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 핵 불용’이라는 미국이나 한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인 때문인데요, 반면 러시아와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중국을 ‘줏대 없는 나라’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21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에 `일부 줏대 없는 나라들도 맹종해 미국의 꽁무니를 따르면서 한국 정부를 껴안아 보려고'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비꼬았습니다.
중국이라고 적시하진 않았지만 ‘북 핵 불용 원칙’ 아래 이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에 동조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표현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직전인 지난 달 28일에도 `노동신문' 논설에서 ‘대국주의자’라는 말로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국방위원회 담화로 비난에 나섰기 때문에 그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입니다.
중국의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일도 심상치 않은 북-중 관계를 보여준 현상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북-중 관계 전문가인 신상진 광운대 교수입니다.
[녹취: 신상진 광운대 교수]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국과 북한은 과거와 같이 동맹에 기반한 그런 관계가 유지되기가 어렵고 중국과 북한 두 나라는 철저하게 자국의 국가이익에 기반해서 상대방을 상대하는 그런 관계로 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은 러시아와는 빠르게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 공동선언 발표 14주년인 지난 19일 북한 매체들은 두 나라 관계에 대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깊은 관심까지 언급하며 친선을 한층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중 우호조약 체결 기념일인 지난 11일 예년과는 다르게 두 나라 친선을 띄우는 메시지나 행사가 전혀 없었던 사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합작으로 준공한 나진항 3호 부두 공사에 대해서도 두 나라 인민들의 친선과 협조 정신으로 새로 마련된 운수통로라고 분위기를 한껏 띄우기도 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러나 북-러 관계가 북-중 관계를 대체하기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 교수] “결국은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대체재로 북-러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지만 교역 규모나 러시아의 국력이나 이쪽 지역에 대한 영향으로 볼 때 근본적으로 중국 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유환 교수는 북-중 두 나라 간 갈등의 원인이 북한의 핵 보유 문제인 만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상황이 오기 전엔 관계가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음달 예정된 미-한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 때문에 북한이 당분간 대외적으로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