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앞으로 전세계에서 대인지뢰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한반도는 예외로 규정했습니다. 한반도의 독특한 환경과 한국에 대한 방어공약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23일 앞으로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대인지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이 대인지뢰를 더 이상 생산하거나 구매하지 않겠다는 지난 6월의 선언 등 관련 결의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특수한 환경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공약을 감안해 한반도는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안보는 계속해서 미국의 우선적인 우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앞서 지난 6월 오타와협약에 근거해 앞으로 대인지뢰를 생산하거나 구매하지 않겠다며 이런 결정이 한국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머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의 설명입니다.
[녹취: 하프 부대변인] “We know the situation of Korean peninsula. It does unique…”
대인지뢰 문제는 한반도에 관해서는 독특한 과제로, 미국과 한국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미국의 결정이 한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대인지뢰는 밟으면 폭발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는 무기로, 유엔과 민간단체들에 따르면 세계에서 대인지뢰로 사망하는 사람은 해마다 수 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80%가 민간인들입니다.
오타와협약은 이런 우려를 반영해 대인지뢰의 사용과 비축, 생산, 이전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협약으로, 지난 1997년 채택된 이후 160여개 나라가 가입해 있습니다. 미국과 남북한, 중국, 인도 등 40여 개 나라는 이 협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특히 상대의 공격에 대한 억제력 차원에서 지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 (DMZ)는 세계 최대의 지뢰 매설지역으로 적어도 100만에서 2백만 개의 대인지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남북한 정부가 한반도 내 구체적인 지뢰 규모를 발표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6월 정례브리핑에서 지뢰 매설 규모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커비 대변인] “That’s question for Korean government……”
비무장지대는 길이 248 km, 폭 4km로 평양 두루섬 면적의 수 백 배에 달해 지뢰 제거에도 앞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홍보지인 ‘국방일보’는 지난해 말 합동참모본부를 인용해 1998년부터 16년 간 민통선 안팎에서 총 6만8천 발의 지뢰를 제거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신인균 대표는 23일 ‘VOA’에 민통선 이남 지역에서 많은 지뢰들이 제거됐지만 아직 여분이 적지 않아 민간업체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신인균 대표] “상당 부분 제거가 됐고 이제 민간인들은 지뢰로부터 거의 해방이 됐다고 볼 정도로 상당 부분 진행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특수 지역에 너무 많아 우리 군이 다 안 돼서 지금 현재도 민간인 지뢰제거 회사, 예비역 군인들이 주로 구성돼 있는데 그런 회사에 용역을 줘서 지뢰를 계속 제거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자체 지뢰 제거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지난 7월 미 정부의 지뢰관련 입장을 비판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관영 `민주조선' 논평을 인용해 비무장지대 지역에 매설된 지뢰는 북한에 대한 지배전략의 산물이라며 한반도에서 지뢰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은 대북 적대시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