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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부시-고어 대선 '혼란' 재연될까...트럼프, 재검표 언급


미국 선거 다음날인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의 재검표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미국 선거 다음날인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의 재검표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사태 속에 치러진 이번 미 대선 개표 결과가 지연되면서 20년 전 사태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선인 확정까지 한 달 넘게 걸린 2000년 부시-고어 대결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가 20년 전 미 대선 상황을 되짚어봤습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양측 후보간 소송이 오간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로 기록됐습니다.

최종 승자를 가려내기까지 걸린 시간만 무려 6주.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상대인 조지 W. 부시 전 텍사스 주지사 보다 무려 54만여 표를 더 얻고도 플로리다주에서 537표를 뒤져 백악관의 주인이 되지 못했습니다.

전체 득표율 48.4%로 47.9%의 부시를 이겼지만, 선거인단 수는 267명 확보에 그쳐, 그 보다 5명 많은 271명을 얻은 부시 전 주지사에게 석패한 겁니다.

이번 대선이 2000년 당시를 연상케 하는 이유는 득표를 많이 한 후보가 아닌,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한 후보가 당선되는 미국의 간접선거 제도 때문입니다.

2000년 개표방송을 진행한 미 언론들은 출구조사를 토대로 일찌감치 고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투표 마감 직후에는 부시 후보가 이겼다고 보도했다가, 또 몇 시간 후에는 대접전 상황으로 정정했습니다.

투표일 이튿날인 11월 8일, 전 방송사가 마침내 부시의 승리를 선언하자 고어 후보는 승복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선거인단 25명이 걸린 플로리다에서의 격차가 0.05% 아래로 내려가자, 고어 후보는 두 시간 만에 승복을 철회합니다.

지난 2000년 10월 미국 보스턴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왼쪽)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TV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000년 10월 미국 보스턴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왼쪽)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TV 토론회가 열렸다.

이후 플로리다의 재검표가 논란의 시발점이 돼, 당시 대선을 둘러싼 혼란은 한 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플로리다 재검표 결과 고어 후보의 표 상당수가 무효처리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 전체에서 재검표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겁니다.

고어 후보는 수작업 재검토 소송을 제기했고, 부시 측은 선거감시단 조사에서 오류가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연방 항소법원에 재검표 중단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항소법원은 재검표 법정시한이 만료됐다며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는 재검표 재개 명령이 떨어지는 등 법정 공방은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재검표 결정을 내린 플로리다주 대법원 결정을 5 대 4로 뒤집고 재검표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결국 고어 후보는 대법원의 결정에 강하게 반대한다면서도 미국인들의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승복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고어 전 후보] “While I strongly disagree with the court’s decision, I accept it. I accept the finality of this outcome, which will be ratified next Monday in the Electoral College. And tonight, for the sake of our unity as people and the strength of our democracy, I offer my concession.”

이처럼 고어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고 대선 승자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걸린 6주 간, 미국의 주식시장은 12% 넘게 빠졌고, 금값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과 폭력 사태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2000년 당시 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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