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로마 가톨릭교를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습니다. 미국 인사관리처에 대한 해킹으로 지문 정보 560만 건이 유출됐다는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포화지방이 들어간 먹을거리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네. 첫 소식입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목요일 (24일) 오전 이곳 워싱턴디시에 있는 연방 의회에서 연설했죠?
기자) 네. 전 세계 12억 명의 로마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오전 연방 상하원 의원들,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 인사들, 그리고 기타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방 의회에서 연설했습니다.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자유와 용감한 사람들의 나라인 미국의 의회에서 연설하게 돼 무척 기쁘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가톨릭 교황이 미국 연방 의원들을 불러놓고 연설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황이 여기서 무슨 말을 할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심을 보였는데요. 실제로 여기서 어떤 말이 나왔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정리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열과 무력함의 사슬을 끊고 우리 자신의 힘을 써서 증오와 탐욕, 가난, 그리고 오염으로 갈갈이 찢긴 인류의 벌어진 상처를 치유하자고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저도 연설을 쭉 지켜봤는데, 교황은 자기 생각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려고 위대한 미국인 4명을 언급하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노예 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가톨릭 노동운동가 도로시 데이, 그리고 위대한 가톨릭 영성가로 꼽히는 토머스 머튼입니다. 교황은 네 인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들을 뽑으면서 이런 가치들을 실현해 나가자고 권유했는데요. 링컨 대통령에게서는 ‘자유’를 지적했고요. 마틴 루터 킹에게서는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꿈꿀 수 있게 하는 문화, 또 도로시 데이로부터는 사회 정의와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노력을, 마지막으로 토머스 머튼에게서는 대화와 신을 향한 열린 자세를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교황에 평소에 강조하던 가치들을 잘 구현하는 인물들을 골랐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사실 이번에 교황이 몇몇 현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할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는데, 이런 현안들에 대해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이민자나 난민 문제, 동성 결혼 문제, 낙태 등 현안이 많죠? 특히 이런 문제들은 내년에 새 대통령을 뽑는 미국 안에서도 논란이 많은데요. 교황 연설에서 나온 항목들을 정리해 보면요. 먼저 이민자 문제가 있습니다.
진행자) 요즘 미국에서는 불법체류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말이 많은데 교황이 이와 관련해서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교황은 미국이 원래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라서 미국 사람들이 이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교황은 또 이민자들이 기회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을 인간으로 대하고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또 요즘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과 관련된 문제도 나왔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나왔습니다. 교황은 2차 세계대전 이래 유례를 볼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웃에게 그렇게 하라는 기독교 성경 구절처럼 난민들에게 생명과 안전, 그리고 기회를 주자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평소에 교황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 문제도 나왔죠?
기자) 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이 초래한 환경 파괴의 영향을 자신이 이미 지적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밖에 교황은 사형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또 평소 말대로 부를 나누어서 사회 불평등을 바로잡자고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기후변화 문제부터 이민자 문제까지, 연설이 어떻게 보면 의사당에서 연설을 듣던 공화당 의원들보다는 민주당 쪽 의원들이 더 좋아할 만한 내용이네요?
기자) 물론 그렇긴 한데요. 하지만 교황은 낙태와 가족 제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자세를 분명히 했습니다. 먼저 낙태와 관련해서는 모든 단계의 인간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혀서 낙태를 반대한다는 가톨릭 교회의 기존 태도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교황은 다음 가족 제도와 관련해서는 가족이 위협받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면서 자신은 다시 한 번 가족생활의 풍요로움과 중요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동성결혼 허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전통적인 가족을 옹호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자, 중간중간 마다 박수를 받고 역사적인 연설을 마친 교황이 의사당 난간에 나와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청중 수만 명에게 인사했는데요. 교황의 미국 일정이 오늘이 마지막입니까?
기자) 아닙니다. 조금 있다가 뉴욕으로 이동해서 일정을 수행하고요. 다음 토요일인 26일에는 필라델피아를 갑니다. 교황은 여기서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뒤에 일요일인 27일 저녁에 귀국길에 오릅니다.
