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서열 2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몸을 사리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권력 실세도 절대권력 앞에서는 안절부절 못하는 북한사회의 경직된 단면이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7일 ‘김정은 인민군대사업 현지지도’라는 새로운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이 영상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간부들을 대동하고 인민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을 밀착수행하던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자신이 김 제1위원장보다 한 걸음 정도 앞서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황급히 뒤로 몸을 빼 물러섭니다.
황 총정치국장은 올해 나이 66살, 김 제1위원장은 32살로 아들 뻘인 김 제1위원장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입니다.
이 기록영화에서는 또 황 총정치국장이 김 제1위원장이 받은 꽃다발도 알아서 정리하며 몸을 한껏 낮추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습니다.
아무리 북한 내에서 권력서열이 높더라도 최고 권력자보다 앞서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녹취: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보복까지는 몰라도 행악질이라고 할까요, 그런 걸 받으면 어쩔까 걱정하는 군부 노장의 모습을 보면서 권력이란 게 무섭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는 줄을 어디에 서느냐가 권력서열의 척도입니다.
최고 지도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중요 매체에서 먼저 호명된 인물 또는 사진이나 영상에서 앞줄에 선 인물일수록 핵심 직책을 맡고 있거나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같이 참가자들이 줄을 이뤄 걷는 행사에서는 최고 지도자보다 앞서는 것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당시 북한 군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 총참모장이 숙청된 원인으로 금수산궁전 참배에서 김 제1위원장과 비슷한 줄에 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외신 분석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