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테러 위협과 불법적인 핵 이전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2016 핵안보정상회의가 오늘 (31일) 워싱턴에서 개막됩니다. 이번 회의에는 전세계 52개 나라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하는데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은 별도의 개별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북 핵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핵안보정상회의가 어떤 행사인지부터 소개해 주시죠.
기자)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테러 방지를 위한 안보 분야 최대의 국제 정상회의입니다. 과격한 테러집단이 핵물질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각국이 방호 조치를 강화하고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졌죠.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창설을 주도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한 뒤 2010년 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이 곳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프라하 연설에서 핵 테러를 국제사회가 직면한 가장 위험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꼽으면서, 핵물질을 방호하기 위한 국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그동안 어떤 성과들이 있었습니까?
기자) 워싱턴에 이어 2012년 서울,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3차 회의가 열렸는데요. 세 차례에 걸쳐 총 260여 개에 달하는 참가국들의 결의가 있었습니다. 백악관은 29일 발표한 핵안보정상회의 경과보고서 (FACT SHEET)에서 260개 결의 가운데 4분의 3이 이행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는 핵물질 제거, 관련 조약 이행, 원자로 개조, 규제 강화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진행자) 핵안보정상회의의 핵심은 테러집단의 핵 테러 방지인데, 정말 테러집단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기자) 백악관은 이를 현실적 위협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러집단이 핵물질 입수에 관심이 높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겁니다. 특히 실제로 이를 입수해 핵무기를 만들거나 이른바 '더러운 폭탄'으로 개조해 공격하면 세계 어디서든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란 겁니다. 테러집단이나 극단주의 세력이 도시 한복판에서 핵무기를 터트리면 수 십만 명이 숨질 뿐아니라 전세계 금융망 등 경제가 마비되고 정치, 사회, 심리적 충격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핵물질이 전세계에 얼마나 있습니까?
기자) 백악관은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 HEU와 플루토늄이 전세계에 2천 메트릭t 이나 산재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농축 우라늄의 경우 기본적인 핵무기나 핵폭발 장치를 만드는 데 25kg 정도 필요하고, 플루토늄은 8kg 정도만 있으면 제조가 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진행자) 소량으로도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핵물질 이전이나 밀매 차단이 중요하다는 얘기군요.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는 네 번째이자 마지막 정상회의가 될 예정인데, 핵심 의제는 뭔가요?
기자) 고농축 우라늄 사용을 줄이는 방안과 핵물질 밀매 퇴치, 핵 안보체제의 지속적인 강화 방안이 핵심이 될 것으로 백악관 관리들은 지적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특히 벨기에 브뤼셀 연쇄 테러 공격과 북한의 핵 도발 위협, 과격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ISIL의 핵물질 입수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열려 어떤 대응 방안이 논의될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앞서 전해드렸듯이 무려 52개 나라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별도로 다양한 양자, 다자 정상회담도 많이 열리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별도로 열리는 여러 회담에서는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입니다. 당장 오늘 (31일) 오전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고 이어 두 정상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하는 3국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백악관은 세 정상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과 3자 안보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 간 현안들에 대해 논의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오늘(31일) 일정이 매우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네, 한국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북 핵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미-한-일 3국 정상회의 전 오바마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이후 한-일, 한-중 정상회담을 연쇄적으로 갖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국이 북한 문제를 주제로 서 너 시간 동안 여러 정상들과 연쇄회담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31일이 ‘북 핵 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도발 위협을 멈추지 않을 경우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북 핵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논의되나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북 핵 문제는 핵 비확산 사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번 회의의 논의 주제는 아닙니다. 핵 정책은 크게 핵 안보와 핵 군축, 핵 비확산, 핵 에너지로 분류됩니다. 핵 안보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핵무기나 핵물질이 테러집단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겁니다. 반면 핵 비확산은 기존의 핵 보유국 외에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것을 방지하고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겁니다. 즉 핵 안보 대상은 테러집단 같은 비국가 행위자이고 핵 비확산은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겁니다. 또 군축은 기존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 수를 줄이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수 십 개 나라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별도의 양자, 다자 회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북 핵 문제 등 다양한 현안들을 논의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오늘 (31일) 워싱턴에서 개막되는 핵안보정상회의 이모저모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