/// BRIDGE ///
진행자) 두 번째 소식입니다. 지난 6월이었죠? ‘OPM’, 즉 미국 연방 ‘인사관리처’의 전산망이 해킹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는데, 수요일 (23일)에 이와 관련해서 새로운 소식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킹이라면 남의 전산망에 들어가서 정보를 빼내거나 해당 전산망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OPM 전산망에 대한 해킹으로 각종 개인 정보를 포함해 지문 정보도 새나간 것으로 지난 6월에 알려졌었죠? 그런데 OPM 측이 유출된 지문 정보가 560만 건에 달한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게 OPM 측이 처음에 말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처음에 OPM은 지문 기록 110만 건이 유출됐다고 밝혔는데요. 어제 나온 수치는 처음보다 5배나 더 많은 수치입니다. OPM은 개인 정보가 새나간 사람의 수도 처음에는 420만 명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5배가량 늘어난 2천2백만 명에 달한다고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사회보장번호 같은 신상정보가 새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지문 정보도 유출되면 결코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 그렇겠죠? 요즘에 특히 건물에 들어가거나 전산망에 접속할 때, 또 신원을 확인할 때 비밀번호나 증명 서류 대신 지문을 요구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지문 유출도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죠. 특히나 비밀번호 같으면 바꿀 수가 있지만, 지문은 변하지 않는 거라 문제가 더 큰데요. 하지만 지문 정보가 신상 정보와는 달리 용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주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거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미 연방수사국, FBI와 국토안보부, 국방부 관리 등으로 꾸려진 대응팀이 해커들이 지문을 악용할 가능성을 조사 중이고요. 또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OPM 해킹 사건의 여파가 커지면서 캐서린 아출레타 당시 OPM 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는데요. 수요일 발표에 대해서 정치권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역시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벤 새시 네브래스카 주 상원의원은 정부가 OPM 사건을 안보 위협으로 보지 않고 홍보 위기로 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역시 공화당 소속으로 하원 정부개혁감시위원회 위원장인 제이슨 샤페즈 의원도 OPM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1시간 반 정도 뒤면 이곳 워싱턴디시에 도착하는데요. 사실 OPM 해킹의 배후로 중국 정부가 지목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물론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 쪽에서는 중국 정부에 속해 있거나 중국 정부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해킹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는 OPM 해킹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죠?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금요일 (25일) 백악관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여러 현안을 논의할 텐데요. 여기서 해킹 문제가 논의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지방’이라면 생명체에 들어있는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죠? 요즘에는 이 지방 가운데 사람 몸에 해로운 지방을 먹는 걸 줄이라는 권고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권고에 어긋나는 경향이 미국에서 보인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들어볼까요?
기자) 네. 크레딧 스위스 연구소가 지난주에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인데요. 조사를 해보니까 미국에서 버터 판매가 2014년에 14%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버터는 올해 1분기, 그러니까 올해 1, 2, 3월에 팔린 양이 20%나 늘었다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버터는 우유의 지방을 분리해서 응고시킨 식품이죠? 그밖에 전유 판매는 올해 상반기에 11% 늘었고요. 탈지유는 판매가 14% 감소했는데요. 전유는 지방을 빼지 않은 자연 상태의 우유고, 탈지유는 한자 뜻대로 지방을 뺀 우유를 뜻합니다. 보고서는 또 살이 붉은 고기와 달걀의 소비량도 앞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버터나 전유는 이른바 포화지방을 가지고 있는 식품이라고 해서 그동안 보건 당국에서 많이 먹지 말라고 권고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포화지방이라면 실온에서 굳어지는 지방을 말하는데요. 이걸 설탕이나 소금처럼 많이 먹으면 병이 난다는 경고가 자주 나옵니다.
진행자) 그래서 많은 사람이 포화지방이 들어간 먹을거리를 점점 더 가까이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럼 이런 통념하고는 어긋나는 연구결과가 나온 셈인데, 이런 경향이 나타난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보고서를 쓴 연구진은 사람들이 가공한 식품에서 점점 더 가공하지 않은 원상태의 식품을 찾는 경향에서 나온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진행자) 가공한 식품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했다는 겁니까? 그럼 탈지유 같은 경우는 이게 가공한 식품이라는 말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유를 예로 들면 처음부터 소에서 탈지유를 짤 수는 없겠죠? 원래 소에서 나오는 우유는 모두 전유입니다. 그래서 지방이 없는 탈지유를 얻으려면 사람이 전유에서 지방을 빼내야 하니까, 이런 과정을 거친 탈지유는 가공한 식품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공한 탈지유보다 지방이 들어있지만, 가공하지 않은 전유가 더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고 점점 더 많이 찾는다는 거죠.
진행자) 그렇다면 포화지방이 몸에 해롭다는 기존 권고들이 잘못된 것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 그건 아닌데요. 사실 이와 관련해서 지금 서로 다른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많은 보건 관련 당국이 식물성 기름이나 견과류에서 나오는 지방, 즉 불포화 지방을 먹는 게 건강에 좋다고 권하죠? 미국 같은 경우 연방 보건 당국에서 포화지방의 섭취양을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 가운데 10% 미만으로 하라고 권고합니다. 특히 버터나 크림, 그리고 동물성 기름 대신에 콩이나 옥수수, 그리고 유채 씨 기름을 먹으라고 말하죠.
진행자) 방금 서로 다른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고 했는데, 그럼 보건 당국의 권고와 다른 주장이 있다는 말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요 몇 년 새 기존 권고에 의문을 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왔는데요. 이들 연구는 포화지방이 해로우니까 적게 먹어야 한다는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진행자) 이번에 나온 보고서에 또 어떤 내용이 들어갔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네. 미국 안에서 버터와 치즈, 그리고 우유 판매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아몬드와 달걀 판매도 늘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특히 달걀 소비가 2% 정도 증가했는데요. 달걀 가운데 오개닉, 그러니까 친환경적인 유기농법으로 얻은 달걀의 판매가 2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