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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착 탈북민 박지현 씨 “탈북 여성과 아동 문제 알리고 싶어”


박지현 씨가 지난해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과 홍콩의 자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지현.
박지현 씨가 지난해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과 홍콩의 자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지현.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코로나 봉쇄로 외부 활동이 막힌 상황에서도 활발하게 북한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 여성과 그녀들이 중국에서 낳은 어린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집중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Who am I? Somebody let me escape from this darkness. I am human, I am woman”

“나는 누구인가? 누군가 나를 이 어둠에서 구출해 주세요. 나는 인간이고, 여성입니다.”

영국 내 북한인권 운동가인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가 탈북 여성들의 아픔을 표현한 창작시 ‘어둠’을 낭독했습니다. 지난 달 유엔여성기구 영국사무소(UN Women UK)가 온라인에서 진행한 ‘여성 인권과 시’ 행사의 첫 발표자로 선택된 것입니다.

박지현 대표는 2일 VOA와 전화 통화에서, 특히 탈북 여성과 이들이 중국에서 낳은 어린이들의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중국 넘어올 때도 여성을 요구하는 브로커가 많았기에 여성들이 제일 먼저 북한이라는 나라를 떠나서 다른 곳에 나가서 다른 세계를 보고... 북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거든요. 앞으로

여성들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여성 인권 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박 대표는 인신매매 된 탈북 여성들이 중국인 남성과 ‘강제결혼’ 해 낳은 아이들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채 무국적자로 있는 아이들이 약 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미 국무부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런 아이들 문제를 더 잘 알리기 위해 현재 네덜란드 대학에서 무국적자에 대한 온라인 강의도 듣고 있습니다.

박 대표가 북한 인권 운동을 하게 된 계기도 중국에서 한때 무국적 상태에 놓였었던 큰 아들 때문입니다.

지난 2004년 박 대표가 헤이룽장성 하얼빈 인근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공안에 잡혀 북송됐을 때, 중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은 5살이었습니다.

6개월간 북한 감옥에서 고초를 겪다 다시 탈북에 성공하고, 중국에서 아들을 다시 찾아 4년 뒤 함께 영국으로 갔지만 아들의 마음에도 큰 상처가 생겼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아들을 데리고 영국에 왔을 때, 12살 전까지는 아들한테서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때 아들이 질문한 것이 ‘왜 엄마는 그 때 나를 버렸는가’라고, 많은 중국 사람들이 그랬데요. ‘너희 엄마가 너를 버렸고, 엄마가 다시 안 온다고.’ 걔가 하는 말이 ‘자기가 숫자를 100까지 세도 엄마가 안 오더라’고, 그 부분이 제 인생을 바꿔 버린거 같아요.”

박 대표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중국에 있는 다른 탈북자들이 겪지 않도록, 지난 달 국제엠네스티 영국 지부 회원들과 함께 영국 주재 류샤오밍 중국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를 촉구했습니다. 영국인들의 서명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2차 서한 발송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영국 메트로 신문에 기고문을 내고 자신의 두 차례에 걸친 탈북과 강제북송 경험담을 전했습니다.

1998년 1차 탈북해 2004년 하얼빈 인근에서 잡히고,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를 거쳐 북송된 뒤, 함경북도 온성 보위부, 온성 단련대, 함경북도 청진의 도 집결소를 6개월 간 거치는 동안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영국 독자들에게 알린 것입니다.

박 대표는 VOA에 도 집결소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청진시 라남구역의 구덕이라는 산골에 다른 여성 40명과 함께 배치돼 맨손으로 산을 개간해 농지를 만들고 농사를 지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군홧발로 여자들을 그냥 아무 때나 막 차요. 차고 때리고. 단 한 번도 이 간나 저 간나라는 소리를 안 들은 적이 없어요. 사람도 아닌 짐승보다 못한 그런 취급을 받았더니 아직도 악몽으로 남고, 그 안에 임산부가 있었어요. 임신 삼 개월이었는데, 강제 낙태하는 걸 우리가 봤거든요.”

박 대표는 다리를 다쳐 집결소에서 풀려나고, 다시 탈북해 아들과 상봉하기까지 북한 주민들, 탈북 브로커 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뜻밖의 호의와 도움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저는 그 후부터 귀인을 많이 만난거 같아요. 브로커도 살려주고. 여기까지 오는 데에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왔으니까 그 사람들 도움에 보답하는 것이 제가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 내는 것이 아닐까.”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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