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년 5월 노동당 대회를 개최합니다. 전문가들은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총비서’가 되고 헌법 개정과 시장경제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7차 당 대회를 내년 5월에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KCNA-TV] “우리 당과 혁명 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 105 (내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당 대회 개최를 발표하자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일제히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녹취: KCNA-TV]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성대히 맞이하기 위해 당 사업의 화력을 총집중하여야 한다.”
내년에 열리는 당 대회는 지난 1980년 10월의 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입니다.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당 대회는 최고 지도자를 비롯해 수 천 명의 대의원이 모여 당의 노선과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 지도기구입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말입니다.
[녹취: 안찬일] "북한이 당 우위 국가이기 때문에 또 36년 만에 열기 때문에, 기존 사회주의에 커브점을 찍고 새 길로 가느냐, 혹은 명분쌓기만 하느냐 하는, 상당히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1946년부터 지금까지 총 6 번의 당 대회를 통해 통치이념과 노선, 그리고 인사 문제를 정해왔습니다.
1946년에 열린 1차부터 4차 대회까지는 통상적인 당 대회에 해당됩니다. 기록을 보면 이 때는 당 규약을 개정하고 경제 분야를 비롯한 당 중앙위원회 사업을 총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1970년에 열린 5차 당 대회를 계기로 노동당의 성격은 크게 변합니다. 북한은 이 때부터 새로운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른바 ‘8월 종파 사건’으로 정적을 제거한 김일성 주석이 유일영도체제를 본격화한 겁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주체사상을 생활화 하라, 다시 말해 막스-레닌주의에서 김일성주의로 바뀌는 것이 5차 당 대회죠.”
1980년에 열린 제 6차 당 대회는 김정일 후계구도를 다진 행사였습니다. 당시 김정일은 이 대회를 통해 서열 4위에 해당하는 상무위원과 비서국 비서, 중앙군사위원 등 고위 직책에 올랐습니다.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후계자 역할을 해 온 김정일이지만 당 대회를 통해 부자세습을 공식화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노동당 대회는 36년이라는 긴 공백기에 들어갑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1990년대 소련의 붕괴와 김일성 주석의 사망 등으로 당 대회를 개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강인덕] "1980년대가 북한으로서는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79년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으로 가고 85년에 고르바초프가 나와서 페레스트로이카로 가고, 90년이 되면 동서독이 통일되고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그 뒤 김일성 사망 후 고난의 행군이 되니까 당 대회를 개최할 정세와 여건이 안되는 거죠.”
그리고 2010년 9월, 북한은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소집했습니다. 당 대회 대신 임시전당대회 격인 당 대표자회를 개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합니다.
[녹취: 조선중앙]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부위원장 김정은, 부위원장…”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듬해인 2012년 4월에 4차 당 대표자회를 엽니다. 그리고 김정은은 이 대회를 통해 ‘제1비서’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의 지위를 얻어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합니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4월) :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이른바 `선군정치'를 내세웠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을 활용해 자신의 통치기반을 굳혔습니다. 2013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선포한 것이 한 가지 예입니다.
또 김정일 시대에 유명무실했던 ‘정치국 회의’를 부활시켜 주요 정책결정을 내렸습니다. 장성택 처형도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결정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내년 당 대회를 계기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훈통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지난 4년 간 어느 정도 국내의 정치, 경제, 군사 한마디로 김정은 체제 안정화의 토대 속에서 자신감을 얻어서 이번 당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정책 노선, 조직 인선, 이 것을 통해서 명실상부한 김정은 정권을 선포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구체적으로 현재 ‘노동당 제1비서’에 머물러 있는 김정은이 당 대회를 통해 ‘총비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안찬일 소장은 전망했습니다.
[녹취: 안찬일]”김정일은 97년도에 아버지가 사망한 다음 3년상을 치르고 총비서가 됐는데 지금 김정은은 제1비서로 돼 있는데, 이는 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7차 당 대회서는 총비서로 등극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당 규약과 헌법을 개정하고 당, 정, 군의 대대적인 기구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당 규약 뿐만 아니라 내각과 헌법도 바뀔 수 있고 국방위원회를 존속시킬지 이번 당 대회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안찬일 소장은 장마당과 사유재산 인정 등 시장경제 요소를 일부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안찬일] “현재 노동당은 명줄을 쥐고 있고 장마당은 밥줄을 쥐고 있는데 이 두 줄기를 어떻게 잘 꼬아서 7차 당 대회에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를 내놓는지, 김정은이 7차 당 대회에서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이밖에 내년 당 대회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령의 지도부가 물러나고 4-50대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