을 교리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우려하는 건가요?
기자) 한국, 일본 등 동맹국 내 활주로나 주요 미군기지들이 중국의 선제공격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지난해부터 비용을 절감하면서 다양한 지역에 병력을 신속하게 투사할 수 있는 유연한 배치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미 공군이 최근 괌에 상시 배치했던 B-52 전략폭격기를 철수시키고, 미 본토에서 필요한 시점과 장소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역동적 병력전개’로 전환한 것도 이런 셈법에 따른 겁니다. 향후 인도태평양 내 병력 재배치는 이런 유연한 접근법에 기초해 조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일축했는데요, 미군의 역내 유연한 배치 전략이 주한미군 배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기자)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전에 대비한 전체적인 배치평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또 북한 핵 등 한반도 상황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의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미국 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올해 초, 인도태평양 내 미 육군을 다양한 분쟁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 성격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한 라이언 맥카시 육군장관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맥카시 장관은 주한미군은 한반도방위에 전념할 것이라며, 감축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다른 분쟁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은 다른 부대들로 충당한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주한미군의 임무가 한반도 방위에 국한돼 있는 점이 향후 배치 셈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역내 순환배치 병력을 늘리겠다는 에스퍼 장관의 발언이 한반도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기자) 미군의 해외파병은 동맹국을 본거지로 하는 상주 형태, 미 본토에서 전투여단 단위로 일정 기간 파견하는 순환병력, 그리고 다른 분쟁지역에 투입하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일시적 차출 등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주한미군의 경우 포병 등 전투지원 병력은 한국에 본거지를 둔 상주병력에 해당하지만, 4천500명 규모의 1개 기계화전투여단(CBT)과 기타 공군과 통신 부대들은 본토에서 파견하는 순환병력으로 미 본토가 기반입니다.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군의 상주병력을 2만8천500여 명 미만으로 줄이는 움직임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실제 병력 숫자는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주한미군 상주병력으로 간주하지 않는 순환 배치병력의 운용방침 변화가 주한미군의 구성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일부에서는 미-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교착 상황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기자) 전직 미군관계자들은 병력배치 재검토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직접적인 연계성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이 향후 순환배치 병력확대를 골자로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에서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유추할 수 있습니다. 미국 협상단은 한국 측에 새로운 항목으로 역외자산 비용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는 순환배치 병력이동 비용도 포함되는 겁니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1개 기계화 전투여단의 이동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왔는데 이를 한국 측에 요구한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순환배치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한국에 대한 역외자산 비용요구도 이런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셈법의 하나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미 국방부는 독일 주둔 미군의 경우 국방수권법에 반영된 감축 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병력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요?
기자) 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전장환경을 그대로 상치시키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은데다 폴란드 등 다른 나토 국가들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인도태평양의 경우,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마땅한 교두보 역할을 할 역량 있는 동맹국의 선택 폭이 매우 좁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제가 취재한 일본정부 관계자들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밝혔습니다. 향후 주일미군 배치 상황 또는 역내 준비태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전략이 중국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반도 방위공약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은데요?
기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최우선 위협으로 꼽고 있지만, 북한과 이란 역시 부상하는 위협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방부가 앞으로 최대 위협과 차상위 위협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주목됩니다. 다만, 미국은 최근 한국에도 한반도를 넘어선 역할확대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미국이 떠맡은 방위조약의 의무에 비해 한국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김동현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 움직임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