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중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역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로켓 개발 과정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와 군사전문가들은 발사 거리와 궤도 진입 부문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환 시 필요한 핵심 기술 수준에 대해선 신중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취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거리는 물론 핵탄두 소형화, 대기권 재진입, 유도제어 기술 등을 주목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위성체를 궤도에 올리는 방식이었지만 북한의 탄도 기술 수준 등을 감안할 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라는 게 주변국의 시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상업위성 사진 분석업체 ‘올소스 애널리시스’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분석관은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발사를 거듭하면서 이 같은 역량을 진전시키고 있지만 습득한 기술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횟수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셉 버뮤데즈 분석관]
북한이 지난 2012년 12월 발사를 통해 로켓의 탑재물을 불안정하게나마 궤도에 진입시켰고, 로켓의 분리 역시 성공시켰으며, 비교적 무거운 탑재물을 실어 올릴 수 있는 역량까지 보여줬지만 반복해서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버뮤데즈 분석관은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을 갖췄는지 역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 로켓의 크기와 그 밖의 다른 요소들을 고려할 때 이론상으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역량을 갖기 일보직전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셉 버뮤데즈 분석관]
브루스 벡톨 미국 안젤로 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이미 지난 2012년 12월 ‘은하 3호’를 발사하면서 알래스카, 하와이, 그리고 미 서부 지역 일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 로켓의 추진체가 더욱 커진 것으로 가정할 때, 추가 로켓 시험발사에 성공할 경우 시애틀부터 샌디에이고까지 미 서부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벡톨 교수는 북한이 적어도 지난 2 년 간 이란과 협력해 로켓 추진체를 개발해 왔고, 동창리 발사 시설을 확장한 것을 볼 때 지금껏 봐왔던 것 가운데 가장 대형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이란이 80t짜리 새 추진체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기술자들을 북한에 보냈다며 이란을 제재한 바 있습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드는 소형화와 관련해, 북한의 기술 완성 여부를 알기 어렵지만 그동안 보여준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이론상으론 가능할 수 있다는 다소 조심스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녹취: 조셉 버뮤데즈 분석관]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차장 역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가늠하기엔 수집된 정보들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보유국들의 과거 핵 개발 과정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치밀한 계획 아래 초기부터 소형화에 매진해 왔을 것이라는 선에서 말을 아꼈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소형화 등에 필요한 기술을 얻는데 여전히 제약이 많다며, 정교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버뮤데즈 분석관은 북한 로켓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수 십 년 전 미국과 옛 소련, 중국 등이 사용하던 1세대 기술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이론상”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녹취: 조셉 버뮤데즈 분석관]
핵탄두를 실은 로켓이 대기권 밖으로 올랐다가 다시 무서운 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지면서 엄청난 진동과 열을 발생시키는데 이를 견딜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제로 설계하는 것은 이론상의 역량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절차라는 겁니다.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북한 로켓의 대기권 재진입 시험에 대한 어떤 공개적 정보도 접하지 못했다며, 로켓이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지겠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낙하 속도에는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너선 맥도웰 박사]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도 북한 로켓의 재진입 기술은 제대로 시험을 거치지 않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활용되기엔 턱없이 낮은 수준일 것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반면 벡톨 교수는 북한이 일반적 관측보다 훨씬 진일보한 탄두 재진입 역량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북한이 이미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재진입 기술을 개발했고, 장거리 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역시 적어도 3 년 전 갖춘 것으로 본다는 겁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맥도웰 박사는 북한 로켓의 유도제어 역량과 관련해 북한이 최근 통보한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은 2012년 발사 당시와 비슷하지만 그 범위가 다소 축소됐다며, 이는 반복된 시험을 통해 정확한 낙하 지점을 보다 잘 예상할 수 있을 만큼 관련 기술을 개선시켰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너선 맥도웰 박사]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제로 개발 중이라면 미사일이 미 서부 어느 곳에 떨어져도 상관이 없는 만큼 특정 도시를 겨냥할 정도의 정확도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장거리 로켓 역량을 1960년대 초 미국과 옛 소련의 기술 수준에 비유하면서 작은 규모의 위성을 낮은 지구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옛 소련이 과거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며 단기간에 수많은 로켓을 시험발사한 것과 달리 몇 년에 한 번씩 밖에 발사하지 못한 북한은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센 연구원은 지난달 말 동창리 발사장을 근접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발사를 예고한 로켓이 지난 2012년 12월 발사한 은하 3호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또 로켓 규모가 훨씬 크고 내부에 추가 장치를 부착했을 수 있지만, 북한이 통보한 추진체 낙하 예상지점을 볼 때 로켓 각 단계의 성능이 3년 전 발사 때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