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오늘 (2일) 3년 반 만에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한-일 정상은 다자 차원에서 북 핵 문제 대응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고 일본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 핵 문제 대응을 위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두 정상은 2일 한국 청와대에서 취임 이후 첫 회담을 갖고 이같은 내용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밝혔습니다.
두 정상은 북 핵 문제 대응과 관련해 한-일 그리고 미-한-일 3국 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다자 차원에서도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두 정상은 이에 앞서 1일 청와대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가진 3국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과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한국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입니다.
[녹취: 박근혜 한국 대통령] “그동안 저는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해에 양국이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오늘 회담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 어린 그런 회담이 돼서 앞으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두 정상은 이에 따라 양국의 갈등 현안인 일본 군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습니다.
두 정상은 특히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합의했습니다.
두 정상의 이런 합의는 박 대통령이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연내 타결하자고 압박한 데 대해 아베 총리가 이를 일부 수용하면서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 수준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과거사 보다는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해 두 정상의 인식 차가 여전함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총리는 자신이 지금까지 50년 간의 양국관계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일본 기자들과 만나 미래지향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는데 있어 미래 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의 이런 발언들은 지난 8월 전후 70년 담화에서 일본의 미래 세대들은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들이 계속해 사죄하도록 운명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미국과 일본 주도로 지난달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에 한국이 참여 결정을 내릴 경우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이 TPP 참여를 결정하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 협상에서의 협력관계를 TPP에서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한국 측의 TPP 참여 검토를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있다며 협력할 뜻을 보였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간의 회담 이후 양국 간 과거사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3년 5개월여 만에 이뤄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