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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문가들 "북한 압박 위해 북-일 협상 계속돼야"


지난해 7월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가운데)와 일본의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양국 국장급 협의를 갖기 위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7월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가운데)와 일본의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양국 국장급 협의를 갖기 위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일부 일본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진전이 없을 경우 아베 정부가 조만간 협상을 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인 ‘NK뉴스’가 10일 교착상태에 있는 아베 신조 정부의 일본인 납북자 협상에 관한 일본 전문가 6 명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납북자 문제 진전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면서도 대북 압박을 위해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NK뉴스'는 보도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산하 태평양 포럼의 아오키 나오꼬 객원연구원은 일본이 독자적으로 이 사안을 풀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협상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쿠마가이 나오꼬 일본국제대학 교수 역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하다 보면 적어도 일부 성과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한과 계속 접촉하는 것은 압박을 위해서도 좋은 장치란 설명입니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5월 북한과 일부 대북 해제를 대가로 북한 당국이 납북자 등 자국 내 모든 일본인 현황을 재조사하는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북한은 이후 지난해 7월 조사에 착수했지만 협상은 곧 교착상태에 빠졌고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후 양측의 협상은 더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 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이를 풀기 위해 올해 중국 등지에서 몇 차례 비공식 접촉을 가졌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내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이 무의미하다며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야마나시대학 북한연구소의 미야수카 토시오 씨는 ‘NK뉴스’에, 북한 측이 만족할 만한 보고서를 조만간 준비하지 않으면 일본이 새로운 경제제재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게이오대학의 니시노 준야 교수는 납치 문제 해결이 아베 총리에게 정치적. 개인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며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납북자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특별한 관심이 그에 대한 지지도를 크게 높인 점과 일부 납북자 가족들의 북-일 대화 요청, 그리고 김정은 정권의 외교적 고립이 깊은 상황에서 북-일 관계 개선이란 보상으로 납북자 문제를 풀 것으로 예상해 북한과의 협상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이런 기대와 달리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지난 9월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정부가 아무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이 공식 인정한 납북자 17 명 가운데 8 명 사망, 5 명 송환, 4 명은 전혀 북한에 입국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정부가 오히려 납북자 문제 보다 다른 사안들과 관련해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태평양전쟁 종전을 전후해 북한에 매장된 일본인 유골들을 반환하는 대가로 미화 8천 340만 달러의 경비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베 정부는 그러나 납북자 문제 해결이 우선순위이며 그 진전 여부에 따라 다른 사안들도 차차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반도 모니터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데니얼 로 씨는 ‘NK뉴스’에 납치 관련 북-일 협상은 희극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조사를 약속한 게 희극이 아니라 북한이 제공할 보고서에 대해 진정성을 기대한 일본 지도자들의 순진함이 희극이란 겁니다.

로 씨는 북한은 납북자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반면 일본은 북측의 조사 결과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검증 조차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이제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의지를 접어야 할 곤경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난 8월 ‘VOA’에 “북-일 협상은 인내를 갖고 장기적 차원에서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적정 시점이 되면 다른 조치를 강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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