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2년 12월 쏘아 올린 ‘광명성 3호’ 위성이 로켓 등 3개의 다른 물체들과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고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가 밝혔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최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궤도 진입 당시 분리된 로켓과 카메라 덮개로 여겨지는 물체 등이 위성과 함께 포착되고 있지만, 북한과 교신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당시 일반적 발사 방향보다 어려운 각도를 택했으며 마지막 단계 로켓의 진로까지 바꿀 정도의 기술력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북한이 새 로켓을 발사한 뒤 위성사진을 공개하는지 여부가 성공을 판가름하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로켓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시나요?
맥도웰 박사) 미국과 옛 소련의 1960년대 초 기술 수준쯤 된다고 봅니다. 작은 위성을 낮은 지구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갖췄죠. 하지만 60년대와 비교할 수 없는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당시 기술 보다 북한의 현재 전자공학 수준이 높다는 점, 미-소 양국은 우주경쟁 시대에 일주일에도 몇 번씩 로켓을 시험 발사한 반면 북한은 고작 몇 년에 한 번씩 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험 횟수가 그렇게 제한될 경우 기술 습득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광범위한 군사용 중단거리 로켓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어 발사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2012년 12월 발사한 ‘위성’은 지금도 궤도를 돌고 있습니까?
맥도웰 발사) 예. 오늘도 미 공군 자료를 통해 북한 인공위성이 태양동기궤도 (sun synchronous orbit)를 돌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구 극점을 기준으로 위성을 북동쪽 방향으로 쏘는 게 더 쉬운데, 북한 위성은 약간 남서쪽 방향으로 기울게 쐈습니다. 지구 자전과 반대인 역행 궤도 (retrograde orbit)를 이 방향으로 도는 위성은 지구 표면을 관찰하는데 표준적인 형태입니다.
기자) 북한이 더 어려운 방식을 택한 건데, 높은 기술 수준을 반영하는 건 아닌가요?
맥도웰 박사) 북한이 이 궤도에 위성을 진입시킨 건 3단계 로켓이 진로를 바꿨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당시 놀라운 일로 여겨졌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상공이 제한돼 있어 직접 해당 궤도를 향해 쏠 수 없거든요. 일본, 한국, 중국 등을 가로지르지 않도록 말입니다. 이때문에 북한 위성은 이 나라들을 모두 비켜서 날아올라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미국 역시 1960년대 매우 단순한 기술로 이렇게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지만 복잡한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도 가능한 일입니다.
기자) 북한 로켓이 궤도에 진입한 뒤에는 어떻게 됐죠?
맥도웰 박사) 지금 4개의 물체가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위성을 탑재한 마지막 단계 로켓도 궤도에 함께 오르기 때문에 항상 물체 2개가 보이게 돼 있습니다. 나머지 2개는 아마도 위성을 로켓에서 분리시키는 데 사용된 스프링 장치이거나 카메라 덮개 등일 수 있습니다. 이 4개 물체는 대기권 바깥의 마찰에 의해 점점 고도가 낮아지고 있는데, 그래도 국제 우주정거장 상공 50km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자) 그렇게 위치 확인을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레이더에 잡히기 때문인가요? 혹시 위성에서 뭔가 신호가 감지되는 건 아닌가요?
맥도웰 박사) 아니오. 미국 레이더 시스템에 잡히기 때문입니다. 위성 기능이 완전히 멈춰도 금속 재질만 감지되면 되는 겁니다. 북한이 위성에서 신호를 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북한 위성에서 무선 신호를 포착했다는 보고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위성이 작동했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북한은 지구관측이 목적이라고 했지만 어떤 위성사진도 공개하지 않았죠.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로켓을 궤도에 올린다면, 이후 위성사진을 공개하는지가 위성의 작동 여부를 판가름하는 증거가 될 겁니다.
기자) 북한이 2012년 12월 쏴 올린 ‘위성’의 정확한 목적은 뭘까요?
