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얼굴이 최근까지도 북한 관영매체들에 등장해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현영철 부장의 공개 처형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견해들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13일 북한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됐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숙청이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한 날짜는 지난달 30일. 현영철이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지만 30일 김 제1위원장의 군 훈련일꾼 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촬영에는 불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난 이달 5일부터 최근까지 현영철의 얼굴이 여전히 북한 TV에 등장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매일 방영한 김 제1위원장 찬양 기록영화에, 그리고 6일부터 12일 사이 하루 걸러 방영한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는 노래의 배경화면에 현영철의 얼굴이 삭제되지 않은 채 나온 겁니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14일 오전 현재 현영철의 모습이 들어있는 사진과 관련 기사들이 검색됐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주요 간부를 숙청 또는 처형하면 신속하게 각종 매체에서 이들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지난 2012년 해임된 리영호 군 총참모장의 경우 해임 발표 6일 뒤 매체에서 지워졌고 2013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처형 발표 5일 전 매체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보다 앞서 2010년 3월엔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반혁명분자로 몰아 처형한 뒤 기록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따라서 현영철이 지난달 30일 처형됐다면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모습이 여전히 매체에 등장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연구위원은 현영철이 고사포로 공개처형 당했다면 반역죄에 버금가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이런 인물이 북한 매체에 여전히 등장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작업을 담당하는 노동당 선전선동부 내부에 어떤 문제가 생겨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가 선전부를 맡아 보고 있지 않습니까? 5월 출산 예정이죠. 또 김기남도 자리가 위태위태하고요. 비서직을 내놓았는지는 모르지만 주석단에서 밀려나서 당 1부부장들과 방청석에 같이 앉았었죠. 다시 말해서 선전부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죠.”
김 제1위원장이 현영철 숙청 사실을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지난달 한국 국가정보원이 김 제1위원장의 고위직 15 명 처형 사실을 공개하고 외신들이 이와 관련한 보도를 쏟아낸 일을 경험한 김 제1위원장이 이번엔 비공개를 지시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그러나 국가정보원이 이번에 밝힌 내용이 첩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전제한 만큼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처형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매체 영상에서 현영철의 얼굴이 아직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실제 처형됐는지 여부는 좀 더 확실한 증거가 나와야지 사실로 확인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국가정보원이 현영철 총살 첩보에 대해선 단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며 사실 여부를 좀 더 파악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