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사출시험 영상이 조작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또 사출시험이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잠수함이 아니라 바지선에서 실시됐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민간연구단체인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가 12일 북한이 최근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 영상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보고서에서 영상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미사일 사출 시험은 실패했고 영상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멜리사 핸험 선임 연구원은 11일 ‘VOA’에 영상의 모든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많은 부분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헨험 연구원] “first of all, that much of the footage was doctored and, second of all, that that was done to cover up the fact…”
핸험 연구원은 특히 “로켓 자체가 화염에 휩싸이다 부서졌다”며 “미사일 발사는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8일 12월에 실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이 성공했다며 뒤늦게 영상을 공개했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이 혁명무력은 영원히 백승만을 떨쳐 나갈 것입니다.”
영상은 바닷속에서 미사일이 솟구쳐 오르다 불을 뿜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육안으로 보면 미사일이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처럼 보입니다.
영상을 직접 분석한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캐서린 딜 연구원은 ‘VOA’에 미사일 사출 영상이 너무 빨라 정상적인 화면 속도로는 분간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딜 연구원] “because the video was so fast, hard to see, at a normal speed. But when we took it frame by frame and slowed it down, the debris field was quite obvious…”
하지만 영상을 구성하는 프레임들을 각각 나눠 속도를 느리게 보면 부서진 잔해들의 모습이 아주 명확히 보인다는 겁니다.
영상을 구성하는 프레임 즉 화면은 1초당 수십 개의 프레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딘 연구원은 북한이 여러 영상과 카메라 각도를 조작해 하나의 연속 화면처럼 보이도록 편집했다며, 하지만 이는 일반 영상 편집가들에게는 쉽고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의 핸험 선임연구원은 특히 미사일 발사 끝부분에 나온 영상은 북한이 지난 2014년 6월에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 발사 영상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헨험 연구원] “The Scud video was used to show the end of the launch that done in June, 2014. They just recycled that footage there…”
북한 당국이 과거 영상을 짜깁기해서 마치 실제처럼 조작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군당국도 앞서 이 영상이 2014년에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을 짜깁기 했다며 사출 실험이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민석 대변인] “아직 수중 사출시험 단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향후 개발이 완료하기 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미사일 등 무기 실험 결과를 조작하거나 성능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자주 제기됐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5월에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사출 시험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동영상은 공개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잠수함의 발사 장면을 추가해 영상을 조잡하게 짜깁기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임스 위너필드 당시 미 합참부의장은 워싱턴의 한 강연에서 북한의 SLBM 개발 수준을 비디오 편집 수준과 비교해 관심을 끌기도 했었습니다.
[녹취: 위너필드 전 합참부의장] “Fortunately, they have not gotten as far as their clever video editors and spin-meisters would have….”
북한의 SLBM이 자신들의 능력을 믿게 하려는 영리한 비디오 편집자나 선전선동 전문가들의 능력만큼은 아직 진전되지 않았으며 그렇게 되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이란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한 로켓우준 분야 전문가는 북한이 지난달 실시한 SLBM 사출시험이 잠수함이 아니라 바닷속 바지선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주연구 단체인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12일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에 북한이 공개한 영상과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탄 배와 미사일 발사 실험 장소의 거리가 불과 50-100미터에 불과해 비현실적이란 지적입니다. 이는 물 속 바지선일 경우 적합한 거리이지만 잠수함이라면 위험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란 겁니다.
최고 지도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잠수함 코 앞에서 실험을 지켜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어 지난 11월 시험 발사 실패로 잠수함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설령 이를 고쳤다 하더라도 바지선을 통한 발사 체계의 재확인 작업 없이 바로 위험을 무릅쓰고 잠수함 사출 시험을 할 리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링 연구원은 또 사출 실험 이틀 뒤인 지난 12월 23일 신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판독 결과 실험 뒤 미사일 발사통을 제거하거나 교체하는 작업에 필요한 크레인이 잠수함 옆이 아니라 바지선 옆에서 포착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미사일이 1차 실험 때와 달리 거의 위로 수직 상승했는데, 이는 실패할 경우 10t 무게의 미사일이 바로 잠수함 발사대로 떨어지는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실링 연구원은 적어도 1번 이상 바지선에서 발사 상태를 검증하지 않고 북한 당국이 값비싼 잠수함에서 이런 위험스런 실험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5월에도 미사일 사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잠수함이 아닌 물 속 바지선에서 발사된 것으로 분석했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