맥도웰 박사) 당시 위성은 작은 카메라를 탑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상의 아주 작은 물체까지 볼 수 있는 스파이 카메라는 아니지만 북한 상공의 기상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수준 말이죠. 아마 일반 기상 카메라 보다 다소 나은 성능, 그러니까 특정 지역의 삼림 벌채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은 미터 단위로 지상을 관찰할 수 있는 스파이 위성을 개발하고 싶겠지만 아직 거기 못 미칩니다. 따라서 북한의 새로운 발사는 지상관측 역량을 증명함으로써 자신들의 과학기술을 과시하는 선전 목적이 다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따라서 새로 쏴 올릴 로켓도 지난번과 비슷한 형태가 되겠군요.
맥도웰 발사) 2012년 로켓은 거의 완벽하게 작동했고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켜 현재까지 돌게 만들었지만 위성 자체는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 로켓은 과거와 매우 비슷한 형태를 갖되 우주에서 더 잘 생존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돼 있을 겁니다. 물론 지상으로 신호를 발사하는 능력을 포함해서요. 미국은 냉전시절에도 전 세계에 기지와 함대를 배치해 위성이 지나는 여러 곳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하루에 두 번 위성이 상공 위를 지날 때 10분 정도밖에 교신할 수 없습니다.
기자) 로켓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활용하려면 뜨거운 열을 견딜 수 있는 대기권재진입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요. 북한은 과연 이런 기술을 확보했을까요?
맥도웰 발사) 북한이 대기권재진입 시험을 했다는 어떤 공개정보도 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 로켓은 매우 빠른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속도에는 턱없이 못 미치므로 정교한 열 차단막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거의 공전 속도로 떨어지는 탄두를 열로부터 보호하는 기술은 냉전시대 초강대국들 (미국과 소련)이 굉장한 우위를 가졌고 여전히 민감한 기술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미국까지 닿을 수 있는 미사일은 한국이나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열 차단막 기술이 필요하죠. 북한이 그런 기술을 시험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북한의 ‘은하’ 로켓은 작은 탑재물을 실어 미국을 향해 쏠 수 있을 만큼 크지만, 그게 목적인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목적이라면 ‘은하’ 로켓 보다 다른 미사일 프로그램을 직접 적용할 것이란 얘깁니다.
기자) 북한이 3단계 로켓의 진행 방향까지 바꿨다고 했는데, 유도제어 역량 수준을 보여주는 건가요?
맥도웰 박사) 먼 관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정교한 기술 보다는 조악한 수준의 타이머를 사용해 로켓 방향을 바꿨을 겁니다. 미국도 1960년대에는 로켓을 발사한 지 첫 몇 분 안에 조준을 끝내고 그 뒤로는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북한이 최근 통보한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은 2012년 발사 때와 비슷하지만 그 범위가 다소 축소됐습니다. 반복된 시험을 통해 정확한 낙하 지점을 보다 잘 예상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제로 개발 중이라면 미사일이 미 서부 어느 곳에 떨어져도 상관이 없는 만큼 특정 도시를 겨냥할 정도의 정확도까지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3년 마다 한 번 정도 우주 로켓을 쏴 올리는 정도로는 그런 능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기자) 따라서 로켓 사거리만으로 미 본토 타격 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겠죠?
맥도웰 발사) 위성을 궤도에 올릴만한 수준의 로켓을 쏜 뒤 엔진을 몇 초만 일찍 중단시켜도 궤도에 진입할 만한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대신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겠지만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모두 타버릴 겁니다. 아직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노라드)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얘깁니다. 따라서 물체 (로켓)를 미국 상공에 나타나게 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열 차단 기술을 갖춰 제대로 된 속도와 각도로 온전하게 떨어뜨리는 기술이 문제인 겁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로부터 북한이 2012년 12월 쏘아 올린 ‘광명성 3호’ 위성의 현재 상태와 북한의 로켓 기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